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와 엘리사벳 (눅 1:39-45)

19세기 후반 우리나라는 어둡고 긴 암울한 터널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그런 험한 세월을 살아갈 때 그 세상에 태어난 사람 모두가 고난을 겪지만, 특히 여성들의 삶은 유난히 힘들었습니다.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도 아닌데, 몇몇 세도가 집안을 제외하면 여성들의 삶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고난이 예고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그때도 아이들이 태어나고 여자아이들도 태어났습니다.

1860년 경기도 구리에서 한 여성이 태어났습니다. 윤희순이라는 여성이었습니다. 그 집안은 예로부터 유학을 공부하고 가르쳤던 뼈대 있는 유학자 집안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 나라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좋은 교육을 받고 곱게 성장했습니다.

윤희순은 16세에 결혼을 합니다. 유 씨 집안에 시집을 갔는데, 결혼할 때는 미처 알지 못했지만 시집가 보니 시아버지와 남편이 독립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너무 귀하게 자랐던지라 세상물정도 잘 모르고 독립운동을 왜 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지만, 그 집에 식구로 살면서 이것은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뒤에서 그냥 뒷바라지만 하고 있는 것보다 자신도 무언가 할 일을 찾아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윤희순은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여성 의병장이 됩니다. 그런데 여성 의병장이라는 것이 혼자서 깃발 든다고 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함께 뜻을 모으고 같이 이 일을 하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나서줘야 합니다. 무려 서른 명이나 모았습니다. 서른 명의 여성들을 모아서 조직을 했는데, 조직 이름이 안사람 의병단입니다. 그런데 이 여성 의병들이 어떤 일을 할 수 있었을까요? 생각보다 꽤 조직적이고 치밀했으며 구체적으로 일을 했습니다. 이분들이 군자금을 모금하러 다녔습니다. 그리고 모인 군자금을 전달하는 전달책 역할도 했습니다. 남성들에 비해서 불심검문을 비교적 덜 받기 때문에 안전하기도 해서 여성들이 그 위험한 일을 감당했습니다. 또한 실제로 의병들이 전투를 벌일 때 식사를 제공하기도 했고 세탁 업무를 도맡아 한 적도 있습니다. 드물기는 했지만, 폭탄을 제조하고 운반하는 일도 했습니다.

안사람 의병단은 열심히 의병 활동을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최선을 다했지만, 나라는 지켜내지 못했습니다. 1910년 일제에 의해서 국권을 빼앗깁니다. 그러자 유 씨 집안 모든 식구들이 만주로 이주를 합니다. 모든 재산을 처분해서 만주에 가서 학교를 세웁니다. 그때부터 후학들을 만주에서 가르칩니다. 그런데 만주에서 시아버지도 세상을 떠나고 남편도 죽고, 1935년 윤희순도 결국 세상을 떠납니다. 역사가 기억하는 윤희순은 단 한 줄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 여성의 위대한 점은 신념을 가지고, 의지와 목적을 가지고, 열심히 주변을 알아봤더니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모았고, 조직했고, 앞장서서 일했습니다.

세상에서도 신념과 목적을 가지고 꾸준하게 자기 일을 해나가면 돕는 사람들이 생기게 되어 있습니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와 같은 의지, 좋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한두 사람씩 모이기 시작하고 세력을 얻으면 그 일은 흐름을 타게 되고, 결국 역사를 바꾸는 동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믿지 않는 사람들도 이런 일을 하는데 믿음의 사람들은 어떻겠습니까? 믿음을 가지고 성령으로 충만한 사람들이 하나님 앞에 쓰임 받으면, 그것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주변에 그와 같이 동역하는 사람들이 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성령으로 충만한 사람들이 함께 동역해 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하나님 말씀을 보면 두 명의 여인이 나옵니다. 마리아와 엘리사벳, 두 여인입니다. 이들은 모두 성령으로 충만했습니다. 이들은 서로가 하나님 앞에 귀하게 일꾼으로 쓰임 받았습니다. 이 두 분의 공통점을 살펴보면서, 나는 과연 하나님의 일을 할 만한 사람인가, 나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가, 내 주위에는 어떤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는가 묵상하고 살피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1. 결단과 즉각적 행동

마리아는 수태고지를 받았습니다. 우선 천사가 와서 그에게 수태고지를 하는데, 이제 마리아가 결정을 해야 합니다. 마리아는 "나는 주의 여종입니다"라고 여종 신앙을 고백합니다. 사람들이 볼 때는 은혜가 아니지만, 하나님이 은혜라고 하시니 은혜로 받겠다고 고백했습니다. 또한 주인의 범위를 넓힙니다. 나는 요셉에게 속한 자가 아니라 하나님께 속한 자입니다. 자신의 소속과 신분을 분명히 했습니다. 또한 촛대를 붙잡았습니다.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 다른 데로 가지 마시고 나를 통해 아버지의 말씀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고백합니다. 결단했다는 말입니다.

