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6월 15일, 저녁 여덟시는 사각출판의 첫 프로젝트 "누가 비평을 읽는가"의 과정에서 출간된 첫 비평집 『침투』의 남은 부수를 판매하기로 공지한 날입니다. 그런데 6월 14일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택배기사 노조원분들의 파업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택배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 옳은지 스스로 확신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침투』를 출간한 후, 뒤늦게 출간 소식을 알게 된 이후 어떻게 구매할 수 있냐는 질문을 아주 많이 받았습니다.

저는 『침투』를 인쇄소에 넘기기 직전, 500부와 1000부 사이에서 갈등했습니다. 500부를 찍는 것은 인쇄비가 470만원 정도가, 1000부를 찍으면 680만원 정도가 든다고 했으니, 사실 천부를 찍는 것이 권당 인쇄비를 낮추는 효율적인 방법이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독자분들이 입금해주신 금액은 빠듯하긴 하지만 1000부를 찍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자신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사각출판 사업자 등록을 내기 전, 제가 문학평론가와 비평가의 차이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독립출판을 통해 문학잡지를 발간하거나 문학과 관련된 컨텐츠를 제작하는 분들과 인터뷰를 나누며 대형서점이 수수료로 40%를 가져갈 뿐 아니라 책을 함부로 방치해 되팔 수 없는 책들을 반품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문학작품에 대한 글을 쓰는 것만으로는 비평가로서의 할일을 다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비평전문 출판사를 만든 것인데, 현재 출판계의 유통구조를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혹은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유통구조에서) 그 시스템을 그대로 따른다면 『침투』에 제가 쓴 문장들과 이 문장들이 독자분들께 가닿는 방법이 언행일치를 이룰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500부를 선택한 후, 제가 직접 발송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당시 저는 소비자와 독자의 차이에 대해 고민하던 중이었기에 개인정보를 기꺼이 내어주신 독자분들의 성함을 손으로 한분 한분 적어서 서명하여 배송했습니다. 저는 독자분들을 이름으로 부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택배기사분들의 파업을 보면서, 제가 그저 대형서점의 유통시스템 대신 택배시스템을 선택했을 뿐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선판매된 책의 후기들을 보고 책을 구입해서 읽고 싶다는 문의를 받거나, 주변에서도 왜 정식으로 사업자등록도 마쳤고 ISBN을 받은 책을, 대형서점 혹은 온라인 서점에 유통하지 않냐고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는 그냥 제가 쓴 문장들을 지표삼아 행동하고 싶었을 뿐인데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그걸 가능하게 하는 일인지 아직도 사실은 잘 알지 못합니다. 시스템에 저항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네요. 『침투』의 남은 부수는 서른 권 남짓 됩니다. 저는 택배기사분들의 노동 환경 처우가 개선되길 바라며, 그분들의 파업 결정에 연대하고 싶습니다. 서른권은 하루에 우리 사회에서 오가는 택배들에 비하면 아주 하찮은 작은 부수이지만, 겨우 이 서른권으로 연대의 뜻을 전하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그리하여 이 서른 권의 책을 제가 직접 배달하고자 합니다. 서른 권을 신청해주신 분들은 자주 들리시는 독립서점을 알려주시면 제가 그곳으로 직접 가서 해당 책의 숫자만큼 배포하여 중간 거래처가 될 수 있도록 하고 만일 근처에 독립서점이 없으신 분들의 경우, 마치 당근중고거래를 하듯이 제가 독자분들의 가장 가까이로 직접 가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침투』의 서른 권 남은 이 책들은 2021년 12월 이전까지 언제 만날 수 있을지 모르는 가장 비효율적이고 느린 판매가 될 예정입니다. 그럼에도 『침투』를 구매하고 싶으신 분들은 다음의 양식을 복사하여 사각출판으로 메일을 보내주시면 서른 분께 맞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직접 전달해드리고자 합니다.

[email protected]

  1. 성함:
  2. 연락처:
  3. 가장 가까운 독립서점의 이름과 주소:
  4. 원하는 다른 배달 방법 4-1. 직접 만나서 전달 4-2. 책을 맡겨둘 수 있는 인근 지점 주소

책의 금액인 2만원은 원하시는 서점을 통해서, 혹은 직접 만나서 받겠습니다. 이 느리고 비효율적인 배송에 참여해주실 서른 명의 연대-독자분을 찾습니다. 감사합니다.

장은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