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유독 일이 안 풀리고 꼬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몸이 막 아프려고 할 때 신호를 주는 느낌처럼. 머릿속에 떠다니는 것들은 많은데, 입 밖으로는 정리가 하나도 안돼서 말 그대로 '뱉어지는' 것들이었다. 정말로 이렇게 생각했다.
"어어.. 나 왜 이러지..?"
결국 오늘 일이 터졌다.
최근에 나는 밤 10-11시쯤 핸드폰을 거실에 두고, 인스타그램이나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와 아예 거리를 둔다. 그리고 온전히 나한테만 집중을 하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서 잠이 든다. 다음 날엔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는 패턴을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이게 화근이었나 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잖아, 벌레 안 잡고 뭐해?
일찍 일어났으니 벌레를 잡아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 것 같다. 8시쯤 일어나던 몸이 갑자기 일찍 일어나니 멀뚱멀뚱 집중하지 못하고 시간은 시간대로 날려버리고, 꾸벅꾸벅 조는 내가 미웠다. 결국 잠깐 눈을 붙였는데도 계속 집중을 못 했고, 기분은 점점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분명 감사 일기에는 '가진 것에 감사하자'라고 써두었는데.
동생이 시험을 치러 나가고 집에 혼자 남게 되자, 나는 문득 노래를 크게 틀어야겠다고 생각했다.맥북의 스피커를 최대치로 노래를 틀었다. 몇 곡을 막 따라 부르다가, 갑자기 노트에다가 내가 느끼는 감정을 적었는데, 그걸 적자마자 울음이 와앙- 하고 터졌다. 이런 표현이 어색한데, 아침의 나를 다시 떠올려보면 진짜로 '와앙' 하고 울었다는 표현이 맞다.
울면서, 노트에는 이렇게 적었다.
우울해서 노래를 엄청 크게 틀었다. 결국 울었다. 울고 싶어서 그랬나 보다. 숨을 크게 쉬었다. 내가 쓸모가 없을까 봐 무서웠나 보다. 내가 움직이는 시간이 아무 쓸모 없을까 봐. 나는 나름대로 치열하게 산다고 하는 것이, 사실은 벌레 잡듯 아무런 일도 아니게 될까 봐.
긍정적이라는 말을 자주 듣지만, 불안과 우울은 나에게도 자주 찾아온다.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나를 충분히 돌봐주는 일 밖에 없다. 나는 계속해서 듣고 싶은 노래를 가장 크게 틀어놓고 따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