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연구원 산재보험 적용법의 통과를 환영한다!

더 안전한 실험실,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한 창의적 연구에 젊음을 거는 학생 연구자들의 공간을 함께 만듭시다.

3월 24일 오늘 드디어 학생연구원에게 산재보험을 적용하는 법이 통과되었습니다. 2022년 1월 1일부터 전국에서 연구개발과제를 수행하는 학생 신분의 연구자들은 산업재해보험을 적용 받게 되었습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권리를 이제야 보장받는 것입니다.

2000년대 초부터 연구개발이 본격적으로 대학에 들어오고 많은 대학원생이 본격적으로 피땀 흘려가며 연구개발과제를 수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망사고를 포함한 각종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2005년 연구실 안전법이 만들어졌으나 그뿐이었습니다. 사실 이미 그때 산재보험을 적용했어야 합니다. 16년이라는 시간을 돌고 돌아 드디어 연구과제를 하는 대학원생도 산재보험의 보장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간 온당한 치료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억울한 일들을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보호 장치가 이제야 만들어진 것입니다.

매년 수백 명의 대학원생이 연구하다가, 연구실 유지관리에 필요한 일을 하다가, 조교 업무를 보다가 크고 작게 다쳐왔습니다. 하지만, 대학원생의 일은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대학원생이 겪는 사고는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한 채 민간 보험을 적용받아왔습니다. 요양급여에 큰 한계가 있는 민간 보험은 2019년 경북대 사고처럼 중대재해를 당했을 때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동안 대학 연구실은 안전보다 효율이 우선이었습니다. 연구실 공간은 새롭게 채워지는 설비로 비좁아졌고 제대로 된 안전 교육 보다도 한 번의 실험을 더 해야 하는 곳이 되곤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국내 연구기관 중 사고가 가장 많이 나는 곳이 바로 대학이 되었습니다.

대학원생도 이제 일하는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권리에 한발 다가섰습니다. 무력감을 떨치고 사회에 나서서 일한 사람의 정당한 권리를 쟁취했습니다. 정부의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수많은 다른 연구소의 노동자들처럼, 대학원생도 나서서 자신이 일한 권리로서 산재보험을 보장받고 안전한 연구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법안의 시행과정을 주시하고 서로 조직하여 이 법이 현장에서 편법 없이 오롯이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2019년 12월 경북대학교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조금 더 지났습니다. 너무나도 뼈아픈 사고이자 발생하지 말았어야 하는 사고였습니다. 사고자들은 여전히 힘들게 치료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들을 위한 우리의 연대는 계속 함께할 것입니다. 사고자들이 안정적인 치료 지원을 보장받을 때까지 함께 연대가 필요합니다.

이 법이 시행되기까지 너무나도 많은 분들이 연대하고 투쟁했습니다. 안전이 무너지는 사고를 마주할 때마다 목소리를 높였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대학원생, 학부생, 사고 피해자와 가족들, 학생회, 연구자, 강사, 교수들의 연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연구노동자’라는 이름으로 뭉쳐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다른 동료 노동자들의 지지와 연대에 힘입어 이 산을 넘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아직은 침묵할 때 용기를 내서 자신을 희생해가며 투쟁한 활동가들과 연대해준 동지들께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그리고 이 법안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고 국회의 침묵을 깨는데 함께 해주신 국회의 관계자 분들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고자의 아버님께서 저희에게 해주신 말씀을 다시 되새깁니다. 앞으로도 “더 안전한 실험실, 목숨을 담보로 거는 것이 아니라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한 창의적 연구에 젊음을 거는 학생 연구자들의 공간”을 만들어 갑시다.

대학원생도 일하면 노동자다! 산재보험은 우리의 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