이제 그 이후에 일어난 일입니다. 천사가 떠났습니다. 이제 마리아가 어떻게 했겠습니까? 39절을 보십시오. "이때에 마리아가 일어나 빨리 산골로 가서 유대한 동네에 이르러." 마리아가 빨리 일어나서 산골로 간 이유가 무엇입니까? 엘리사벳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천사가 수태고지 하면서 말하지 않았습니까? 너의 친척 엘리사벳도 지금 임신한 상태라고. 마리아는 알고 있습니다. 엘리사벳이 나이가 많아 늙었고, 아기를 가지거나 낳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천사를 통해서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일어나 빨리 달려간 것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어나 빨리"라는 말입니다. 마리아는 하나님 앞에서 결단했습니다. 결단 이후가 중요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주의 여종입니다.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결단하고 그냥 머물러 있지 않았습니다. 일어났습니다. 빨리 달려갔다는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설교 듣습니다. 성경 읽습니다. 은혜 받습니다. 기도하면서 결단합니다. 눈물도 흘립니다. 그런데 결단은 하는데 결단 이후에 행동으로 가는 것은 굉장히 더딥니다. 결단은 되는데 결단 이후에 일어나지를 않습니다. 그냥 그 자리에 머물러 있습니다. 빠르게 행동하지 않습니다. 재빠르게 움직이지를 않습니다. 결단은 하지만 행동까지 가는 것은 힘이 듭니다. 100번의 결단을 하면 한 번 움직일까 말까입니다.

만약에 마리아가 결단하고 그냥 그 자리에 앉아 있었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마리아가 생각이 복잡해졌을 것입니다. '이것을 부모님께 알려야 하나? 우선 나의 정혼자 요셉에게 말해야 하나?' 부모님께 알리고 가족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그러면 부모님이 어떻게 했겠습니까? 방에 가둬 버렸을 것입니다. "아버지, 어머니, 제 뱃속에서 성령으로 잉태된 아이가 자라고 있답니다." 믿겠습니까? 부모님이 방에 가두어 놓고 나오지 못하게 하고, 이제 가족들이 이 문제를 수습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했을 것입니다.

마리아는 알고 있습니다. 나의 신분과 나의 소속은 부모에게도, 요셉에게도 아닌 주의 여종이다. 그녀는 결단하고 일어나서 빨리 달려갑니다. 그 빨리 달려간 이 마리아가 복된 여인입니다. 결단과 행동이 바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1-1. 라합의 결단

우리는 여리고 성에 살고 있었던 라합이라는 여인을 알고 있습니다. 라합은 여리고 성에서 여관집 주인으로 살았습니다. 오며 가며 많은 사람들이 자기 집에 드나듭니다. 히브리 민족을 책임지고 있는 여호와라 하는 하나님, 그 신 이야기를 사람들이 자꾸 이야기해 줍니다. 흥미로웠습니다. 그 여호와라고 하는 신이 자기 민족을 저 강력한 제국 이집트에서 열 가지 재앙으로 출애굽시켰다더라, 홍해를 가르셨다더라, 광야에서 만나와 메추라기를 주시고 반석에서 물을 내셨다더라. 처음에는 믿지 않았는데 여러 사람들이 수없이 많이 그런 이야기를 하니까 듣다가 그만 라합에게 믿음이 생겨버렸습니다. 마음에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 믿음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이 믿음을 달아볼 수 있는 시간이 속히 옵니다. 여호수아가 보낸 두 명의 정탐꾼들이 자기 여관에 들어옵니다. 신고하고 잡아가라고 하든지, 아니면 숨겨주든지, 둘 중에 하나의 결단을 해야 합니다. 라합의 선택은 후자였습니다. 라합이 후자를 선택하는 순간 이제 라합은 목숨을 건 모험에 뛰어들어간 것입니다.

정탐꾼들에게 이렇게 요청합니다. 여호수아 2장 12절과 13절을 보십시오. "그러므로, 이제 청하노니 내가 너희를 선대하였은즉 너희도 내 아버지의 집을 선대하도록 여호와로 내게 맹세하고 내게 증표를 내라 그리고 나의 부모와 나의 남녀 형제와 그들에게 속한 모든 사람을 살려주어 우리 목숨을 죽음에서 건져내라." 라합이 이렇게 정탐꾼들에게 요청합니다. 이 요청은 현실 그대로 됩니다. 여호수아가 명령하지 않습니까? 여리고 성이 무너지는 그날에 우리가 약속한 대로 저 집에 붉은 줄이 매여 있는 집은 손대지 마라. 그 집에, 라합의 집에 그의 형제 가족 일가친척들, 심지어 짐승들까지 다 모여 있었습니다. 그중에 생명을 잃은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라합이 결단했고 결단을 행동으로 옮겼기 때문에, 라합뿐만 아니라 그에게 속한 모든 사람들이 다 살아나지 않습니까? 위험한 결단이었습니다. 목숨을 건 결단입니다. 그런데 이 결단은 사람을 살리고 사람을 세웁니다. 결단으로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행동으로 옮겨냅니다. 라합과 같이 마리아도 역시 그랬습니다. 라합도, 마리아도 결단하고 일어나 빨리 달려갔습니다.

여러분, 이제 우리가 주저앉아 있으면 안 됩니다. 결단했다면, 즉시 움직여야 합니다. 결단한 대로 살아내야 합니다. 결단한 대로 움직이고, 결단한 대로 살아가야 내 인생에 열매가 맺힙니다. 살지 않으면 열매는 맺힐 수가 없습니다.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