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람에서 아브라함으로

본문: 창세기 17:1-8

암환자를 주로 치료하는 서울의대 김범석 교수는 환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고 합니다. "암에 좋은 음식이 무엇인가요? 건강보조식품을 먹어도 됩니까? 고기가 먹고 싶은데 먹어도 될까요?" 음식에 대한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김 교수의 대답은 항상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먹느냐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사랑하는 사람, 마음이 편안한 사람과 함께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예쁜 접시에 음식을 담아 먹으면 무조건 건강에 좋습니다."

의사가 비과학적으로 대답하는 것 같지만, 오랜 임상 경험에서 나온 확신 있는 답변입니다. 비단 먹는 것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은 인생에서 '무엇'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 무엇을 이루었는가, 직업은 무엇인가,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그 '무엇'에 집중하면 무언가를 이루지 못할 때 불행해집니다. 남들이 다 가진 그 무엇이 나에게 없으면 열등감을 느끼고, 피곤해지며, 불만이 켜켜이 가슴에 쌓여갑니다.

인생의 전환은 '무엇'에서 '어떻게'로 집중점을 바꾸는 데서 시작됩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것에 감사하고 만족하며, 어떻게 이것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 것인가, 어떻게 이것을 의미 있게 가져갈 것인가, 어떻게 가정을 행복하게 꾸려나갈 것인가, 어떻게 믿음 생활을 할 것인가. 방법의 문제를 고민하고 기도해야 행복할 수 있습니다.

무엇에서 어떻게로

아브라함의 일생을 돌아보면 그는 '무엇'에 집중했습니다. 아들에, 자식에 집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남들 다 있는 자녀가 나에게 없으니 불평이 생기고 불만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제 자녀가 생겼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자녀가 생겼는데, 그 무언가를 얻었는데 하나님을 떠나버렸습니다. 그 '무엇'이 그를 오히려 불행하게 만들고 죄짓게 만들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하나님께서는 '무엇'에 집중하지 말고 '어떻게' 살 것인지를 돌아보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의 삶에 방향 전환의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아브라함은 하갈을 통해서 이스마엘을 낳습니다. 이스마엘을 낳은 이후 13년 동안 아들에게 흠뻑 빠져 살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브라함이 예배를 빼먹은 건 아닐 것입니다. 다른 사람처럼 타락하거나 심각하게 하나님을 떠나 살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심령과 마음 중심을 감찰하신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형식적으로 예배를 드리고 죄짓지 않고 타락하는 인생을 살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 마음속에 하나님보다 더 사랑하고 더 섬기는 이스마엘이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우상 숭배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하나님께서는 이런 아브라함에게 찾아오십니다. "너는 내 앞에서 행하여 완전하라" 말씀하십니다. 사람이 하나님 앞에 완전할 수 없는데 하나님이 완전하라 하신 것은, 말씀으로 나와 동역하자는 뜻입니다. 하나님께서 말씀 앞으로 아브라함을 초대하신 것입니다.

내 언약이 너와 함께 있으니

이어서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중요한 말씀을 들려주십니다.

"보라 내 언약이 너와 함께 있으니 너는 여러 민족의 아버지가 될지라" (창 17:4)

'여러'라는 말은 히브리어 '하몬'으로, '큰' 또는 '많은'이라는 뜻입니다. 너는 큰 민족의 아버지, 많은 민족의 아버지가 될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말씀은 그 앞에 나오는 "내 언약이 너와 함께 있으니"입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처음 만났을 때, 그를 불러 하란 땅에서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실 때 들려준 말씀이 아브라함과 24년 동안 함께하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니 너는 복이 될지라" (창 12:2)

이 말씀은 아브라함의 나이 75세 때 하나님이 그를 처음 만나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실 때 들려주셨던 말씀입니다. "내 언약이 너와 함께 있다"는 말씀은 하나님께서 이 말씀을 주시고 24년 동안 함께 동행하셨다는 뜻입니다.

우리 하나님은 형상이 없는 분이십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나를 위하여 형상을 만들지 말고 조각하지도 말라"고 명하셨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어떤 방식으로 당신의 백성과 함께하실까요?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요 1:1)

말씀이 곧 하나님이라 하셨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시는 방식은 언약의 말씀으로 항상 함께하시는 것입니다. "내 언약이 너와 함께 있다"는 말씀은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동행하셨다는 뜻입니다. 24년 전 75세 때 처음 부르실 때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게 하겠다" 하신 그 말씀, 24년 동안 하나님은 변함없이 이 말씀을 지키시며 함께 머무셨는데, 아브라함은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99세가 되어 하나님이 다시 처음 하셨던 약속을 일깨워주시며 "내 언약이 너와 항상 함께 있으므로 너는 여러 민족의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고 한 번 더 확인시켜 주셨습니다. 99세 때 이 말씀을 처음 하신 것이 아닙니다. 24년 전에 하셨고, 하나님은 24년 동안 이 말씀으로 아브라함과 동행하셨습니다.

그런데 아브라함은 까맣게 몰랐습니다. 하나님이 나와 함께하시는 줄, 그것도 언약의 말씀으로 항상 지키고 돌보고 계신다는 것을 아브라함은 까맣게 잊고 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