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마가복음 1:40-45
1974년 2월, 미국의 언론 재벌 윌리엄 허스트의 손녀가 납치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그녀는 당시 스무 살이었고 UC 버클리에서 예술사를 공부하던 대학생이었습니다. 그녀를 납치한 조직은 미국의 도시 게릴라 조직으로 SLA라는 단체였습니다. 그들은 부자들을 겨냥하고 있었고 사유재산 철폐를 외치던 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수사는 오리무중이었습니다. 아무리 뒤지고 또 뒤져도 두 달 동안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두 달 후에 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은행 강도 사건이 벌어졌는데, 총으로 무장하고 침입한 사람 중에 그 당시 실종되었던 윌리엄 허스트의 손녀 패트리샤 허스트가 카빈 소총으로 무장하고 나타난 것입니다. 사람들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사건 후에 그녀가 언론사에 배포한 테이프에는 "나는 SLA의 자랑스러운 일원이고, 이 대의를 이루기 위해서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라고 말한 것이 드러났습니다. 사람들은 어떻게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한 여자가 두 달 만에 테러리스트가 될 수 있는가에 주목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결국 이 조직은 모두 체포되었고 재판정에 서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37년 형을 받고 복역하다가 자신은 강압에 의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하고 나서 7년 형으로 감형되고, 나중에는 지미 카터 대통령의 특별 사면으로 석방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은 그녀의 행동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너무 강하게 은행강도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데 있습니다.
그보다 1년 전인 1973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도 은행강도 무장 괴한이 침입했습니다. 당시 은행에 있던 손님들을 인질로 잡았습니다. 남자 세 명, 여자 한 명, 모두 네 명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6일 동안 대치했습니다. 6일간의 대치 후에 인질들은 석방되고 납치범들은 체포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에 네 명의 인질들이 걸어갔던 행보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법정에서 납치범들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심지어는 납치범들의 석방을 위해서 모금 운동까지 벌였습니다.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현상을 스톡홀름 증후군, 스톡홀름 신드롬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저 멀리 미국이나 스웨덴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며느리가 어떤 한 집안에 시집을 왔습니다. 아주 못된 시어머니를 만납니다. 수십 년 동안 아주 고된 시집살이를 했습니다. 욕하면서 저희 시어머니 때문에 죽을 것 같다고 했는데, 수십 년이 지나고 나서 자기도 모르게 어느덧 그 시어머니처럼 닮아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회사에 신입사원으로 들어갔습니다. 직장상사가 그렇게 괴롭힙니다. 1초도 가만히 두질 않습니다. 그 상사 때문에 죽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자신도 그 자리에 가고 나니 똑같이 신입사원을 괴롭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가리켜서 '공격자와의 동일시'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즉 심리적으로 도피처를 찾기 위해서, 심리적으로 살기 위해서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즉 이렇게 치부하는 것입니다. 내가 시어머니가 되어 보니까 그때 우리 시어머니가 왜 그랬는지 알겠어, 며느리들은 처음부터 다 잡아야 된다. 내가 이제 상사가 되어 보니까 이 자리에 오니까 이 신입사원들이 이렇게 발이 빠릿빠릿하지 않아서 회사가 돌아가지를 않는다. 그래서 신입사원은 이렇게 잡아야 된다, 그래야 회사가 돌아간다. 이런 식으로 자기를 공격했던 공격자와 동일시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테러리스트를 잘 몰랐는데 막상 내가 납치되어서 테러리스트들과 함께 있어 보니까 그들이 말하는 것이 하나도 틀린 것이 없더라, 그래서 나도 그들과 이제는 동의하는 사람이 되었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공격자와의 동일시입니다.
사탄은 이런 점을 아주 악용합니다. 사회는 이렇게 해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합니다. 죄의 관성에 사로잡히고 죄가 주는 그 굴레에 발목 잡혀서 자기도 자신도 모르게 죄의 굴레에 빠져 드는 현상을 말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이 본문에 보면 아주 훌륭한 한 사람이 등장합니다. 이분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악과 죄와 관습의 관성을 깨뜨렸습니다. 그리고 주님 앞에 나아갔습니다. 살려 달라고 외쳤습니다. 저는 살고 싶습니다. 손을 내밀어 주께 도움을 청했습니다. 한 나병 환자 이야기입니다.
이분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도 혹시 지금 우리를 공격하는 사탄과 자기도 모르게 동일화시켜 버리고 그 굴레에 빠지고 갇혀서 살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 자신을 돌아보시고, 이 굴레가 있다면 깨뜨리는 축복의 시간 되시기를 바랍니다.
한 나병 환자에게 복된 소식이 들렸습니다. 예수님 소식이었습니다. 예수님이 회당에서 귀신을 쫓아내 주신 것과 베드로 장모의 열병을 고쳐주신 일, 그리고 각색 병자들을 고쳐 주신 일이 그 나병 환자의 귀에 들렸습니다. 그분도 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주님 앞에 나왔습니다. 살려 달라고 외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