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킷 오브 디 아메리카(Circuit Of The Americas), 약어로 COTA로 불리우는 이 곳은 미국의 여타 이름난 서킷 중에서는 역사가 그리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2010년에 착공을 시작하여 2012년에 정식으로 개장한 이 곳은 처음부터 철저히 계획적으로 건설된 서킷이며, 그 의도에 맞게 현재는 FIA(Federation Internationale de l'Automobile, 페데라시옹 인테르나시오날레 드 오토모빌, 세계 자동차 대회의 거의 모든 분야를 관장하는 기관이며, 1904년 창설) 산하의 거의 모든 레이스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F1은 물론, 미국에서 매우 인기있는 인디카(IndyCar) 시리즈, 또한 블랑팡 GT 월드 챌린지 등의 유명한 레이스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미국에서 포뮬러 원 경기가 유일하게 치러지는 곳이기 때문에 이 경기를 빼놓으면 이 서킷의 설명 자체가 매우 힘들어지기 때문에 이에 관련된 설명도 곁들여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Austin)에 위치한 COTA. 역사는 매우 짧지만 서킷 자체의 레이아웃과 악명은 역사적인 서킷들과 비교해 보아도 전혀 밀리지 않는 포스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즉,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서킷 오브 디 아메리카는 처음부터 FIA의 서킷 인증을 받고 포뮬러 원을 개최하기 위해 계획되고 건설된 서킷입니다. F1 경기를 치룰 수 있는 FIA 그레이드 1 인증을 취득하기 위해 유명인이 디자인에 참여하였습니다. 첫 구상은 전 레이싱 드라이버이자 현재는 스포츠 경기 주최자인 타보 헬문드(Tavo Hellmund)와 1993년 모터사이클 월드 챔피언 경력을 지닌 케빈 슈완츠(Kevin Schwantz)가 시작했으며, 이러한 구상을 실체화하고 지원해주는 역할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독일의 건축가이자 서킷 디자이너이기도 한 헤르만 틸케(Hermann Tilke)와 건설회사인 미로 리베라 아키텍트(Miro Rivera Architects)가 참여하여 서킷의 개발 및 건축을 실시하게 됩니다. 그로 인해 현재 미국에서 유이한(다른 하나는 인디애나폴리스) FIA 그레이드 1을 취득한 서킷으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이 그레이드 1은 포뮬러 1을 개최할 수 있는 곳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데, 여타 다른 유명한 서킷들이라고 하더라도 그레이드 1까지 보유한 서킷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F1을 위해 만들어진 서킷이니만큼 F1이 COTA의 메인 이벤트입니다. 1번 헤어핀을 돌고 있는 F1 차량들.
미국에서 F1 이상의 인기를 자랑하는 인디카 시리즈. 물론 COTA에서도 개최되며, F1과 닮았지만 색다른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미국에서 F1 이상의 인기를 자랑하는 인디카 시리즈. 물론 COTA에서도 개최되며, F1과 닮았지만 색다른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이외에도 세계 최고의 바이크 경주 대회인 모토GP(MotoGP)도 연마다 개최 중입니다. 자동차 경주와는 달리 무게 이동을 위해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야 합니다.
이외에도 세계 최고의 바이크 경주 대회인 모토GP(MotoGP)도 연마다 개최 중입니다. 자동차 경주와는 달리 무게 이동을 위해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야 합니다.
사진 중앙의 부채꼴처럼 만들어져 있는 곳이 공연장인 오스틴360 앰피시어터입니다. 이처럼 COTA는 레이싱 서킷뿐만 아니라 공연장 같은 부대 시설로 비시즌에도 수입원을 얻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앰피시어터 앞에 있는 탑 비슷한 구조물이 관람탑(Observation Tower)입니다.
