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중 하나. 박찬욱 감독의 영화 답게 화려하면서 어쩐지 웃기다. (청소년 관람불가의 영화라 많이 잔인하고 무서울 거라 생각하는 친구도 있었는데, 내가 무섭진 않으니 걱정말라고 오히려 웃기다고 알려줬다.) 재미있어서 혼자 한 번, 친구들과 또 한 번 본 영화였다. 여러 번 보아도 질리지 않아서 그런가, 이 영화를 이번 학기 과제의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 분석 요소는 프로프의 이야기 진행 구조였다. 프로프의 이야기 진행 구조는 여섯 단계를 거친다. ‘준비-복잡화-이주-투쟁-귀향-인식’이 바로 그것이다. [준비]는 평화롭게 사는 한 가족에게 악의 무리가 평화를 위협하는 것이다. [복잡화]는 악의 무리가 가족을 침범하여, 피해를 주는 것이다. 가족은 악의 무리에게 복수하고자 다짐한다. [이주]는 주인공이 고향을 떠나, 복수를 준비하고 조력자를 만나는 단계이다. [투쟁]은 주인공이 악과 싸워 이기고, 원래의 평화를 회복하는 것이다. [귀향]은 주인공이 귀향하고, 세상이 영웅을 알아보는 단계이다. [인식]은 주인공이 인정받고, 악의 무리와 가짜 영웅들이 처벌받는 단계이다.


💭 영화 <친절한 금자씨>는 프로프의 이야기 진행 구조에 맞게 정리해 볼 수 있다. [준비] 이금자와 그녀의 딸이 있었다. 이금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그녀는 딸과 행복했다. [복잡화] 백선생(백한상)은 그녀에게 회유를 시도한다. “좋은 유괴”를 하자고 말이다. 그가 말하는 좋은 유괴란, 아이를 유괴하고 잘 데리고 있다가 돈만 받고 돌려주는 것이다. 이금자는 그의 말을 따라 돈만 받고 잘 보낼 생각으로 유괴를 시도했다. 그러나 그녀의 뜻과 다르게 백선생은 유괴된 아이 박원모를 죽인다. 백선생은 금자의 딸을 납치하여, 자신 대신에 자수하지 않으면 그녀의 딸을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금자는 딸을 살리기 위해 자수하여 감옥에 가고, 백선생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다. [이주] 금자는 감옥에서 복수를 준비한다. 그녀의 복수 준비는 이러하다. 온갖 궂은 일을 맡아하고, ‘마녀’에게 괴롭힘 당하는 사람들을 도와준다. 그녀는 ‘친절한 금자씨’ 혹은 ‘천사’라 불리기도 한다. 금자가 교도소 도와 준 만큼, 그녀의 조력자들(감방 동기)은 꽤나 적극적이다. 그녀가 출소하고 나서 지낼 곳과 입을 옷을 제공하고, 백선생의 위치를 찾아주고, 무기를 제조해주기까지 한다. 그녀의 계획은 순탄했다. 그러나 전도사에게서 정보를 입수한 백선생은 금자가 복수하리란 것을 눈치채고 사람을 보내 납치를 시도한다. 그러나 금자는 침착한 상태를 유지하고 총으로 두 남자를 살해하여 함께 있던 딸 제니를 지켜낸다. 또한 감방 동기 이정의 도움으로 백선생을 잠재워 납치하는데 성공한다. [투쟁] 금자는 백선생을 납치해 폐교로 데려간다. 원모를 포함해 백선생에게 죽은 다섯 아이들의 유족들을 폐교로 불러 모은다. 유족들에게 백선생이 아이들을 살해하기 전에 녹화한 비디오를 보여주며, 그를 어떻게 처분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맡긴다. 유족들의 다수결이 그를 살해하자는 결론이 나자, 금자는 그들이 고문하고 살해하는 과정에 가담한다. 백선생을 죽이고 묻는 과정에서 금자는 총으로 그의 얼굴을 두어번 쏘고는 시체와 함께 총을 묻는다. [귀향] 금자가 일하는 베이커리에 모여 둘러 앉아 케이크를 나눠 먹는다. 유족들을 금자에게 백선생에게 주었던 돈을 계좌로 돌려받는다. 유족들이 돌아가고, 금자는 눈화장을 지우고 케이크를 들고 제니가 있는 집으로 향한다. [인식] 프로프의 개념에서 마지막 단계, 인식은 주인공이 고향으로 돌아오고 악의 무리와 가짜영웅이 처벌받는다. 금자가 집으로 돌아오고, 악의 무리 백선생에 대한 복수는 끝났다. 그러나 가짜 영웅의 처분만이 남았다. 가짜 영웅은 누구인가? 이금자는 백선생을 처분한 영웅이자 동시에 가짜영웅이라고 볼 수 있다. 원모에게는 용서를 받지 못했다. 이미 죽은 아이이기 때문이다. 이금자는 본인의 죄에 대해 낙담하며 자신이 준비한 두부 모양 케이크에 얼굴을 묻으며 오열한다.


