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카사와를 거장의 반열로 올려놓은 건, 그의 디자인 철학인 ‘슈퍼 노멀Super normal’ 입니다. “평범한 디자인이야말로 인류가 사용하기에 가장 좋은 형태로 진화한 결과물”

‘슈퍼 노멀’은 어떻게 디자인될까요? 후카사와는 “관찰에서 시작된다”

“CD 플레이어를 주방의 환풍기처럼 디자인했어요. 사람들은 환풍기 줄을 보면, 시원한 바람이 나오길 기대하면서 당깁니다. 바로 이 무의식적인 행동에 주목했어요. 줄을 당기면 바람이 부는 대신 CD가 천천히 돌아가는데, 회전 속도가 서서히 올라가기 때문에 팬의 바람 소리처럼 들리죠.”

“사람들은 착각합니다. 자극을 주는 게 디자인이라고요. 마치 패션처럼요. 하지만 아닙니다. 예를 들면 이 컵이 있습니다. (후카사와가 아무 무늬 없는 유리컵을 들었다.) 2~3년 전에 제가 디자인한 글라스죠. 작고, 둥그스름한 일반적인 유리컵입니다.

이 유리컵을 사용할 때 제게 어떠한 자극이 올까요? 아닙니다. 그 누구나 이 ‘유리컵’을 들면서 그 디자인을 의식하지 않을 거예요.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슈퍼 노멀’입니다.”

“일본에는 슈타쿠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사람이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물건이 윤기를 내면서 더 아름다워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슈타쿠란, 사람과 물건의 관계가 깊어지는 겁니다. 어떤 제품은 낡고, 변모할수록 아름다워집니다. 나무 테이블에 손때가 묻으면 표면이 반짝거리고, 또 평평해집니다. 재미있는 것은 나무 같은 자연 재료만이 슈타쿠를 만들어낸다는 것이죠. 인위적인 플라스틱으로는 슈타쿠가 어려워요.”

“디자인은 사람들이 자신의 감각을 발견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종종 본인이 어떠한 이유에서, 특정한 행위를 하는지 모릅니다. ‘당신은 이런 감각을 느끼고 있는 게 아닙니까?’ 물어봐 주는 게 바로 디자인입니다. 감각에 어두운 사람을 우연한 계기에 ‘아, 그런 건가’하고 깨닫게 만드는 것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