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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윤지오와 언론

*등록 :2019-10-25 06:00수정 :*2019-10-25 10:27

윤지오 사기극과 그 공범들

서민 지음/뿌리와 이파리·1만5000원

장자연 사건의 ‘유일한 증언자’를 자처했던 윤지오가 노린 것은 돈이었으며, 그가 했던 말이 대부분 거짓이었음은 이미 사실로 굳어진 상태다. 기생충학자이자 유명 칼럼니스트인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가 쓴 <윤지오 사기극과 그 공범들>은 장씨가 남긴 ‘장자연 문건’과 윤씨가 봤다는 ‘장자연 리스트’의 실체를 비롯해 이 사건의 기승전결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노스요크 고등학교 4년 과정을 1년 만에 조기 졸업했고, 6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으며 최연소 엠비에이(MBA) 석사라는 윤씨의 주장을 일일이 검증한다. 자신을 그룹 부대표라고 소개했는데 그 그룹의 실체가 잡화점 수준이었으며, 아프리카티브이 비제이(비디오자키) 시절 항공사 유니폼을 입고 승무원 행세를 한 사실, 장씨의 죽음 이후 10년간 검은 옷만 입고 지냈다는 주장 등의 “허언증”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윤씨의 거짓을 밝혀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제2의 윤지오’를 잉태할 토양을 갈아엎는 일이다. 하지만 지은이가 보기에 우리 사회는 “여전하다.” 일방적 주장을 여과 없이 전달하고 확증편향을 증폭시킨 언론과 정치인 등은 아무런 사과도 반성도 하지 않았다. 이념과 정치 성향을 떠나 우리 사회가 총체적으로 앓고 있는 병리 현상에 대한 ‘리뷰’를 촉구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가치가 있다.

다만, 이른바 ‘깨시민’들이 진영적 사고에 이르게 된 배경을 무시하는 것 또한 편향적일 수 있다. 장자연 사건 최초 수사 당시 경찰과 검찰의 봐주기로 인해 실체적 진실이 은폐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조선일보> 방씨 일가를 무고한 피해자처럼 묘사하는 지은이의 태도는 아쉬움을 남긴다.

이재성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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