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gWmoCUXedw8

8옥타브 3중화음의 구형파 소리로 만족해야 했던 나에게 '종로서적'의 컴퓨터 코너에서 어느 형이 FM PAC을 꽂고 음악을 재생했을 때 들려오던 변화무쌍은 소리는 깊이 깊이 각인되어 있었다. 딱딱하고 거친 결의 그저 그런 음악 말고, 정말 여러 가지 악기 소리를 낼 수 있는 FM PAC을 갖고 싶었다. 그렇게 거의 6개월 동안 부모님을 졸라댄 끝에....

1990년, MSX FM PAC을 선물 받은 떨리는 심장은 터질 것 같았다. 당장 IQ 2000에 팩을 꽂고 "디스크 스테이션 8호" 디스켓으로 부팅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어서 들리는 영롱한 로고.... 소년의 심장을 흔들어놓았던 FM 사운드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서 ARCUS II 게임의 데모가 펼처진다. 몇 십번이고 들었던 PSG 음원이라 멜로디는 익숙하지만 다체로운 화음과 악기와 드럼 리듬으로 탈바꿈한 FM 선율은 나를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 뒤로 "Arcus II: The Silent Symphony"의 데모는 내 인생 최고의 데모가 되었다. 지금 들어보면 미디 음원보다도 투박하게 들리지만 십대의 가슴에 울린 FM 사운드의 향기는 쉽게 잊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