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 아닌 루머

당신이 디자인 에이전시 구직을 염두하고 있다면 근무 환경에 대한 루머를 들어 봤을 것이다. 에이전시에는 연차도 없고 야근 수당과 주말 수당도 없다더라, 간이침대를 펴놓고 사무실에서 산다더라, 신입이면 할 일이 없어도 퇴근을 못 한다더라, 신입은 일 년 동안 디자인이랑 상관없는 잡일만 한다더라 등. 문제는 그 루머들이 대부분 사실이라는 사실이다.

에이전시들은 야근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을까? 일정 관리를 안 하는 직원, 관성적으로 퇴근을 안 하고 남도 퇴근하지 않기를 바라는 상사, 무조건 일을 많이 받아오는 대표, 없다시피 한 회사 복지 시스템, 아무 때나 연락해서 다음 날 시안을 달라는 클라이언트, 게다가 그런 클라이언트에 다 맞춰주는 에이전시들의 분위기...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이 국가적 관심사인 이때, 디자인 에이전시들은 야근을 근절시킬 수 있도록 시스템과 문화를 개선하려는 노오력을 하고 있는 걸까?

고용노동부가 부여하는 2018 워라밸 실천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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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플래닛(https://www.jobplanet.co.kr), 크래딧잡(https://kreditjob.com/)에 지원하고자 하는 디자인 에이전시를 검색해보자. 재직했던 이들의 절절한 후기, 회사 복지시스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입/퇴사자가 동시에 많은 경우, 오래된 기업인데도 후기가 없는 경우, 업체 검색이 불가능한 경우 등은 구직하기 꺼림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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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 많은 에이전시는 야근만 하지 않는다

몇몇 에이전시들은 아직도 도제식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 도제식 시스템은 ‘사수' 밑에서 사수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어 좋다. 하지만 사수의 영향력이 강하기 때문에 위계질서에 집착하는 사고방식이 만연하다. 때문에 직급이 낮은 사람들은 위계에 의한 괴롭힘에 더 취약하다. 위계 권력에 취한 몇몇 ‘사수'들은 주니어들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 싶어 한다.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알량한 권력에 취해 폭력을 합리화하는 것이다. 회사에서 발생하는 모든 잡일이 ‘막내’의 역할이라고 믿으며, 그 잡일을 묵묵히 다 해야만 ‘인성’이 검증된 ‘우리 막내(insider)’가 된다. 이런 꼰대들을 대표에게 고발하고 싶어도 대표 또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는 두려움 때문에 주니어 때는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정신 건강을 좀먹는 환경 속에서 조직원이 외부 즉,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내고 그에 맞는 시도를 할 수 있을까? 에이전시 작업물에서 어떤 종류의 진부함이 발견된다면, 그것은 디자이너가 새로운 시도를 할 시간이나 정신적 여유를 주지 않고 하던 것만 계속하게 하는 회사의 탓이 크다.

위계적인 조직은 효율성도 떨어진다. 이런 조직에서는 대부분의 큰 프로젝트에 시니어 디자이너가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하고 주니어 디자이너가 어시스트를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주니어는 잡일만 계속하게 되니 업무에 동기부여가 안 되고, 시니어는 신경 써야 하는 프로젝트가 많아 계속해서 좋은 디자인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에너지가 소진된다. 시니어의 컨디션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어시스트의 성장 기회를 차단하는 이러한 방식은, 필연적으로 시니어의 소진과 더불어 회사 생산성을 주기적으로 곤두박질치게 만드는 요인이다.

진화하거나, 멸종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