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는 생각할 수 있는가?

최근에 다 읽은 <괴델, 에셔, 바흐>의 핵심적인 질문이기도 한 이 질문에 대한 나의 결론은 ‘그럴 것이다’ 이다.

내가 보기에 이 질문은 ‘인간의 사고를 정량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가’와 동일하다. 만일 인간의 사고를 정량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 표현식을 실행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고, 그 기계를 실행하면 그 기계는 인간이 사고하는 것과 동일한 것을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고를 수행하는 물리적 구조가 뉴런 네트워크이냐 실리콘으로 된 칩이냐 혹은 다른 구조물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 사고 자체는 동일한 것이다. 튜링 머신은 실리콘으로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비용이 저렴하니까 실리콘으로 만드는 것일 뿐, 같은 논리 체계를 담아낼 수 있는 물리적 구조만 갖는다면 그 어떤 것으로도 튜링 머신은 만들 수 있다.

인간은 스스로 많은 영역에서 우주의 특별한 존재라고 여겼던 시절이 있었지만, 인류 지식의 역사는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특별한 존재가 아님을 깨닫는 과정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인류는 이미 자신들이 다른 동물들에 비해 특별하지 않음을 이해하고 있으며, 시간이 충분히 지나서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기계가 등장하게 되면 인간은 심지어 기계에 비해서도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튜링머신은 생각할 수 있는가?

나는 언젠가 인간의 뇌에 대한 많은 비밀이 풀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인간의 사고를 정량화할 수 있는 수학적 기반이 쌓이면 그 논리 체계를 수행할 수 있는 기계를 개발하여 생각하는 기계가 등장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 믿지만, 다만 그것이 현재의 튜링머신으로도 가능한지는 확신할 수 없다. 시계는 생각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그렇다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가 확신할 수 없는 또 다른 지점은 우리의 다양한 타입의 인지 체계와 무의식 체계(비서술적 지식들), 감정 체계, 모르는 것을 아는 것 등 의식의 기반을 이루는 뉴런 네트워크의 물리적인 수준에 대한 고려 없이 의식을 정량화 하는게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는 점이다.[1] 사실 그것들을 정량화 하는 것이 가능한지도 확신은 어렵다. 나는 아직 정량화 하지 못 한 것들 중에는 수학이 발전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정량화 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는 것이 있으리라 생각하는데,[2] 만일 우리 뇌를 구성하는 것들 중에 그러한 부분이 존재한다면 기계는 생각할 수 있다는 내 생각은 틀린 것이 될 것이다.

우리는 아직 뇌와 의식에 대해 모르는 바가 더 많다. 아직 알 수 없는 지점에 대한 논의에 이르면 나는 늘 하이젠베르크의 입장을 취한다. 우리의 뇌와 의식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가 뒷받침이 되기 전까지 우리의 의식과 생각에 대한 논의는 과학이라기 보다는 각자의 철학에 가까울 것이다.


[1]:  나는 비록 대단히 느릴지라도 뉴런 네트워크의 가소성이나 병렬구조는 현재의 결정론적 튜링머신으로도 구현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소프트웨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그 수행 매우 커서 현실적인 시간(1018초)을 넘어선다면 그것을 과연 가능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2]: 나는 우주가 수학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입장에 반대하는 쪽에 서 있다. 자연에서 수학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이해하기 위해 수학을 도입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존재가 먼저고, 정보는 그 다음이다. 우스개 소리로 과학자들은 우주가 수학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고, 공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믿는다고 하니 나는 공학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