관람탑을 좀 더 확대한 모습. 매우 높기 때문에 COTA의 명물로 자리잡았습니다. 빨간 색으로 도색되어 있는 18개의 강철 튜브가 인상적입니다. 관람탑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별도의 요금이 필요하며, 한 번에 77명의 관람객까지 수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COTA는 순수히 레이싱 서킷으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비시즌에는 각종 음악가들의 라이브 공연장으로도 쓰이곤 합니다. 사실 이는 COTA만의 특징은 아닙니다. 서킷은 그 특성상 건설비와 각종 유지 비용이 상상 이상으로 엄청나게 청구되며, 이를 메꾸기 위해서는 순수 자동차 경주로 벌어들이는 수입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서킷을 일종의 엔터테인먼트 시설를 이루는, 사업의 다각화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더 옳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공연을 위한 메인 그랜드스탠드는 턴 17~18의 안쪽에 자리해 있으며, 이름은 오스틴360 앰피시어터(Austin360 Amphitheater)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 유명 음악인들이 라이브 공연을 위한 자리로 활용하고 있으며, 트웬티 원 파일럿츠, 켈리 클락슨, 밴 헤일런과 같은 스타들이 이미 몇 차례나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였습니다.
앰피시어터의 바로 앞에는 혼자 서 있는 탑이 있는데, 관람탑입니다. 이 탑은 높이 77미터로, 정상까지 이어지는 엘리베이터 혹은 419계단을 통해 올라갈 수 있습니다. 높이가 높은 만큼 정상에서는 COTA의 전경을 관람할 수 있으며, 심지어 오스틴 시까지 훤히 보인다고 합니다. 또한 지붕부터 지상까지 이어지는 18개의 붉은색 튜브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는 '베일'(Veil)로 불리며, 이는 레이스 카들이 움직임을 형상화 한 모습에서 영감을 따 왔다고 하며, 붉은 색인 이유는 밤에 레이스 카들의 라이트가 붉은 색으로 쭉 이어지는 것에서 채택하였다고 합니다.
2012년 개장 후 2009년 이후 공석이었던 미국 그랑프리 개최 서킷 자리를 꿰어찼고, 이는 현재까지도 미국 그랑프리를 개최하는 유일한 서킷(사실 포뮬러 원은 국가당 한 번밖에 개최하지 못합니다)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서킷 자체도 가장 최근에 지어진 서킷인 만큼 각자의 코너는 유명 서킷을 오마주한 코너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가령 호켄하임링(Hockenheimring)의 아레나 벤드(Arena Bend, 호켄하임링의 헤어핀 코너로 주변이 관중석으로 들어차 있어 축구장 같은 생김새로 되어 있다고 해서 붙여짐), 실버스톤(Silverstone)의 마곳-베켓츠-샤펠(Maggotts-Becketts-Chapel, 실버스톤 서킷 후반부에 연속되는 3연속 S자 코너의 명칭, 서로 각도가 미묘하게 달라 전반적인 호흡을 잘 맞춰야 하는 것으로 이름높음) 같은 곳으로 서킷 자체의 난이도를 높였습니다.
COTA의 주요 코너 중 하나인 3~6번까지의 코너와 실버스톤의 마곳-베켓츠-샤펠과의 비교. 오마주인 만큼 똑같지는 않습니다.
또한 재미있는 사실이 있는데, COTA에서 경기를 관전하는 관중들과 실제로 주행하는 레이싱 드라이버들의 평이 극과 극으로 나뉜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는 비단 COTA뿐만이 아닌, 전술한 헤르만 틸케가 디자인한 서킷이라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관중들은 헤르만 틸케 특유의 디자인, 속칭 '틸케드롬'(Tilkedrome)이라는 그의 고착화된 서킷 디자인 - 고속 스트레이트에서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예각 코너들, 이후 바로 이어지는 S자 코너들을 위시한 중속 코너, 그 후 이어지는 중저속 코너의 연속 - 으로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트랙들과 차별점이 보이지 않고 이러한 디자인 때문에 추월이 이루어지기 매우 어렵고 결과적으로 순위가 고착화되는 현상이 지속되어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들로서 하여금 바로 지루해지기 쉽다는 점에서 헤르만 틸케가 설계한 서킷들과 비슷하게 매우 저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최근 헤르만 틸케의 서킷이 왜 다들 비슷한지 설명하는 영상. 업로더는 그래도 COTA는 차별점이 있다고 평하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진행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비평합니다. COTA 부분의 설명은 10:18부터 시작합니다.
