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지난 호를 읽다보면 이런 물음들에 힌트가 될 만한 글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중 하나를 읽고 이야기를 전합니다."> 의 지난 호를 읽다보면 이런 물음들에 힌트가 될 만한 글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중 하나를 읽고 이야기를 전합니다."> 의 지난 호를 읽다보면 이런 물음들에 힌트가 될 만한 글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중 하나를 읽고 이야기를 전합니다.">

안녕하세요. 바람처럼 물처럼 e-레터를 배달하는 이야기 수집가, 훈훈입니다. 주말 사이에 우리 일상 벌어진 일 하나에 세상이 떠들썩 합니다. 이른바 '카카오 사태'. 카톡이 갑자기 멈추고, 카카오페이를 비롯해 포털사이트 다음까지 오류로 먹통이 되었는데요. 원인이야 어쨌든 사람들 사이에는 "잠시 카톡에서 해방되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우리의 삶이 얼마나 웹으로 연결된 삶에 깊이 연루되었는지, 내가 얼마나 그곳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는지, 멈추었더니 알게되는 것들 말이지요. 여기서 좀 더 나아가 봅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계 문명에 종속된 삶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으로 전환해 나갈까? 일시적인 멈춤에서 잠시 해방되었던 경험을 지속적으로, 영구적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람과 물>의 지난 호를 읽다보면 이런 물음들에 힌트가 될 만한 글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중 하나를 읽고 이야기를 전합니다.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각자 자기 자리에서 바꿔내고 싶은 삶의 모습이 있을 것이다. 치열한 경쟁과 효율에 내맡겨진 긴장되고 초초한 삶의 태도를 바꿔내고 싶다든지, 문명의 이기에서 벗어난 라이프 스타일을 향유하고 싶다든지, 내 삶의 가치관과 불일치한 삶의 모습을 변화시켜나가고 싶다든지, 누구에게나 좋은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은 있다. 하지만 생각한 대로의 삶을 살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좋은 삶'이 무엇인지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흔히 가치관을 바로 세우고, 삶을 살아내겠다고 결심하지만 평생을 생각만 하다가 좋은 삶의 근처에도 가보지 못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살아내면서 세워보기로 한다.

1년간 라이프 스타일 실험실을 오픈했다. 실험에 동참할 청년들을 모았다. 각자가 생각하는 좋은 삶, 꿈꾸는 삶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스마트폰 중독의 삶에서 해방되고 싶다, 내 두 발로 갈 수 이동할 수 있는 생활반경을 만들어 보고 싶다, 건강하게 먹고 싶다, 쓰레기를 만들어내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읽고 쓰는 삶을 살고 싶다, 사는 것(buying)보다 살고(living)싶다, 관계를 튼튼하게 하고 싶다 ......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저마다가 꿈꾸는 삶의 모습을 모아놓고, '함께하는 힘'으로 지금 당장 바꿔내고 싶은 삶의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각자가 다른 실천계획을 세웠다. 우리의 첫 번째 실험은 '이상적인 먹기'였다.

각자의 실험 계획을 세우고 개별적으로 실천하지만 내용들은 함께 공유되었다. 우리의 실험을 통해 그게 정말 좋은 삶인지, 내가 그 삶을 살아나갈 수 있는지 확인하고 때론 자신감을 가졌다. 물론 실패하기도 했다. 건강한 밥상, 윤리적인 밥상, 친환경적인 밥상 등등 먹기에 관해서도 참 많은 얘기들이 있지만,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먹기'를 각자가 처한 수준에 맞게 다시 정해 보았다.

