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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 마트의 동물들

<aside> 💡 중앙아시아와 유럽, 남아메리카와 북아프리카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반도의 마트까지 옮겨 와야 하는 종을 기르겠다는 마음이 자연스러운 취향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되는 세상이라고, 팔고 사고 길러도 되는 동물이라고 누군가가 자꾸 이야기하는 탓에 유행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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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물건인가? 사고팔아도 되는가?

대형마트에서는 웬만한 물건을 다 판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민법 개정안이 통과의 기로에 서 있는 지금, 마트에서는 아직 동물을 판다. 한국의 법은 세상을 사람과 사람이 아닌 물건, 이렇게 둘로만 나누어 보고 동물은 사람이 아니라는 직관적 판단으로 물건 쪽에 넣어놓았다. 새롭게 발의된 민법 개정안은 이제 사람과 물건,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사람을 제외한 생명체로서의 동물 이렇게 셋으로 나누어 바라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주류 정당과 대통령까지 나서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고 규정하는 데에 합의했지만, 법원행정처 등 법 전문가들은 혼란스러워하며 반대 의견을 내는 중이다. 그럴 법도 한 것이 현실의 동물 다수는 가격도 있고, 주인도 있으며, 거래 대상이기도 하다. 따라서 동물을 물건에서 빼내는 데는 꽤 풍부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동물을 물건처럼 사고팔아도 괜찮은지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성(性)도 팔고, 교육도 팔고, 의료도 팔겠다고 달려드는 세상에 동물을 파는 것쯤이야 숨 쉬듯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그러니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봉이 김선달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닐 것이다. 팔지 않는 게 윤리적이었거나 혹은 그런 윤리가 없던 시대에도 어떤 것은 팔지 않았다.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곰의 쓸개즙을 먹겠다고 국가에서 곰을 수입해 기르기를 장려하던 시대가 있었다. 웅담 채취를 산업화씩이나 하는 바람에 웅담이 팔리지 않는 시대가 되자 곰들을 철창 안에 방치하게 되었다. 철창에서 탈출한 곰은 총에 맞아 죽었고, 때로는 탈출한 곰에 물려 사람이 죽기도 했다. 이제는 국가에서 수백억을 들여 농장에 살던 곰을 보호하는 시설을 만들고 있다. 돈이 된다고 무모하게 ‘산업’을 만들었다가는 애꿎은 희생자와 생존자를 만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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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동물 코너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