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yWinter_B 타로 커미션
기존 헝거 게임 영화와 달리 독재자 스노우 대통령은 존재하지 않는 별개의 세계관입니다. 판엠의 대통령은 캐피톨에서 몇 년씩 주기적으로 선출하고 있고 현대 대통령제처럼 대통령이 내각을 구성해서 국정 운영을 합니다. 사법부, 입법부, 행정부로 나뉘고 기독교 기반의 종교도-그래서 교회와 목사도 존재합니다-있네요! 한 명의 대통령이 독재를 하지 않고 투표를 통해 지도자를 뽑는 판엠이라는 점이 굉장히 놀랍습니다. 다만, 대놓고 폭정을 안 할 뿐이지 나머지는 기존 판엠과 동일해요. 각 구역에서 자원을 수탈하고 매년 제물을 뽑아서 헝거게임을 개최하죠. 캐피톨은 타 구역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부유하고 풍요로우며, 사람들의 사치스러움은 하늘을 찌를 정도입니다. 또, 투표권도 캐피톨 시민들에게만 있습니다. 캐피톨 내에서도 1등 시민, 2등 시민이 존재하고요. 그래서 그런지 뷸균형과 불안정을 상징하는 카드가 나왔습니다. 영화 속 13번 구역 생존자들과 달리 기반은 아직 많이 부족한 모양인지 대놓고 활동은 못하고 있지만, 반군도 분명히 존재하는 상태네요. 소수의 독점 + 대통령제 + 은은하게 진행 중인 내부 분열. 이게 A과 B가 사는 판엠의 상태입니다.
상당히 명예로운 가문 출신입니다. 그 명예로움은 캐피톨 기준이긴 합니다만, 선조-원래부터 캐피톨 출신은 아니고, 6구역에서 살던 사람이었으나 징집됐습니다-가 13번 구역이 일으킨 첫 번째 반란을 제지하는 데에 큰 공을 세웠던 모양입니다. 당시 캐피톨 대통령이 알아줄 정도로요. 반군과의 전투에서 여러 번 승리를 거머쥐고, 주변 동료 군인들과 민간인까지 구출해내는 공을 세워서 전쟁 이후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수여 받고 군인 연금까지 수령하게 됐다고 합니다. 비 캐피톨 출신인에게는 이례적인 일입니다. 인성까지 갖췄던 건지 주변인들로부터 평판도 되게 좋았고, 덕분에 선조를 지지해주거나 도움을 준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 선조의 후계들이 굶주리는 일은 없었고 일부는 캐피톨에 초청받아 고등교육까지 마쳐서 캐피톨에서 일을 할 수도 있었습니다. 누구는 게임 메이커 아래로 들어가 연구원 일을 하기도 하고 누구는 평화유지군 장교가 되기도 했고요. A 00도 그 덕분에 수혜를 받은 사람이었습니다. 장차 운이 좋다면 캐피톨에 자리를 잡거나 최소 6구역의 시장이 될 운명이었죠. 그러나 이변이 발생합니다. A 00의 이름이 적힌 종이는 단 한 장밖에 없었음에도 이번 헝거게임에서 6구역 조공인 남자아이로 18살 A 00이 뽑힌 겁니다. 확률의 신은 A의 편을 들어주지 않은 거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사태에 6구역 사람들은 물론이고 A의 가족들, 그리고 A도 굉장히 충격을 받습니다. A의 가족들이 A이 게임에 참여하는 것을 막으려고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입니다. 평화유지군들이 자기 가족들을 가로막고 캐피톨의 장교가 더 끼어들면 당장 체포하겠다고 협박하던 순간, A 00은 제 발로 걸어나옵니다. 가족들을 위해서 희생하기로 결심한 겁니다. 이 세계 속 A 00의 성격은 원작의 A과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이 세계에서는 운명에 순응하고 저항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유독 강합니다. 가족들을, 특히 동생 랜달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운명을 거부한다면 가족들은 전부 교수형당할 것이 분명하기에 A은 이 고통을 수용하고자 합니다. 카드가 말하기를, A이 조공인으로 뽑힌 건 세상을 뒤엎을 정도로 커다란 변화를 의미한다고 하네요.
특이한 점을 일단 짚어야 하는데 원작에서는 C가 본체고 A이 새로운 인격이라면, 이 세계에서는 A이 본체입니다. C는 헝거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A이 만들어낸 인격입니다. 카드가 보여주는 A 00은 전형적인 성장형 캐릭터이며, 희망차고 올곧은 선택이 어울리는 사람입니다. 가슴 속에는 선함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불꽃처럼 타오릅니다. 그래서 헝거게임에서 타인을 죽여야 한다는 사실에 깊은 고뇌에 빠집니다. 선뜻 먼저 나서서 남을 해치지 못하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도리어 본인이 살해당하는 상황이니 그 괴로움 때문에 C라는 인격을 만들어낸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헝거게임에서 A의 행보는 아래에서 더 자세히 풀어가보겠습니다.