생각했던 것과 달리 실험의 형태는 비슷했다. 밥상을 차려내는 일은 어떤 재료를 쓸 것인지부터, 어떻게 차려낼 것인지, 어떻게 먹을 것인지, 먹고나서 어떻게 할 것인지 비슷한 과정을 거치고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밥상을 대하는 마음은 제각각이었다. 밥상을 차려내고, 먹는 일보다 의미있는 일이 있다는 생각에 '대충하는 밥상', 아직 독립 전인 성인이라 여전히 엄마의 밥상에 '기생하는 밥상', 무엇이 좋은지 아직 잘 몰라서 '고민하는 밥상' 등. 일지를 작성해 공유하고, 2주에 1회씩 모여 앉아 2주간의 실험에서 얻은 인사이트와 고민을 나누었다. 다른 이들의 실험이 내 실험에 영감을 주기도 했고, 그로 인해 나의 먹기 실험이 달라지기도 했다.

"마음에는 넓이의 마음, 깊이의 마음, 높이의 마음이 있다."

신승철, <바람과 물> 1호 중에서

마음의 생태학에는 세 가지의 마음이 있다고 한다. 넓이의 마음, 깊이의 마음, 높이의 마음. 우리가 전환을 꿈꾸거나 기후위기를 고민하다 맞닥뜨리게 되는 여러가지 마음을 어떻게 위치시킬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한다. 넓이의 마음은 연결된 존재로서의 관계에 의해 커지는 마음이고, 깊이의 마음은 끊임없는 추락으로부터 소생하는 대긍정의 마음이고, 높이의 마음은 작은 행동도 큰 시야로 바라봄으로써 얻게 되는 자존감 같은 것이다. '이상적인 먹기'를 실험하면서 우리는 형편없는 내 밥상을 돌아보며 넓이의 마음, 깊이의 마음, 높이의 마음을 가져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실험은 건강한 내 몸을 살리기 위한 아주 개인적인 일이 되거나, 내 밥상의 현실을 직시하며 좌절하거나, 삶에서 아주 사소한 것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계로부터 분리된 마음은 개인주의(생존주의)의 절규와 아우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관계는 우리를 강건하게 만들고 실존적인 좌표를 제공해준다. 우리는 자신이 관계 속에서 상호의존하는 유한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음으로써 거대한 넓이의 마음을 회피하거나 거기에 좌절하지 않고 그것을 직면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자신이 그 연결망의 일부임을 깨달으면서 넓이의 마음에 맞는 자신의 배치를 찾는다. 깊이의 마음에는 대긍정의 잠재의식의 영역이 있다. 그것은 추락이 아니라 우리 안에서 꿈틀대는 생명의 근원, 정동의 힘과 에너지에 대해 깨닫는 과정이다. 우리 안에서 울부짖는 아이들을 응시하면서 사람들에게 ‘울음 섞인 포옹’과 ‘미소 띤 마중’을 할 수 있는 잠재성의 힘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자신의 의미와 가치를 세계사적이고 지구적인 영역으로 더욱 끌어올려야 한다. 작은 행동에서도 그것의 의미와 가치를 크게 보는 동시에 겸손해져야 한다. 우리는 탈성장, 더불어 가난의 시대를 맞아 돈의 가치가 아닌 인생과 실존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그랬을 때 자신을 비하하거나 궁색하게 느끼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다. 높이의 마음은 자존감과 깊은 관련을 맺는다. 자존의 힘을 찾기 위해서 더욱 비물질적인 윤리와 미학에 호소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고귀하고 영성적인 가치로 나아가야 한다."

신승철, <바람과 물> 1호 중에서

먹기에 관한 실험은 세 가지 마음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

내가 먹는 밥상의 재료는 땅님, 하늘님, 바람님, 물님의 힘과 열심히 땀흘려 일하는 농부님, 어부님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덧붙여 한끼의 밥상을 정성스럽게 차려내기 위해 수고하는 누군가의 노력도 생각해야 한다. 무엇보다 맛있게 먹는 나도 그 관계에 포함되어 상호작용한다. 내가 그 밥상을 어떻게 대하느냐는 그 모든 관계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밥상은 우리 주변의 무수히 많은 관계망을 통해 비로소 가능해 지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쉬이 떠올리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