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창세기 24:28-36, 50-53
2023년 12월 30일, 9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바바라 월터스는 '인터뷰의 여왕'으로 불린 전설적인 방송인이었습니다. 미국 ABC 방송국에서 40년간 앵커로 활동하며 세계 각국의 유명 인사들을 인터뷰했습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과 스캔들의 당사자였던 모니카 르윈스키를 인터뷰할 때는 미국 전역에 생중계되었고, 약 7천4백만 명이 동시에 시청할 정도로 대단한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그녀는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대신 물어주는 인터뷰로 유명했습니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에게는 "당신은 술을 많이 마신다는 소문이 있는데, 도대체 얼마나 마시는 겁니까?"라고 직접적으로 물었고, 푸틴 대통령에게는 "부하를 시켜 사람을 죽이라고 명령한 적이 있습니까?"라고 대놓고 질문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이 그녀에게 인터뷰를 잘하는 비결을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자기 페이스대로 인터뷰를 이끌어 갈 수 있습니까?" 그녀의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나는 원칙이 한 가지 있습니다. 주눅 들지 않는 것입니다. 누구를 만나든지 나는 주눅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말이 더 중요합니다. "주눅 들지 않으려면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나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납니다." 그 이른 시간에 일어나 신문을 꼼꼼히 읽으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세계의 동향을 철저히 파악했습니다. 인터뷰 대상이 정해지면 그 사람이 쓴 책을 읽고, 관련 기사와 심지어 소문까지 모아 마음에 새겼습니다. 철저한 준비 끝에 인터뷰 대상을 만났기에, 강한 사람이든 무서운 사람이든, 말이 많은 사람이든 적은 사람이든, 상대방의 페이스에 끌려가지 않고 결국 자신의 페이스로 끌고 올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세상을 살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만약 원칙을 정하지 않으면, 철저한 기준이 없으면, 강한 사람을 만났을 때 나는 약자가 되고, 말 많은 사람을 만나면 그 말의 늪에 허덕이게 되고, 말없는 사람을 만나면 나도 말없는 사람이 되어 상대방의 페이스대로 끌려가기 쉽습니다. 그러나 자기 원칙과 소신, 기준이 분명히 있으면 시간이 흐를수록 자기 주도적으로 사람을 이끌어 올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아브라함의 종 엘리에셀이 라반을 만납니다. 라반은 만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상대하기가 버거운 인물입니다. 이제 아브라함의 종의 진짜 실력이 드러납니다. 라반을 어떻게 다루는가, 이 사람의 페이스대로 끌려가는가 아니면 자기 페이스로 끌고 오는가, 이것이 그의 진짜 실력입니다.
아브라함의 종은 리브가를 만났습니다. 하나님 앞에 기도했고, 하나님께서 리브가를 만나게 해 주셨습니다. 리브가는 급히 물동이를 내려놓고 상대의 피로를 살피는 여인이었습니다. 낙타에게까지 물을 먹이며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사람이었습니다. 선을 정해 놓지 않고 하나님의 마음에 새기는 인물이었으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감동을 주는 여인이었습니다.
이제 리브가에게 자기 정체를 드러내고 앞장서라고 합니다. 리브가의 가족들을 만나러 갑니다. 리브가도 자기에게 일어난 일을 듣고 경험했지만 얼떨떨했을 것입니다. 과연 지금 나에게 일어나는 이 일이 진짜인가? 집에 가서 가족들에게 자신이 경험한 일을 소상하게 말합니다. 그러자 버선발로 뛰어나온 한 사람이 있습니다. 라반이었습니다.
"리브가에게 오라버니가 있어 그의 이름은 라반이라 그가 우물로 달려가 그 사람에게 이르되" (창 24:29)
라반이 여동생 이야기를 듣고 달려 나갔습니다. 라반은 왜 달려 나갔을까요? 리브가처럼 아브라함의 종을 환대하기 위해서였을까요? 같은 마음으로 사람을 환영하고 기쁘게 맞이하는 사람이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라반에게는 속셈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나간 이유가 있습니다.
"그의 누이의 코걸이와 그 손의 손목고리를 보고 또 그의 누이 리브가가 그 사람이 자기에게 이같이 말하더라 함을 듣고 그 사람에게로 나아감이라 그 때에 그가 우물가 낙타 곁에 서 있더라" (창 24:30)
바로 금붙이 때문입니다. 코에 달린 코걸이와 손에 달린 손목고리를 보았습니다. 아직 정식으로 청혼하지도 않았고, 결정된 것도 없는데 내 동생에게 이 정도의 금붙이를 주는 사람이라면 내가 만나봐야 되겠다, 이 사람을 만나서 대화하면 내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일확천금을 얻을 수도 있겠다 — 아마 그는 그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라반이 달려 나갔습니다.
라반은 물질주의의 표상입니다. 요즘 우리 주변에도 많습니다. 돈이 된다면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의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라반입니다. 라반은 돈이면 다 하는 인물입니다.
훗날 이삭의 아들 야곱이 밧단아람으로 온 적이 있습니다. 야곱이 아버지를 속이고 형을 속이고 길을 떠나 밧단아람으로 갔습니다. 야곱은 라반의 딸 라헬을 보고 첫눈에 반했습니다. 이 상황을 다 알고 있었던 라반은 야곱의 마음을 이용합니다. 딸을 주는 대가로 7년 동안 부려 먹었습니다. 노동력을 착취했습니다. 돈 한 푼 주지 않고 그의 노동력을 착취했을 뿐 아니라 그의 지혜와 지식과 시간까지 도둑질했습니다.
그런데 결혼만 이루어졌다면 별 문제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야곱이 라헬을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결혼식 당일이 되었습니다. 첫날밤, 깜깜하게 불 꺼진 방에 라헬을 들여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의 언니 레아를 들여보냅니다. 신부가 바뀐 것입니다. 야곱은 아침에 눈 떠서야 이 사실을 알았습니다.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외삼촌이자 장인인 라반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따집니다. 그때 라반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야곱이 아침에 보니 레아라 라반에게 이르되 외삼촌이 어찌하여 내게 이같이 행하셨나이까 내가 라헬을 위하여 외삼촌을 섬기지 아니하였나이까 외삼촌이 나를 속이심은 어찌됨이니이까 라반이 이르되 언니보다 아우를 먼저 주는 것은 우리 지방에서 하지 아니하는 바이라" (창 29:25-26)
만약 그 지방의 풍속이 정말 이랬다면 미리 말해야 했을 것입니다. 이것도 거짓말입니다. 그냥 야곱을 묶어두기 위한 술책입니다. 그리고 야곱에게 말합니다. 네가 일주일 동안 이어지는 이 혼인잔치를 뒤집지 않으면, 그냥 묵묵히 이 잔치가 다 지나가도록 견뎌주면 라헬을 주겠다고 합니다. 라헬을 사랑했던 야곱은 일주일을 견딥니다. 그 대가로 다시 7년 동안을 종처럼 일합니다. 라헬 한 사람을 위해서 14년 동안 돈 한 푼 받지 않고 일했습니다. 라반은 그런 인물입니다.
아이가 어려서 떠날 수도 없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6년, 모두 20년 동안 라반은 야곱을 부려 먹습니다. 이제 시간이 지나서 야곱이 레아와 라헬에게 길을 떠나자고 말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