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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하고 오아시스 하나 없는 메마른 사막에 꽃을 피웠다. 네가 한 짓이라고는 고갯짓으로 내게 잠깐 시선을 내어준 것. 맑은 눈결로 나를 한 번 바라봐 준 것. 너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을 그 행동이 내게는 단비처럼 내려서 단절된 마음에 꽃을 피우고 우리라는 단어를 만들어 상상하게 하고 푹푹한 마음을 열게 했지. 꺼지기 쉽고 해지기 쉬운 망가지기 십상인 비틀어진 마음에 이제는 서릿발이 내린다. 거친 사막이 한 겨울이 되어 얼어붙은 선혈이 낭자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는 일. 이토록 쉬운 일 일 줄이야. 무섭고 차가운 이 느낌을 사랑이라 불러도 되려나. 사람을 앓는다는 건 이런 의미려나. 낫지 않는 불치병을 앓을 운명이었나. 마음에 사랑이란 이름의 꽃이 피었다. 당신이란 이름도 모를 꽃이 피었다.
이름도 모르는 당신이 남기고 간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