💭 백 선생 캐릭터 분석

백선생은 절대 악의 캐릭터이다. 백선생은 금자를 회유해 좋은 유괴를 하자고 설득한다. 그러곤 원모를 납치하여 돈을 받고, 우는 원모를 죽인다. 금자에게 자신 대신 자수하여 감옥에 가지 않으면, 딸 아이를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백선생은 원모 이후로도 네 명의 아이를 유괴하여 살인했다. 그는 학원의 영어 선생으로, 수사 대상에서 제외되기 위해 학원의 다른 반 아이를 대상으로 잡았다. 그는 아이를 싫어했기 때문에, 유괴를 한 후에는 바로 죽였다. 그는 녹음된 아이의 목소리로 부모와 협상에 시도하고 돈을 받아냈다. 그가 유괴하고 돈을 받아낸 이유는 오로지 요트를 구매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유괴한 아이들의 소지품을 엮어 휴대전화 고리로 만들어 태연하게 가지고 다녔다.


💭 주인공 이금자 캐릭터 분석

영화 <친절한 금자씨>가 개봉하고, 이후의 영화제에서 배우 이영애는 모든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그녀의 연기력도 한몫했겠지만, 인기에 힘 실어준 것은 아무래도 매력적인 주인공 캐릭터의 모습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 어리고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여성 캐릭터

이금자가 동부이촌동 박원모 어린이 유괴 사건의 용의자로 알려졌을 때, 사람들은 그녀의 어린 나이와 미모에 놀랐다. 끔찍한 유괴 사건의 범인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설자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누구나 돌아볼 만큼 예쁘지만 전혀 까다롭지는 않은” 소녀였다. 이금자는 임신 사실을 알고서 부모님에게 가지 않고, 자신이 생각하는 성숙한 남자인 백선생을 찾아갔다. 이는 열 아홉 이금자의 어리숙하고 세상 물정을 모르는 아이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이금자는 백선생의 '좋은 유괴'라는 논리에 넘어갈 만큼 미성숙하기도 했다. 이렇게 세상 물정 모르는 주인공이 시련을 겪고, 성격이 바뀌어 복수를 다짐하는 것은 관객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만 하다.

2) 시련을 겪음

백선생의 협박으로 자수하게 된 이금자는 교도소 생활을 하며 계획한다. 복수를 준비하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해, 사람들을 도와 온갖 힘든 일을 맡았다. 그 결과 감방 동기들은 금자의 복수를 도와주게 된다. 이금자에게 교도소 생활은 주인공이 겪는 '동굴'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주인공이 시련을 겪고 조력자의 힘을 얻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금자는 '천사'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기도하고 전도사의 말을 들었다. 그러나 출소 후 두부를 가지고 찾아온 전도사의 손을 밀어내며, “너나 잘하세요”라는 말만 남기고 차갑게 떠난다.

3) 죄와 속죄의 과정

앞선 분석에서 이금자를 주인공(영웅)의 위치에 두고 전개를 설명하긴 했으나, 그녀는 영웅이라고 할 수 없다. 그녀가 절대 악 백선생에게 복수한 것은 ‘권선징악’의 전형적인 프레임이라고 할 수 있으나, 그녀는 선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녀가 먼저 저지른 죄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원모를 유괴한 죄이다. 아무리 그녀가 ‘좋은 유괴’를 시도했다 할지라도, 결국 남의 마음을 이용하려 들었다. 또한 그녀가 가담한 유괴의 결과 박원모는 목숨을 잃고 삶의 기회를 잃었다. 이로 인해 금자는 감옥에 가면서 제니에게도 죄를 저지른다. “딸을 엄마없이 살게 한 죄”이다. 금자는 원모의 부모 앞에서 용서를 구하며 자신의 새끼 손가락을 절단했다. 그리고 딸 제니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전했다. 그러나 원모에게 사과를 전할 수는 없었다.

두 번째, 살생한 죄이다. 살생의 대상은 교도소 내의 ‘마녀’, 그리고 백선생이 고용한 남자 두명, 그리고 총을 연습하기 위해 시장에서 데려온 강아지 한 마리다. 이는 백선생에게 복수하기 위한 과정 중 생긴 죄이다. 이 두 번째 죄는 살생이지만, 금자에게는 첫 번째 죄보다 더 가볍게 느껴진다.

따라서 이금자가 선이 아닌 이유는 그녀 역시 누군가를 해친 악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복수를 끝낸 후에도 제니와 살 수 없다. 죄를 지은 사람은 그만큼 벌을 받아야 한다는 그녀의 논리때문이다. 원모에게 저지른 죄, 그리고 자신이 여태 저지른 죄들로 인해 그녀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자격이 없다고 스스로 말한다. 금자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며, 준비한 두부 모양 케이크에 얼굴을 파묻는다. 제니에게 하얗게 깨끗하게 살자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