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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당신을 앓는 날이 살아온 날보다 많아지겠지. 밤새 당신을 떠올리다가 아침이 다 되어서야 겨우 선잠을 잘 테니까. 울리는 알람 소리에 일어나 피폐한 몰골로 일상을 반복하다가 금세 무거워진 눈꺼풀 위로 당신이 선명해질 걸 아니까. 정처 없는 시간이 흘러가야겠지. 당신이 없는 악몽 같은 해를 몇 해나 더 견뎌야 잊을 수 있을까. 견뎌낼 수나 있을까. 답은 안 보이고 교착된 마음은 진전되지 않아. 당신의 흔적이 옅어질 때까지 하염없이 퇴근길을 걸어. 내 목숨 값 어치보다 당신을 더 좋아했던 것 같아. 누군가를 다시 사랑한다 해도 당신만큼 사랑하지는 못할걸. 한때는 천사였던 악마 같은 사람아. 당신이라는 시련을 주고 지옥을 끝없이 횡보하게 만들어 죽일 셈이었던 거야? 아니고서야 내가 이렇게 지독한 상사병을 앓을 리가 없잖니.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찬미했던 사랑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걸. 아마 후세에는 당신을 향했던 나의 사랑이 그들의 사랑보다 유명해져 전해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