B의 집안은 A과 다소 다릅니다. B의 가문은 캐피톨 출신으로, 심지어 권모술수가 넘나드는 권력의 장의 중심에 있습니다. 대통령을 배출하는 집안은 아니지만, 대통령 측근이거나 고위 관료직(의원 혹은 장관 쪽)이 확실합니다. 소문을 수집하고 다른 사람을 말로 휘두르면서 입맛대로 조종하고, 그로부터 자기 이익을 얻어내는 집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가스라이팅, 유혹에 능하기 때문에 캐피톨 권력자들은 ㅁㅁ 사람들을 의심하고 경계하면서도 ㅁㅁ와 대놓고 척지지는 못합니다. ㅁㅁ는 자기들의 더러운 비밀, 약점을 알고 있는 데다가 캐피톨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ㅁㅁ와 손을 잡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욕망은 넘치는데 특별히 연줄이 없는 사람들은 ㅁㅁ 가문 밑으로 들어가 기꺼이 더러운 일을 나서서 해주기도 합니다. ㅁㅁ라는 강력한 방패를 얻기 위해서요.
그에 비해 B는 이런 가문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성장합니다. 처음에는 어린아이 특성상 집안 식구들의 인생관에 물드는 듯 하지만, 자아를 가지고 성장해나가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겁니다. 이 세계의 B는 기본적으로 분별력이 있고 선한 사람입니다. 옳고 그름을 구별하는 걸 중요시하고 인간은 타인에게 배려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죠. 집안 분위기와 달리 B가 올곧게 자랄 수 있었던 건 이런 B의 타고난 성정 때문이기도 하고, 가족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서이기도 합니다. B는 어릴 때부터 캐피톨의 ‘더러운 이면’을 많이 봐왔습니다. 자신에게, 더 나아가 ㅁㅁ 가문에 잘 보이기 위해 굽실거리는 동급생들. 가난한 구역 사람들은 굶어죽어가는데 신경도 쓰지 않고 저들끼리 권력다툼이나 하던 관료들. ㅁㅁ 가문에게 도움을 받아 정적을 암살하는 사람들. B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것도, 가족들끼리 유산을 가지고 다투는 것도, 가식만 가득한 캐피톨 사람들도 전부 질려버렸습니다. 그나마 B가 마음의 평화를 찾는 것은 휴양지에 갈 때입니다. 거기선 누구도 B에게 무언가를 기대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B는 자연히 캐피톨도 가문도 떠나서 홀로 조용한 곳에서 살아가는 걸 원하게 됩니다. 어차피 가업을 이을 사촌들은 많습니다. 성인이 되면 독립해서 떠나겠다. B는 그런 꿈을 안고 살아갑니다. B의 행복을 방해하는 유일한 요소는 가족, 친구, 주변인들이라고 하니 그렇게 놀랍지는 않은 꿈입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 B가 선택한 방법은 교사가 되는 것입니다. 그것도 캐피톨의 교사도 아닙니다. 1~12구역 중 한 구역으로 가서 봉사나 다름없는 교육활동을 하고자 하는 겁니다. 그래야 가족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질 수 있거든요. B도 A과 똑같이 성년을 앞둔 18세. 1년이 지나면 성인이 되기에 다소 과감하게 독립할 준비를 합니다. 어차피 돈은 차고 넘치고, 자신이 캐피톨을 떠나 평생 교육자로 산다고 하면 친척들은 오히려 기뻐할 겁니다. 카드는 B가 교사로 살아간다면 오히려 삶은 상승 곡선을 탄다고 합니다. B는 한 곳에 매여있지 않고 계속해서 떠돌아다니며 살아야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B가 계속해서 캐피톨에 남기로 선택했을 때 B의 미래입니다. 위와는 정반대의 삶을 삽니다. 이쪽 선택지를 고른 B는 가문의 이름을 등에 업고 점점 위로 올라가서 대통령 자리를 차지합니다. 단, 본인이 꿈꾸는 이상향을 위해 독재자가 될 운명입니다. 스노우 같은 폭군형 독재자는 아닙니다. 헝거게임을 없애고 캐피톨이 독점하는 자원을 다른 구역에도 모두 나눠주는 등,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독재를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언뜻 보면 굉장히 좋아 보이지만, 이런 자신의 이상적인 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 방해되는 사람들과 그 가족들까지 암살할 수 있다는 겁니다. 캐피톨에 오래 있을수록 캐피톨의 방식에 익숙해지기 때문이죠. 한편, B는 A 00과 엮이게 되면서 평범한 교사도 독재자도 아닌 또 다른 3의 길을 걷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