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에 출시되었던 몰튼의 액세서리들과 ADM에서 출시한 몰튼 액세서리 시리즈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장착방식의 유려함입니다. 몰튼 TSR 9이 갖고 있는 선의 맥락은 다른 자전거들과 분명한 차이점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정성적 요소이고, 이를 최대한 존중하는 방식으로 제작된 것이 ADM 몰튼 액세서리 시리즈입니다.
이미 라이카 액세서리 제작으로 전 세계 라이카 오너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던 JnK 핸드웍스의 김세준 대표님께서 선보이는 몰튼 액세서리는 현재 한국의 가죽 제작의 현주소가 어디인지, 어떤 가치를 보여주고 또 지키고 싶은지에 대한 매력적인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자전거는 다른 이동수단과 달리 면이 아닌 ‘선’이 중심이 되어 디자인의 철학을 구성합니다. 그래서 그 어떤 장르보다 액세서리를 제작할 때 조화로움을 이루기 어렵죠. 이번 인터뷰를 통해 ADM 몰튼 액세서리 이면에 담긴 제작방식과 브랜드 철학을 긴밀하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오현 : 1년여의 개발과정을 거쳐 처음 마주한 시제품을 몰튼 TSR 9에 장착했을때, 개인적으로는 좋은 공간에 좋은 의자를 들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마도 몰튼이 갖고 있는 프레임의 차가운 공간감과 그것을 채우는 가죽의 따뜻한 분위기 때문일지도요. 시간에 대한 정성과 루비와 몰튼 그리고 JnK의 견고한 협업은 브랜드와 리테일 그리고 제작을 뛰어넘는 하나의 이정표로 자리한 기분입니다.
세준 : 이번 프로젝트에 관해서라면 꽤 할말이 많아요. 단순히 신제품을 내놓았다라고 표현하기에는 그보다 더 길고 깊은 과정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단단하고 차가운 물성의 금속이라는 재료가 부드럽고 따스한 느낌의 가죽과 만났을 때 만들어지는 오묘한 조화로움에 많이 익숙한 편입니다. 제가 메인 장르로 어느새 17년째 진행하고 있는 라이카 카메라의 케이스 작업과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카메라 케이스는 금속성의 카메라를 감싸 외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번 ADM 몰튼 악세서리는 외부가 아니라 자전거의 프레임 내부로 들어간다는 차이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이미 존재하는 디바이스의 구조와 기능, 그리고 미학적 부분을 바탕으로 어울리는 디자인을 꾸려낸다는 점에서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최적화 된 작업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희 브랜드가 라이카 씬에서는 세계시장에서도 최고가의 수제품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던 것은 저 스스로가 사진을 찍는 사진가로서 촬영작업과 카메라 자체에 대한 강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유저였기 때문에 저희 디자인에는 카메라의 구조와 기능뿐 아니라 실제 사용상의 조작동선과 촬영리듬, 그리고 카메라 자체의 미학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이해가 녹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새롭게 자전거에 관한 카테고리를 준비하면서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대략적으로 1년 정도의 본격적인 개발 기간을 가졌지만 사실상 ADM 몰튼 프로젝트는 2020년 몰튼 유저로써 입문하면서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2020년부터 함께한 몰튼 SST
오현씨도 기억하시겠지만 이번 프로젝트의 첫 시작은 주로 앉아서 작업하는 직업적인 특성에 대한 바람직한 취미생활로써의 라이딩을 위해 자전거를 고르는 과정에서 고심끝에 JnK의 오랜 고객이었던 오현 대표님께 드린 전화 한통이었습니다. 당시에 로드 바이크 입문을 고려하고 있었는데 대표님께 처음 몰튼을 추천받고 사실 조금 의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출퇴근 거리가 왕복 40km 남짓한 거리였기 때문에 분명 미니벨로는 고려대상이 아니었거든요. 당시 몰튼에 관한 이야기를 차근차근 들려주시면서 디자인이라던지, 서스펜션이라던지, 헤리티지라던지- 결국 몰튼에 대한 관심으로 너무 손쉽게 넘어가게 되었던 건 아마도 대표님이 쌓아온 자전거 카테고리의 충분한 정보에 더불어 오랜시간 저를 대하면서 제 성향도 충분히 파악하셨기 때문일거라 생각됩니다. (웃음)
그렇게 시작된 새로운 취미 생활은 아마도 제 생활의 많은 부분을 바꿀만큼 흠뻑 빠진 시간이었습니다. 자동차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와는 생활의 반경과 동선, 거리 감각이 통째로 바뀌었고 풍경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아마도 사진 이후로 하나의 취미 생활에 이정도로 깊게 빠진 것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거나 점심시간이면 작업실 근처 북악을 오르고, 경복궁을 돌고, 성북천과 청계천을 오가고, 의기투합하여 여행도 가면서 3년여 시즌동안 충분히 달리고, 오르고, 정비하면서 정말 즐겁게 몰트니어로써의 충분한 유저경험을 차곡차곡 쌓았습니다. 그사이 작업실 식구들도 하나둘 자전거를 사기 시작해서 이제 작업실에만 두대의 몰튼과 6대의 브롬톤, 3대의 로드바이크가 여기저기 걸쳐져 있습니다. 각자 집에 들여놓은 자전거들까지 합치면 아마 상당할 것 같습니다. 이제 다들 시즌온 상태라, 당장 다음주만 해도 작업실에서 종묘 담벼락길을 지나 세운상가로 향하는 23년 첫 JnK 단체 커피라이딩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2022 JnK 원서동 단체 라이딩

2020 입문 첫 해 멋모르고 떠났던 1박2일 JnK 불혹커스 여행
그리고 작년 한해동안 이러한 충분한 유저 경험을 바탕으로 1년여에 걸쳐 이런저런 몰튼에 관한 디자인을 진행했습니다. JnK의 모든 디자인은 보통은 필요로부터 시작합니다. 필요로 하는 기능을 중심으로 디바이스에 맞게 형태를 결정하고 디바이스와 결합 가능한 다양한 결합방식 중 가장 매끄러운 방식을 선택합니다. 기존의 것들을 참고하지만 그것을 따르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가장 합리적이라 여겨지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구현하기에 적합한 제작방식을 결정하면 대략적인 설계는 끝이 납니다. 이후는 디자인의 영역인데, 사실 제가 생각하는 디바이스의 악세서리로써의 디자인은 생각보다 심플한 편입니다. 그저 디바이스에 어울리는 면과 선, 좀 더 자세히는 곡선과 직선을 배치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디바이스의 어울림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부분이 있고 그 과정이 세세하고 많은 수정이 필요할 뿐입니다. 몰튼의 경우 첫 구상에서 이미 라인에 대한 결정은 내려져 있었습니다. 아시는 것 처럼, 몰튼의 프레임은 이미 디자인적인 명확한 흐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튜빙 하나하나가 저에게는 하나의 가이드가 되는 선의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요. 이미 꽤 숙련된 작업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마도 삼각백의 여러가지 각도를 맞추어 내느라 수정한 패턴이 족히 30개 이상은 될겁니다. 충분히 측정하고 고민하며 디자인 하지만 실제 입체적인 제품으로 구현되면서 생기는 다양한 변수들이 있고 무엇보다도 합격의 기준을 꽤 높게 잡고 있어서요. 저희가 내놓는 디자인들은 제작 과정과 결과물에 대한 품질 기준도 많이 높은 편이지만 설계와 작업에 드는 수고에 대해서도 타협보다는 오히려 충분한 시간을 제대로 들여 가치를 높이고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받고자 하는 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