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 뭐하는 데야?

BP는 영국 최대의 기업이고, 세계 2위의 석유 회사예요. 또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다국적 에너지 기업이기도 하죠.

음 뭔가 냄새가 나는데...

"우리의 목표는 '무사고, 사람들에게 피해 입히지 않기, 환경을 일체 파괴하지 않기'로 이것이 바로 BP 활동의 기본이다." - <2009년 BP- 지속가능성 보고서>

이 대기업은 오래 전부터 친환경 녹색 이미지로 전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어요. 본래 British Petroleum (영국 석유)이었던 기업의 이름을 Beyond Petroleum(석유를 넘어)으로 바꾸고, 로고도 바꿨죠. 이후 BP는 세계에서 가장 큰 태양전지 기업으로 거듭났고, 주유소 지붕에 보란 듯이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습니다. 여기까진 좋죠? 그런데 BP는 265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석유 대기업을 사들였어요. 대체 에너지 분야에 투자한 금액은 29억 달러 정도였는데 말이죠. 친환경 기업으로 스스로를 광고하면서 대부분의 수익을 석유 채굴과 가공을 통해 얻고 있었던 거예요. 아 물론 그것마저도 '친환경적 석유 사업', '녹색 석유'라는 말로 포장했구요.

그린워싱 심각하네... 잠깐만 아직 원유 유출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잖아

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에 발생한 실제 사건이에요.

2010년 4월 20일, 해변에서 70킬로미터 떨어진 BP의 관할시추지역에서 석유 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이 폭발했어요. 이 사고로 11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며칠 만에 기름띠가 시추선 주변으로 하와이 면적만큼 번졌죠. 유전에 생긴 구멍을 막는 데 실패하는 바람에 7억 8,000만 리터의 석유가 멕시코만으로 흘러들었습니다. 역대 원유 유출 사건 중 4번째로 최악인 사건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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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회색 부분이 전부 석유. 우측에 위치한 미국의 플로리다주보다 넓게 퍼져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BP는 4년만인 2014년에 피해 지역들이 원유 유출 이전의 상태로 돌아갔다는 발표를 합니다. 참 이상하죠? 2007년 1,255만 리터 정도의 원유가 유출됐던 우리나라의 '삼성 1호-허베이 스피릿 호 원유 유출 사고(태안 기름유출 사고)'로 인한 피해도 최근에서야 회복을 했는데, 60배가 넘는 양이 유출된 곳에서는 4년만에 유출 이전의 상태로 돌아갔다니... 영국과 한국의 기술력 차이인걸까요?

당연히 그럴리가 없죠. 해양생물학자이자 잠수부인 스콧 포터는 원유 유출 사건 이후로 바다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유출 3년 후, 스콧은 유출 이전엔 다양했던 산호충과 물고기가 거의 멸종해버린 바다를 직접 촬영했어요. 그렇게 오염이 심각하다는 증거를 계속해서 제시했지만 아무도 그걸 보지도 듣지도 않으려 했다고 해요.

그럼 BP는 어떻게 바다가 괜찮아진 '척' 할 수 있었던 거야?

딥워터 호라이즌이 폭발하고 이틀 뒤인 4월 22일, 대재난이 또다시 발생합니다. 스콧 포터 같은 과학자, 의학자, 환경 단체, 어부와 주민들은 심지어 그것이 원유 유출보다 더 심각하다고 말해요. 유출된 원유를 코렉시트로 희석하기 시작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