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끝, 운동 시작.

2013년 퇴사 후, 처음으로 수영을 배웠다. 여백의 시간이 많았고, 마침 우리 집은 종로문화체육센터와 10분 거리에 있었다. 성미 급하고 눈치 빠른 내가 갖춘 건 '제법 잘하는 것에 쉽게 빠진다.'인데, 바꿔 말하면 '잘하지 못한다 싶은 건 빠르게 포기한다는 것'이다. 수영은 후자에 가까웠다.

물이 무서웠지만 킥 판을 잡으면 그래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물속에 얼굴을 집어넣는 게 쉽지 않았다. 지금 물이랑 싸우자는 건가. 아닌데. 나는 물이랑 친해지러 온 것인데. 자꾸만 벅찼고 더디게 움직이는 굳은 몸이 한심했다. 나는 쉽게 포기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승부욕을 가지고 있는데, 계속 다그치듯 힘을 빼야 된다는 수영강사의 말에 버튼이 눌렸다.

"아니, 제가 힘을 주고 싶어서 주는 줄 아냐고요. 진짜 환장하겠네!?"

몹쓸 오기가 작동했다. 그래. 오늘부터 강사와의 결투를 신청한다. 일주일에 두 번, 강습에 빠짐없이 나갔다. 수업이 없는 날이면 자유 수영이 가능한 시간에 맞춰 나갔고 하찮은 물장구를 치며 음-파 음-파, 드센 들숨 날숨을 반복했다. 그로부터 한 달쯤 지났을 무렵, 드디어 킥 판의 도움 없이 물에 뜰 수 있는 몸이 되었다!

운동 종목을 찾아서

해봐야 안다. 내가 어떤 운동에 흥미가 있는지 해봐야 알 수 있다. 운동 종목에 대한 막연한 인상으로 흥미 여부를 지레짐작하기에는 세상엔 수많은 종목이 있고, 슬프게도 아니, 화나게도 유소녀들에게 운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주어진 역사가 없다. 고작 공을 피하는 피구 정도만 있었을 뿐. 공에 한 번이라도 된통 당한 사람이라면 알 거다.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공이 주는 공포감을. 그리고 생각은 이어진다. '나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아.'

수강료를 내고 배운 두 번째 운동은 클라이밍이었다. 마침 동료들과 흥미가 겹쳤고 같이 초급반을 등록했다. 무지의 상태로 똑같이 시작했는데, 나는 지구력이 꽝이고 동료는 유연성이 제로인 게 웃겼다. 클라이밍은 놀이와 취미생활에 더 가까웠고 다음으로 건강과 체력단련이라는 키워드가 따라왔다.

빠르게 흥미가 생긴 탓에 정체기 또한 신속하게 찾아왔고, 강습받은 지 6개월 차에 접어들었을 무렵 클라이밍을 그만둠과 동시에 몸 정체기가 왔다. 그리고 다음 해에 다른 클라이밍 센터를 다니고 다시 그만두는 사태를 두 번 더 반복했다. 그리고 2018년 봄, 처음으로 헬스장을 등록하고 PT를 시작하면서 제2의 운동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일 년 동안 시도만 하던 풀업(Full up: 웨이트 트레이닝에서, 등 근육을 발달시키는 운동의 하나. 손등이 몸 뒤쪽을 향하게 어깨너비만큼 봉을 잡고 매달린 상태에서 몸을 들어 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한다.)이 3개까지 가능해졌고 근육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