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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mum non nocere: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염선영 님 (임상개발전략담당, Head of Clinical Development Strategy)

▲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의 염선영님. 미국 정신과 전문의로 다국적 제약사에서 임상연구, 임상개발 전략 등 신약개발의 다양한 분야를 진두지휘 해왔다. 현재 브릿지바이오에서 임상개발 전략을 이끌고 있다.

▲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의 염선영님. 미국 정신과 전문의로 다국적 제약사에서 임상연구, 임상개발 전략 등 신약개발의 다양한 분야를 진두지휘 해왔다. 현재 브릿지바이오에서 임상개발 전략을 이끌고 있다.

행운이었는지, 정신과 신약이 수도 없이 쏟아지던 황금기와 같은 시절에 미국 뉴저지에서 전공의를 했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병원에 새로운 약이 들어오기 전부터 설레며 그 약들에 대한 자료들을 밤새 공부하고 빨리 써보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 그야말로 '얼리 어답터'와 같은 전공의 시절을 지냈습니다.

또 하나의 행운이었는지, 화이자 개발팀에 계시며 글로벌 신약 개발에 잔뼈가 굵은 교수님께 약물치료 지도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 교수님께서 해주신 이야기들 중에 가장 놀라웠던 것은, **'임상의에게 좋은 약'은 '신약'이 아니라, '데이터가 축적되어 예측 가능한 약'**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의 어린 전공의로서는 바로 와닿지 않았었는데, 진료 경험이 차츰 쌓이면서 점점 더 공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국 북동부에 위치한 뉴저지는 지리적으로 신약 개발이 활발한 글로벌 제약 회사들이 모여있는 동네이다보니, 제약 회사에서 근무하는 정신과 의사들과 폭넓은 교류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이 제게 가르쳐 주신 약물 치료의 기본 원칙은 “primum non nocere” 이었습니다. 히포크라테스가 남긴 문장 중 하나로, '치료는 못 할지언정, 환자에게 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약물 부작용을 다른 약물로 치료하는 것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결코 삼가야 하며, 분자생물학적으로 접근하고 인간의 생리 및 병리를 생각했을 때 이렇게도 효과가 있을 거야라는 '추정'은 임상의가 진료 현장에서 환자에게 약을 쓸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가르침이었습니다.

특히, 입증되지 않은 영역일수록 발생 가능한 부작용들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없다면, 의사는 용감해 보일 수 있지만 환자에게는 크나큰 불운이 될 수 있다는 가르침이었습니다. 그 당시 제약회사 관계자 분들께서 전해주신 가르침은, 신약 자체가 무조건 좋은 치료 옵션이라기 보다 그 약을 선택하고 처방하는 의사의 책임과 함께, 신중한 자료 숙지를 바탕으로 한 판단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전공의는 의사가 '진료 인력(treatment team)'의 리더로 키워지는 과정임과 동시에, 생명의 무게를 비롯해 자신의 판단과 행위에 대한 책임을 알아가고 모든 결정에는 효익(benefit)과 위험(risk)이 따른다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낫기 위해서는 때로는 계산된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기도 하고, 아무리 조심하고 최선을 다하더라도 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지만, 그러한 사고를 줄여 나가고 수습하면서 리스크 관리(risk management)를 배워가는 과정입니다.

제약의사가 길러지는 것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신약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