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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코로나19 검사받고 400만원 검사비 폭탄 미국서 검사 건수는 고작 445건…공인 검사법 확립 안 돼 일본서도 1890건 불과…검사 못받는다는 불만 터져 나와 한국서는 검사 5만건 넘어…하루 1만건 이상 소화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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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출장에서 돌아와 독감 증세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약 400만원의 검사비 폭탄을 맞은 미국 마이애미 시민 오스멜 마티네즈 애즈큐. 검사받는 장면 사진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 올렸다. <마이애미 헤럴드>는 이 사례를 보도하며, 미국 보건체계 및 방역 체계의 난맥상을 지적했다. <마이애미 헤럴드> 누리집 갈무리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사는 오스멜 마티네즈 애즈큐는 지난 1월 중국에 출장을 갔다 돌아온 뒤 독감 증세를 보였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시기여서 애즈큐는 마이애미의 대형 병원 ‘잭슨 메모리얼 병원’을 찾아가 관련 검사를 받게 됐다. 결과는 일반 독감이었으나, 애즈큐는 곧 낭패에 처했다. 며칠 뒤 날아온 치료비는 3270달러(약 400만원)였다. 애즈큐는 가입한 의료보험이 있어 자기부담분은 1400달러만 내면 됐다. 하지만, 보험회사는 애즈큐에게 독감이 의료보험 가입 전 기존 질환과 상관없음을 보여주는 3년간의 의료기록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마이애미 헤럴드>가 지난 24일 보도한 이 기사는 미국 의료보험 체계의 난맥상,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대다수 미국인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이른바 ‘오바마 케어’를 해체한 이후의 상황을 비판하려는 것이 요지였다. 하지만, 코로나19같은 보건위기에서 미국의 공중보건체계가 얼마나 엉망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애즈큐의 사례는 미국에서 코로나19 검사가 공공 차원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에서 코로나19 방역의 콘트롤타워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누리집을 통해 26일 현재 미국 전역에서 실시된 코로나19 검사는 445건이며, 확진 사례는 14건이라고 밝혔다. 확진 사례가 14건에 불과한 것은 검사를 445건밖에 하지 못한 결과다. 애즈큐처럼 코로나19 검사는 아직까지는 개인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민간 의료보험 회사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미국의 복잡한 의료체계를 감안하면, 코로나19의 검사 통계 역시 신뢰하기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아직 공인된 검사법도 확립되지 않은 상태다.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법을 개발했으나, 문제점이 발견되면서 그 사용을 연기한 상태라고 <폴리티코>가 20일 보도했다. 현재 주 정부 및 지방 차원의 공중 보건센터들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공인된 표준검사를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때문에 공공보건연구실협회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100개 이상 공중보건센터들은 별개로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법을 개발해, 그중 3곳만이 질병통제예방센터로부터 공인받았다. 공중보건 선진국이라는 일본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누리집에서 밝힌 통계를 보면, 26일 현재 일본에서는 1890건의 코로나19 검사가 실시돼, 164명이 확진자로 판명됐다. 1890건 중에는 우한에서 귀국한 전세기 탑승자 등 해외에 체류하다가 전세기로 귀국한 주민에 대해 실시한 829건이 포함됐다. 일본 본토 거주자에 한정하면, 1061건만 실시된 것이다. 프린세스 다이아몬드 크루즈선 집단 감영 사태 이후 일본 정부는 하루 최대 3800건의 검사가 가능한 체제를 완성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 일본에서는 하루 100건의 검사도 실시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도 25일 의회에서 이를 인정했다. <티비에스>(TBS)는 25일 뉴스 프로그램 ‘엔 스타’에서 코로나19 증세가 있어도 검사를 받지 못한다는 불만들을 소개하며, 수요에 비해 부족한 국내의 코로나19 검사 실태에 대해 보도했다. 방송은 매일 수천건에 이르는 한국의 검사 건수보다 일본은 너무 적다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는 민간 의료기관에서 실시된 검사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일본에서는 코로나19의 검사 등에 관한 정확한 통계가 잡히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일본 내에서도 아베 정부가 소극적 자세를 취하는 것은 검사 체계가 확립되지 않았을뿐더러 검사를 확대하면 확진 사례가 늘어날 것을 우려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미 일본 안팎에서는 올해 도쿄 올림픽 개최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또 일본에서도 코로나19 검사의 완전한 공영화가 되지 않아, 검사료를 누가 부담할지, 또 검사료의 보험 처리 여부 등도 아직 불투명한 상태이다. 미국보다는 인구가 6분의 1 미만, 일본에 비해서는 40%인 한국에서는 27일 오전 9시 현재 5만7990건이 실시돼, 1595명을 확진 환자로 밝혀냈다. 이날 검사수는 전날 4만6127건에 비해 하루 만에 1만1863건을 소화해 낸 것이다. 한국에서 코로나19 검사는 전액 무료로 국가가 시행하며, 확진자로 밝혀지면 그 치료 역시 공공 차원에서 소화해 내고 있다. 한국이 실시한 코로나19 검사는 중국을 제외하고는 세계 최고다. 아직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1천~2천건 안팎의 검사만을 실시했을 뿐이다. 5만건이 넘어간 한국의 코로나19 검사 건수는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중국을 제외하고 보고된 검사 건수의 80% 안팎이다. <비비시>(BBC) 등 외국 언론들은 한국의 코로나19 대처와 방역은 코로나19의 퇴치와 연구를 이끌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