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된 바다, 김순임 작가

[우리 삶의 예술적인 순간들] 김순임 작가의 어디서 굴러먹던 돌멩이

<aside> 💡 작가님이 지금까지 해오신 작업 중 환경 이슈와 가장 밀접했던(또는 대표적인) 창작 또는 교육 활동은 무엇이 있었는지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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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오카 해변과 아리아케 해변에서 수거한 해양 플라스틱을 분류 및 설치해 표현한 <Sea Rainbow>(2020년, 일본 규슈지역 규슈게이분칸 미술관에서 진행)와 부산 다대포에서 수거한 해양 플라스틱 설치 작업 <바다풍경_ Sea-scape> (2020년, 홍티아트센터에서 진행)이 있습니다. 두 전시 모두 한국과 일본의 바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자연화된, 사람으로부터 태어나 바다를 여행한 플라스틱 이야기입니다.

<aside> 💡 답하신 작업을 진행하실 때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입니까? 그 작업을 통해 관람객/참여자들이 공감하길 바랐던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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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스스로 공감할 것’, 즉 ‘진정성’입니다. 머리로 생각하던 것, 계획은 언제나 자연 현장에서 더 많은 공부와 감동을 배우며 달라지고, 때로 작가로서 자아는 작아지고 자연의 위대함과 경외심을 배웁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배우는 과정 동안 느끼는 고통과 어려움은 중독성 있습니다.

위 해양 플라스틱 작업은 플라스틱을 죄악시하거나 터부시함으로써 메시지를 던지는 캠페인에 거부감이 들었던 생각을 시각화한 것입니다. 너무 많이 사용하고 함부로 버려진 물건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함부로 한 행위의 주체, 즉 신나게 사용한 사람과 죄책감 없이 버린 행위야말로 손가락 끝에 있어야 할 것입니다. 누군가의 발명에 의해 태어난 플라스틱은 사람을 살리기도, 사람의 세상을 좀 더 평등하게 또 편리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귀하게 여겨지지 않고 함부로 쓰이다 버려지고, 버려진 채 환경에 적응하며 자연화된 플라스틱의 모습을 드러내 그 아름다움과 풍경이 된 현상을 있는 그대로 설치와 영상으로 제시한 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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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이슈와 밀접한 작업을 진행하면서 부딪히는 내/외부적 어려움은 무엇이 있습니까? (예시: 사람들의 선입견, 작가 개인의 가치관 갈등, 활동을 위한 자원 부족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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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적 어려움으로는 비치코밍이 늘 장기간 노동 시간을 요구하기에 체력을 좋은 상태로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 있습니다.

외적 어려움으로는 해변에서 작업실로 쓰레기를 운반하는 일, 제작하기 위해선 넓은 작업 공간이 필요하고 해당 지역의 기관, 여러 분야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받아야 프로젝트가 실현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비용이 필요합니다. 이로 인해 외부 지원 없이는 작업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또한 기관의 도움을 받기 위한 서류 작업, 자료 조사 등은 보이지는 않지만 작업의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작업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또한 완성된 작품은 전시 기간 동안에는 작품으로서 예후를 받다가도 그 기간이 끝나거나 작품이 있는 장소가 예술 관련 공간이 아닐 때에는 쉽게 폐기물로 오인받는 점도 들 수 있겠습니다. 최근 트리엔날레 전시 후 철수 과정에서 일어난 사고가 대표적입니다.

<aside> 💡 최근 몇 년 동안 기후 위기 및 환경 이슈와 관련한 창작 활동/교육/워크숍 등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과 관련 활동들을 어떻게 바라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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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다행이다, 생각했던 작업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받고 전시를 통해 사람들의 반응을 볼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유행과 이슈는 지나가버리기에 이에 대한 무지개빛 희망을 품지는 않습니다.

누군가는 꾸준히 작업해야 사람들이 궁금해할 때마다 내보일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환경에 대한 궁금함이 이슈로 그치지 않고, 습관과 생활이 되면 더 좋겠습니다.

<aside> 💡 환경 이슈와 관련하여 앞으로 시도해보고 싶은 창작 또는 예술 교육 활동이 있으십니까? 있다면 대략 어떤 내용(또는 방향)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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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교육이 아니라 참여자가 메시지를 창조할 수 있는 활동이면 좋겠습니다. 환경(자연 현장이든, 우리 생활 현장이든)을 세심히 관찰하고, 이에 대해 스스로 메시지를 만들어 시각 언어로 표현하고, 자신이 표현한 메시지를 지지하도록 이론과 생각의 논리를 찾아가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실내보다 실외에서, 무리보다 혼자서 스스로 생각하고 경쟁하지 않으면서 다양한 방식과 생각을 존중해야 할 것입니다. 찾아낸 생각이 참여자 각자가 느끼는 환경임을 모두가 인식하도록 생각을 나누는 시간과 참여자의 여유(자발적 여유든 비자발적 여유든 시간에 쫓기지 않는)가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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