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골드먼 환경상 수상자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와, 영화같다!고 몇 번을 감탄했어요. 불굴의 의지와 미친 전투력을 자랑하는 언니들(6명 중 5명이 여성)이 이렇게 많았다니. 용사님들도 에디터처럼 에너지🔥🔥 얻어가시길 바랄게요.

<aside> 💡 잠깐, 어디서 주는 상인데

골드먼 재단이 1990년부터 수여하고 있어요. 골드먼 재단은 미국의 자선 사업가이자 환경운동을 열심히 지원해 온 로다·리처드 골드먼 부부가 설립한 곳. 매년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섬(나라), 북미, 중남미에서 한 명씩 수상자를 선정해요. 우리나라에선 1995년에 최열 전 환경운동연합 대표가 받았어요. 수상자에겐 앞으로의 활동을 위한 금전적 지원이 이뤄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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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3일의 사수대, 마이다 빌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크루시카 마을의 평범한 주민…이었는데, 크루시카 강에 댐을 짓는다는 소식에 분연히 일어섰어요. 2017년 7월, 강으로 통하는 유일한 다리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503일 동안이나 건설업자들의 불도저, 으르렁대는 정부 관계자들과 맞섰다고. '남자들이 나서면 무조건 싸움난다'는 생각에 여성들로 사수대를 꾸렸다니 천재 같아요. 크루시카 마을 주민이 다 해봐야 2,500명인데, 그 중 300명이 하루 3교대로 돌아가면서 다리를 지킨 거예요.

2017년 8월 24일 새벽에는 풀 장비를 장착한 특수경찰이 무력 행사에 나섰는데 끝까지 버텼어요. 그 후로도 건설업자, 공무원 등이 수 없이 이들을 위협하고 설득했지만 빌랄과 사수대는 굴하지 않았어요. 그동안 마을의 남성들도 열심히 사수대를 내조(!)했다고. 결국 2018년 12월, 댐 건설 결정이 전면 취소됐고 사수대도 12월 19일에 영예롭게 해산했어요. 이후 다리에는 '용감한 크루시카 여성들의 다리'라는 이름이 붙었대요.

503일 동안 지킨 다리에 다시 모인 빌랄(맨 앞)과 마을 주민들. /사진=골드먼 재단

503일 동안 지킨 다리에 다시 모인 빌랄(맨 앞)과 마을 주민들. /사진=골드먼 재단

지오그래피컬이란 매체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빌랄은 "내가 수영을 배우고 숱한 일출을 지켜본 이 강을 지켜야만 한다"는 생각이었대요. 발칸 반도(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속한 지역)에 속속 들어선 미니 수력발전소, 댐이 지역을 얼마나 황폐하게 만드는지 직접 지켜봐 온 주민들도 너나 할것 없이 합류했다고 해요.

크루시카 강은 70종의 토종 물고기, 멸종 위기에 놓인 전세계 담수성 연체동물 중 40%가 서식하는 보금자리래요. 수력발전을 위한 댐 건설은 이 지역의 생태다양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으로 전망됐었다고.

그런데 잠깐, 수력발전은 친환경 아닌가요? 에디터도 혼란스러워져서 알아봤어요. 요약하자면 생태계 훼손이 상당한 반면 발전 비용도 아직까지 비싼 편이라 경제성마저 떨어진다고. 좀 더 진전된 기술, 환경 영향에 대한 면밀한 연구 없이는 아직 어려운 거였어요. 신재생에너지의 미래를 태양광, 풍력발전 둘이 하드캐리할 걸로 전망되는 이유예요.

🏴‍☠️플라스틱 킬러, 글로리아 마지가 카모토

아프리카 말라위의 플라스틱 퇴출 활동가. 말라위는 2015년 이미 얇은 플라스틱(=비닐류)의 생산·수입·유통·사용 금지법이 도입됐었어요.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좋겠지만, 플라스틱 업계가 이걸 뒤집으려고 난리를 쳤대요.

하천까지 쌓인 플라스틱 쓰레기를 가리키는 카모토. /사진=골드먼 재단

하천까지 쌓인 플라스틱 쓰레기를 가리키는 카모토. /사진=골드먼 재단

그래서 카모토를 중심으로 한 활동가들이 캠페인을 펼쳤고, 2019년 말라위 최고법원에서 해당 법안을 유지하기로 결정했어요. 앞으로 말라위에서 모든 1회용 플라스틱을 퇴출시키는 게 카모토의 목표래요. 플라스틱이 상하수도를 막아서 오물이 고이고,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가 창궐하는 일도 빈번하다고. 카모토는 이번 수상으로 말라위 최초의 골드먼 환경상 수상자가 됐어요.

🥰 천산갑 인생, 타이 반 응우옌

멸종 위기의 천산갑 1,540마리를 구해낸 활동가. 응우옌은 8살 때 밀렵꾼에게 잡힌 천산갑을 본 적이 있대요. 그 와중에도 새끼를 보호하려고 몸을 둥글게 마는 어미 천산갑을 보곤, 어른이 되면 꼭 지켜줘야겠다고 결심.

천산갑은 중국과 베트남 등지에서 식용, 약용으로 밀매돼 왔어요. 최근 10년 동안에 포획된 숫자만 100만 마리 이상으로 추정돼요. 가뜩이나 천성이 순한 녀석들이라, 사냥꾼이 다가와도 몸을 동그랗게 마는 게 전부래요.

'자바 천산갑'을 안고 있는 타이 반 응우옌. /사진=골드먼 재단

'자바 천산갑'을 안고 있는 타이 반 응우옌. /사진=골드먼 재단

응우옌은 9,701개의 덫을 제거하는 등 동물 밀렵 반대 운동에도 앞장서 왔어요. 덕분에 최근 7년 간 활동가들이 설치한 숲 속 카메라에 1,600마리 이상의 천산갑이 촬영되는 등 개체수가 늘어나는 조짐이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