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이 많이 부족한 노트북을 가지고 키보드를 열심히 두드린다. ‘인터넷하고 글만 쓸 건데 고급 사양이 다 무슨 소용이람.’ 하며 50만 원짜리 노트북을 호기롭게 샀던 게 벌써 4년 전이다. 가끔 인터넷 페이지 로딩이 2초 정도 걸리고, 성격 급한 내 손은 로딩 속도를 기다리지 않고 0.5초 먼저 마우스 왼쪽을 눌러 의도치 않은 테이블을 생성할 때마다, 지우고 다시 시작해도 성격 급한 내 오른손이 똑같은 실수를 한 번 더 할 때마다 나는 4년 전의 나를 생각한다.

‘그때 대체 왜 그랬니.’

그땐 50만 원짜리 노트북도 나에게 오버 스펙이라 믿었다. 많이 쓰는 프로그램은 한글과 컴퓨터라 생각했고 인터넷 할 때만 컴퓨터 전원을 키겠지 했는데 4년 후의 나는 모든 업무를 저사양 노트북으로 하고 있다. 그때는 이 노트북에 진심이었는데 지금은 그 진심을 의심하고 있다.

‘새 노트북 사고 싶다.’

지금의 내 마음은 새 제품을 원하고 있다.

나는 물욕이 꽤 있는 편인데 특히 전자기기에 관심이 많다. 전형적인 IT 기기 물욕쟁이다. 기기의 특성이나 기능은 잘 모르는데, 괜찮아 보이니 갖고 싶어 하는 마음이 앞서 집착 수준으로 기기에 대해 알아보고, 영상 보며 구매욕을 일으키는 그 시간들을 몇 주 보내고 나면 나는 지갑을 열어 기기를 사고 있다.

카메라, 컴퓨터, 심지어 태블릿PC까지 안 뻗어나간 분야가 없다. 그나마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사실을 고백하자면 지금 쓰고 있는 저사양 노트북을 참지 못하고 M1 칩을 탑재한 맥 미니를 구매했다. 물론 용도가 있다. 노트북으로 실행시키지 못하는 포토샵, 일러스트, 인디자인 등 무거운 프로그램을 활용해 책을 만들어 출판물을 만들겠다는 용도 말이다.

물건을 사야 하는 당위성을 만들어 붙이면 양심의 가책을 조금은 덜 수 있다. 물론 치사하지만 최고로 합리적인 구매 방법이다. 이 치트키를 매번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나는 스스로 제한을 두었다.

‘큰 건 일 년에 하나만 사자!’ 하지만 이 마음은 내 앞에 놓인 50만 원짜리 노트북에서 흔들리고 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둘 다 맞는 말이다.

내 마음이 시시각각 변할 뿐이지 진심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 4년 전 노트북을 구매할 때, 이게 나한테 맞지 하며 샀을 때, 사양이 좀 많이 부족한데?라며 답답함을 느끼는 지금도 모두 맞다. 매 순간 맞고 옳았을 뿐 진심이 아닌 적이 없었다. 다만 진심의 유효기간이 영원하지 않을 뿐이다.

노트북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마음은 흔들리고 있다. 이 흔들리는 마음도 진심일 테니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 올해가 될지 내년이 될지, 어쩌면 4년의 시간이 더 지날지, 내가 얼마큼이나 이 노트북을 사용할지 모른다. 다만 사용하는 동안, 새 노트북을 고르는 시간 모두 진심일 테니 부정하지 말고 받아들이자. 변해도 변한만큼 내 마음은 진심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