반대로 실제 주행하는 드라이버들은 정반대의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F1 드라이버인 루이스 해밀턴과 페르난도 알론소(현재는 WEC에서 토요타 가주 레이싱 팀 소속)는 이 서킷을 극찬한 바 있습니다. 서킷 자체가 다른 곳에 비해 익숙해지기 어렵고 이로 인해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매우 재밌다고 평했습니다. 젠슨 버튼도 이 곳을 '환상적인' 서킷이라고 평하였으나, 2등 그리드에서 출발하는 것이 1번 코너를 돌 때 더 깊숙히 공략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좋을 것이라는 사족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단 마크 웨버나 코바야시 카무이 같은 드라이버들은 저평가를 남기기도 했는데, 웨버는 1번 코너가 포함된 1섹터 이외에는 다른 서킷들과 다른 점이 없다는 점에서, 코바야시는 1번 코너의 공략과 처리 방식이 스파 프랑코샹(Circuit de Spa-Francorchamps)의 오 루즈(Eau Rouge, 스파 프랑코샹에서 매우 유명한 코너로, 완만한 각도에 우회전 급경사로 이루어진 코너)와 다를 것이 없다는 이유로 평가를 낮게 쳐주었습니다. 이렇게 관중의 평과 드라이버의 평이 극과 극으로 갈리는 수준이라 COTA는 아직도 고평가와 저평가 사이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2010년 7월에 타보는 트래비스 카운티(Travis County)의 3.6제곱킬로미터 가량 되는 미개발 토지를 사용해 트랙을 건설하기로 발표했으며, 주요 투자자는 텍사스 태생의 억만장자인 레드 맥콤스(Red McCombs)라는 인물로 밝혀졌습니다. 레드는 처음 이 서킷의 이름을 '스피드 시티'(Speed City)로 짓고 싶어했으나, 초창기부터 이 건설 프로젝트를 소유했던 사람들이 명명권을 700만 달러에 판매하면서 불발되었습니다. 결국 2011년 4월에 보도진은 이 서킷의 이름이 '서킷 오브 디 아메리카'로 결정되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FIA에 이 서킷의 인증 신청을 하고 2010년 12월 17일에 허가가 떨어졌고, 동년 연말에 바로 건설이 시작되었습니다. 다만 이 지형이 원래는 범람원이었던 탓에 미국 연방 재난관리청(FEMA)이 침수 등의 위험으로 건설을 허가해주지 않을 것에 대비해 2011년 1월 21일에 트래비스 카운티 명의로 90만 달러의 수표를 발행, 이 자금으로 지형의 평탄화 작업을 실시하였습니다. 그리고 6월 28일에 FEMA로부터 범람원 관리 기준을 만족하였다는 허가를 받으며 건설은 다행히 순조롭게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3~6번 코너를 포장하는 모습.
처음부터 FIA 그레이드 1 자격을 충족시키기 위한 서킷이었던 만큼, 설계와 포장에 당시의 최첨단 공법이 사용되었는데, GPS를 이용한 3D 포장 장비들이 동원되었습니다. 이 장비들은 당초 계획하였던 설계에 최대한 부합하고 불필요한 연석을 최소화하며 또한 아스팔트 자원도 가능한 한 최소한으로 사용하여 최대한 초기 구상에 맞게 포장하는, 동시에 자원의 낭비를 막는 공법이라고 합니다. 아스팔트 또한 레이싱 서킷인 만큼 높은 내구성을 필요로 하기에 복층으로 겹쳐서 포장하는 식으로 만들어, 1차 포장은 2012년 8월 3일에, 최종 포장은 9월 21일에 완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