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안 토박이지만 대학 졸업 후 원하는 업계 취업을 위해 서울로 면접을 보러 다녔고, 7호선 라인에 있는 회사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출근 시간은 대략 2시간 정도. 매일 7시 20분에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타면 출근 시간 15분 전에는 회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고속버스 정기권과 대중교통비를 합하면 한 달 교통비는 월급의 1/3에 가까운 45만원 정도였다.

그렇게 6개월. 잦은 야근과 회사에 대한 신뢰도 상실 등을 이유로 첫 직장생활은 끝이 났고 천안에 있는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서울로 출퇴근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체력적으로 버틸 수 있겠냐며 걱정을 많이 해주었지만 사실 그건 내 퇴사의 이유가 되지는 않았다. 퇴근(주로 야근) 후에는 소셜 모임활동을 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프로그램을 진행해보기도 했으며 연애사업을,,진행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천안에서 1년이 넘어가면서, 다시 서울로의 이직을 고민하게 되었다. 대표님의 성향이나 회사 규모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상황들도 있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1. 비전과 성장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은 장기적인 비전보다는 당장의 작은 수입에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제조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제품을 생산하는 것 자체가 투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어느 정도의 도전이나 투자를 함으로써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어내기보다는 현상 유지에 집중하는 경향성이 많이 느껴졌다. 나의 성장에 대한 의구심은 덤.

2. 문과생의 일자리가 부족하다.

천안은 공단이 크게 자리잡고 있어 연구, 자재, 생산 관련 일자리는 많지만 문과생은 회계, 사무 외에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3. 연봉테이블이 낮다.

이건 회사를 신중히 고르지 않은 내 탓도 있지만, 실제로 이런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서울로 떠나는 지방 청년들이 많다고 한다.

그 와중에 듣게 된 팟캐스트. 평소 즐겨 듣던 혜민님의 방송이었지만 이번 회차는 최근의 고민과 관련된 이야기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가장 마지막까지 마음에 남은 말은 조금만 서울에서 멀어져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하나 둘 탈서울을 외치는 시점에서 인서울을 하려는 나는 어쩌면 불나방 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서울에서의 삶은 분명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건 머리로는 알고 있다. 이번엔 독립을 할 생각이라 고작 몇 천원, 몇 만원 아끼는데 전전긍긍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짧은 서울 생활 동안 경험한 인프라와 지방에서의 고충은 평화로운 홈타운을 다시 떠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줬다. 어쨌든 최종 목표는 탈서울, 탈직장인이다. 지금은 그저 스스로 독립하는 기반을 쌓기 위한 나름의 선택을 잘 만들어가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