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여종이오니 내게 이루어지이다 (눅 1:26-38)

1940년 5월 10일은 영국 역사상 가장 암울한 날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서유럽 전체가 독일의 히틀러에게 넘어갔고, 대륙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프랑스마저 항복을 선언했습니다. 이제 바다 건너 섬나라 영국 하나만 남은 상황이었습니다. 바로 그때 65세의 윈스턴 처칠이 총리가 되었습니다. 그가 총리가 된 후 의회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혹독한 시련 앞에 서 있습니다. 제가 총리가 되었지만 여러분들에게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피와 노고와 땀과 눈물을 여러분에게 드릴 수 있습니다."

사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그런 극심한 어려움의 상황이 아니었다면 과거 영국의 영화를 연설했을 것이고 앞날의 장밋빛 미래를 설계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는 작금의 현실에 극심한 시련과 혼란이 있음을 있는 그대로 연설했습니다. 이것은 역사적인 연설이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진실을 호도하지 않았고 있는 그대로를 겸손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의 연설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어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우리 영국만 남았습니다. 우리는 피하지 않을 것입니다. 계속해서 싸우고 계속해서 투쟁해 나갈 것입니다. 바다에서도 싸울 것이고 공중에서도 싸울 것이고 들판에서도 거리에서도 계속해서 싸워서 결국은 승리할 것입니다. 저를 도와서 한마음이 되어 주십시오."

그는 피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입니다. 우리 영국마저 피한다면 이 유럽은 완전히 히틀러의 손에 넘어가게 되는데, 피하지 말고 혹독한 시련이 있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번 해보자고 격려한 것입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습니까? 결국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전국이 되지 않았습니까? 겸손하게 현실을 인정하지만 어렵다고 피하지 않는 자세가 승리를 가져왔습니다.

이와 같이 오늘 우리가 읽은 하나님 말씀에서 마리아도 역시 피하지 않습니다.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합니다. "주의 여종"이라고 말합니다. 그 결과 마리아가 받은 영광이 얼마나 대단합니까? 하나님의 아들,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자신을 통해서 이 세상에 보내게 됩니다. 오늘 이 말씀을 통해서 나는 무엇이 부족한지, 하나님께서 나에게 바라고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말씀을 통해서 힘을 얻고 살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1. 천사의 방문과 은혜의 선포

사가랴는 자신의 입으로 하나님께 기도도 하고 불신앙적 고백도 했습니다. 하나님은 요한이 태어날 때까지 열 달 동안 그를 말하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엘리사벳은 대단히 지혜로운 여인이었습니다. 남편의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을 알고 하나님께서 무엇을 원하시는지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그녀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갑니다. 열 달 동안 침묵하고 묵상합니다. 사람들에게 떠벌리거나 자랑하지 않습니다. 남편이 천사를 만난 것도, 내가 늙은 나이에 아이를 가진 것도 사람들에게 자랑하지 않고 하나님께 묵묵히 아뢰며 엎드려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 그렇게 보낸 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 사가랴를 찾아가서 요한의 소식을 알렸던 천사 가브리엘이 이제는 또 다른 여인을 찾아갑니다. 마리아였습니다. 26절과 27절을 보십시오.

"여섯째 달에 천사 가브리엘이 하나님의 보내심을 받아 갈릴리 나사렛이란 동네에 가서 다윗의 자손 요셉이라 하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에게 이르니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라"

마리아는 그저 평범한 처녀였습니다. 시골 처녀였습니다. 약혼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요셉이라는 유다 지파의 자손이고 다윗의 자손인 한 청년과 약혼했습니다. 그냥 소박한 처녀입니다.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여성 가운데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마리아를 천사가 찾아갔습니다. 천사가 왜 찾아갔을까요?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 간 것입니다. 천사가 전하는 소식을 봅시다. 28절에서 30절입니다.

"그에게 들어가 이르되 은혜를 받은 자여 평안할지어다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시도다 하니 처녀가 그 말을 듣고 놀라 이런 인사가 어찌함인가 생각하매 천사가 이르되 마리아여 무서워하지 말라 네가 하나님께 은혜를 입었느니라"

아직까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천사가 마리아에게 말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가 두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천사가 마리아의 이름을 알고 왔다는 것입니다. 정확하게 "마리아여"라고 이름을 불러주지 않습니까? 이 말은 다 파악하고 왔다는 뜻입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너에게 보낸 목적과 이유가 분명히 있다는 뜻입니다. 천사가 그냥 오다가 할 일이 없어서, 심심해서 어느 한 처녀를 찾아가서 같이 놀자고 이름을 부른 것이 아닙니다. 그냥 지나가는 길에 들린 것이 아니고 분명한 이유와 목적이 있어서 온 것입니다.

가브리엘 천사는 하나님께서 보내신 좋은 소식을 전하는 천사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마리아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리고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다 알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받을 만한 자격이 있기에, 하나님의 좋은 소식을 분명히 기억할 만한 자격이 있기에 하나님은 천사 가브리엘을 마리아에게 보낸 것입니다.

두 번째 정보는 28절에도 은혜라는 말씀이 나오고 30절에도 은혜라는 말씀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두 번이나 은혜를 반복한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은혜를 주시겠다는 뜻입니다. 은혜의 방향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옵니다. 수직적입니다. 은혜는 받는 사람이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은혜를 주시는 수여자가 되시고, 하나님께서 은혜를 주시는 주관자, 주체가 되십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마리아가 은혜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고 판단하셨고, 그래서 천사 가브리엘을 보내셨습니다.

이제 그 은혜의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합니다. 31절을 보십시오.

"보라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

이것이 은혜의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마리아 입장에서 이것이 과연 은혜인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만약 이것이 은혜가 되려면 마리아는 이미 결혼한 상황이어야 합니다. 무려 이 상황은 2천 년 전 유대 땅입니다. 굉장히 보수적이고 율법이 시퍼렇게 살아 있습니다. 만약에 마리아가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배가 불러온다면 사람들은 그녀를 돌로 쳐서 죽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잉태 소식을 알렸고, 그리고 아이의 이름까지 천사가 지어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어떻게 은혜가 된다는 말입니까?

마리아 입장에서 진짜 은혜로운 소식이라면 몇 가지 정도가 있을 것입니다. 이를테면 "너의 가정이 그렇게 부유하지 못하니 결혼할 때 지참금이 필요하지 않겠느냐? 저 뒷산에 가서 어디어디를 파보아라. 금덩어리 세 덩어리 정도를 내가 묻어두었으니 그것 가지고 가서 배부르게 잘 먹고 잘 살아라." 그 정도가 되면 은혜로운 소식이 됩니다. "앞으로 네가 살면서 힘들 때 어려울 때가 얼마나 많겠느냐? 그런데 네가 그때마다 소원을 빌면 나는 너의 소원을 들어주마. 세 가지 소원 정도는 내가 얼마든지 무슨 소원이든지 들어주마." 그 정도가 되면 이것은 은혜로운 소식이 됩니다.

그런데 마리아 입장에서는 전혀 은혜롭지 않은 소식, 처녀가 잉태한다는 소식을 천사가 전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말합니다. 다윗의 왕위를 이야기하고 야곱의 집을 말합니다. 거대한 역사의 대서사시를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그런 것은 마리아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나는 그런 것 필요 없습니다. 나는 역사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릅니다. 나는 소박하고 연약한 시골 처녀입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내 남편이 될 요셉과 결혼해서 알콩달콩 살고 싶습니다. 이 정도의 소망만 가지고 있는데 거대한 역사 이야기는 저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