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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회고를 하면, “올해도 참 많이 성장했다”라고 감상했다. 그리고 그 성장은 내가 어떠한 선택을 하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레 다음 연도와 이어졌다. 내가 변화할 필요까지는 없었기 때문이겠다.

2023년은 조금 다르다. “올해 너무 많이 변화했다”라는 감상과 더불어 내년에 어떤 변화를 만들지 결정하지 않으면 불리해질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든 것은 처음이라 공유하고 싶어졌다. 구체적으로 모두 써보자니 백만 년 걸릴 것 같아 찬찬히 그려보도록 하고, 나의 장점이자 단점인 추상화로 점철된 티저 정도로 그려보기로 했다.

알아차림

올해는 여러모로 나를 많이 알아차렸다. 나는 인생의 주제를 어떤 것으로 삼아 그림을 그리고 싶은지, 어떤 부분을 타협하지 않는지, 어떤 사람들과 함께할 때 행복한지, 지금 인식하고 있는 상태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싶은지 등을 생각하면서 가치를 알아차리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나만의 가치를 왜 계속 알아차려야 하냐고 묻는다면 복잡한 세상에서 쉽게 살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겠다. 올해 가장 힘들었던 시간은 나도 날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시작했다. 지금까지 자신감과 나에 대한 믿음을 굳건히 내세우며 살아온 내가 나를 모른다는 것은 꽤 심각했다. 공허하고 허무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어떤 것을 위해 사는지 고민스러웠다. 고민에 빠져있을 때, 내가 멋있게 여기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떠올랐다. 잠도 안 자고 매일 연습에 매진한 태민, 약 30억 달러를 미련 없이 기부한 이본 쉬나드, 목숨과 독립에 대한 외침을 바꾼 독립운동가 선생님들. 그리고 스스로 질문했다. 목숨과 바꿀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가? 아니 그런 게 있는가?

사명

혼자 생각하니 이것저것 어른이 되면서 생긴 두려움을, 너무 많이 알게 된 정보를 고려하느라 어려워서, 제삼자가 날것의 나를 상세히 기록한 생활기록부를 봤다.

안천초-특별활동상황.png

규암초-행동특성.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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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내용 잘림..

1학년 내용 잘림..

재미있었다. 일관적으로 누군가 돕기를 좋아한다니. ac2 레벨 1이 끝나고 3개월이 되어가던 시점이었기에 어떤 방향으로 도울 때 가장 즐거운지 명확했다. 나는 누군가의 자아 실현에 기여할 때 행복하다. 이건 자신 있게 목숨이랑도 바꿀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발견한 순간 퍼즐이 풀리는 쾌감과 함께 가슴이 다시 뛰었던 경험은 아직도 생생하다.

나다움

나의 사명을 발견하곤 신이 났다. 이제 나를 많이 알게 된 것 같았다. 남은 4분기를 잘 보낼 수 있겠다는 희열에 가득 찼다. 그러나 미처 몰랐던 더 큰 산이 있었다.

본질에 다다랐다고 생각했는데, 당장의 현실과 괴리가 엄청난 것이 문제였다. 내가 해내고자 하는 것과 지금 하는 일을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뭔가 거창한 변화가 있고 난 뒤에 나의 사명을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매일 외치는 애자일이 갑자기 어렵게 느껴지고 완벽주의의 굴레로 빠져갔다.

다시 내가 멋지게 여기는 사람들을 들여다봤다. 올해 샤이니는 정규 8집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Don’t Call Me의 성공을 이어 나갈 수 있는 Juice와 올드스쿨 힙합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HARD 중 컨템퍼러리 밴드라는 정체성을 기준으로 HARD를 선정했다. 내가 올해 롤모델로 삼은 이본 쉬나드는 ‘산에 오르거나 자연을 찾을 때 그곳에 갔던 흔적을 남기지 말라’는 좌우명을 기준으로 쉬나드 이큅먼트의 매출 70%를 차지하는 피톤 제작을 중단했다. 그리고 내가 멋지다고 생각한 주변인들도 자신의 원칙을 고수하여 OO다움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알아차린 후, 나에게는 아직 다은다움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조급해졌다. 이걸 만들기 위해 인위적으로 어떤 액션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조급한 마음은 결정을 회피하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나의 원칙이 없으니 다른 사람들의 원칙이 더 옳은 것이라는 생각에 이리저리 휘둘렸다. 새로운 정보를 획득할 때마다 생각이 변했다. 이어지는 생각은 스스로 구덩이를 파고 숨어있게 했다.

내가 구덩이로 들어간 후에는 구덩이 밖에서 손을 내밀거나 사다리를 내려주는 사람들 덕분에 밖으로 나오는 패턴이 있다. 참 감사한 일이다. 이번에도 여러 사람의 힌트, 한솔 대표님이 선물해 주신 ‘그래서, 인터널브랜딩’, 최고의 코치 영기 님과의 대화를 통해 헤어 나올 수 있었다. 이 경험에서는 원칙이 형성되는 시간을 이해했다. 이 경험은 나의 사명인 ‘자아실현’이라는 키워드와도 연결되어 더 소중했다. 나의 자아를 실현할 줄 알아야 다른 사람의 자아실현도 도울 수 있지 않겠는가?

사람은 상황에서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결정한다. 그리고 결정의 결과에 대해 책임지면서 원칙이 형성된다. 그리고 또 다른 상황에서 원칙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 반복된다. 이 과정은 완벽할 수 없고 평생 이어진다. 원칙을 뒤흔들만한 엄청난 사건이 있다면 중심부터 변화할 수 있고, 보통은 점진적으로 증분 할 것이다. 이렇게 증분 하다 보면 일관성이 보이고, 고유함과 독특함이 극대화되어 다은다움이 드러날 것이라고 이제 믿는다. (모든 사람들은 살아오는 과정에서 나다움이 조금은 있으니 없던 게 생기는 게 아니라 드러난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좋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