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90년대의 투어링 카 전성시대

세계 각국의 투어링 카 레이스에서 탄생한 전설들


투어링 카 레이싱(Touring Car Racing)은 예나 지금이나 매우 유명한 자동차 경주 중 하나입니다. 물론 범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포뮬러 원, 월드 스포츠카 챔피언십 같은 레이스에 비하면 대중의 관심이 크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투어링 카 레이싱은 몇 가지 차별화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략적인 특징으로는:

물론 이 투어링 카들은 매우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고,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경쟁에 이길 수 있는 차량을 만들게 되고 결국 전설적인 업적을 남긴 차량이 등장하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런 차량들을 모아놓은 디비전이 초기 스포츠 투어링(Early Sport Touring) 디비전이며, 이번에는 이 디비전에 속한 자동차들이 각자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둘러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고급 세단과 안락한 GT카가 레이싱 카로 변신하다


1968년 3월. 메르세데스 벤츠는 자사의 기함급 세단을 제네바 모터 쇼에서 발표했습니다. 이름은 300SEL 6.3(1972 Mercedes-Benz 300SEL 6.3)이었고, 당시로서는 초대형급 사이즈의 최고급 세단이었습니다. 2톤에 육박하는 무거운 몸을 6.3리터 V8 엔진으로 움직이게 하는 이 자동차는 세단이라는 몸체로 보나, 주요 고객층이 부유한 계층 구입하여 쇼퍼드리븐(Chauffuer-Driven, 개인 운전기사를 고용하고 운전을 맡기며 자신은 뒷좌석에 앉아서 가는 것) 성격의 자동차로 보나 레이싱에는 그다지 연관이 없었습니다. 독일 변방의 작은 튜닝 전문 회사가 이 차를 개조하기 전까지는요.

보기만 해도 고급스러운 300SEL 세단입니다. 다만 그 때는 이 차가 경주용 차로 개조될 것이라는 생각은 누구도 하지 못했죠.

보기만 해도 고급스러운 300SEL 세단입니다. 다만 그 때는 이 차가 경주용 차로 개조될 것이라는 생각은 누구도 하지 못했죠.

슈튜트가르트 지방의 변두리에 1967년에 창설된 AMG는 파손된 이 차의 잠재력을 보고 레이싱 용도로 개조하기로 결정하고, 6.3리터를 6.8리터로 크기를 키우고 420마력으로 향상, 안전을 위한 롤 케이지 및 기타 개조를 거쳐 당시 투어링 카 레이스의 전신인 1971 스파 24시 내구 레이스에 참전, 최고 성적 2등이라는 세단으로서는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남기고 특유의 외양으로 인해 Rote sau(로테사우, 영어로는 Red Pig이며 당시 빨간색 도색에 세단의 큰 차체에 빗대어 불려짐) 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당시 규정의 변화로 이후의 활약은 없었지만, 짧은 활약에 비해 강한 인상을 남긴 차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고급스러웠던 자태를 버리고 오직 레이스를 위해 개조된 모습. 이 모습은 포르자 모터스포츠 7에서 재현 가능합니다.

고급스러웠던 자태를 버리고 오직 레이스를 위해 개조된 모습. 이 모습은 포르자 모터스포츠 7에서 재현 가능합니다.

포르쉐의 첫 GT 성향의 자동차인 924. 그 중에서도 호몰로게이션을 취득하기 위해 특별히 만든 카레라 GTS입니다. 2003년에 등장한 슈퍼카인 카레라 GT와는 무관합니다.

포르쉐의 첫 GT 성향의 자동차인 924. 그 중에서도 호몰로게이션을 취득하기 위해 특별히 만든 카레라 GTS입니다. 2003년에 등장한 슈퍼카인 카레라 GT와는 무관합니다.

1980년에는 포르쉐의 GT성향 차량인 924가 그룹 4 레이싱에 참가하기 위해 카레라 GT라는 고성능 모델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이 924를 본격적인 레이싱에 투입하기 위해 호몰로게이션(Homologation, 레이싱에 출전하기 위해 베이스가 되는 양산차를 일정 대수 이상 생산해야 하는 규정으로, 90년대까지만 해도 흔히 있었던 방식)을 취득하기 위해 베이스 모델인 카레라 GTS를 생산합니다(1980 Porsche 924 Carrera GTS). 이 차량은 훗날 카레라 GTR, 카레라 GTP로 개조되어 투어링 카 레이스는 물론 르망 24시간에서도 성공을 거둡니다.

곧바로 포르쉐의 레이싱 유전자(a.k.a. 치트키)가 발동하여 출전한 레이스마다 우승 내지는 상위권을 내내 차지합니다.

곧바로 포르쉐의 레이싱 유전자(a.k.a. 치트키)가 발동하여 출전한 레이스마다 우승 내지는 상위권을 내내 차지합니다.

80~90년대 호주 투어링 카 레이싱 - 안방주인과 외래종 간의 치열한 싸움


투어링 카 레이싱은 특히 호주에서 매우 인기가 많았습니다. 지금이야 호주 내수용 V8 차량 이외에는 거의 없는 대회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80년대 당시에만 하더라도 토요타, 닛산, BMW, 심지어 지금은 상용차만 만드는 이스즈(Isuzu) 등도 출전하여 볼거리가 가득했던 시절이었습니다.

호몰로게이션 인증을 위해 500대만 만들어진 코모도어. 사실 개발된 1985년에 바로 레이스에 투입하려고 했으나, 인증 취득까지 생산 속도를 맞출 수 없어 이듬해인 1986년부터 본격적인 레이스에 출전하게 됩니다.

호몰로게이션 인증을 위해 500대만 만들어진 코모도어. 사실 개발된 1985년에 바로 레이스에 투입하려고 했으나, 인증 취득까지 생산 속도를 맞출 수 없어 이듬해인 1986년부터 본격적인 레이스에 출전하게 됩니다.

1985년에는 홀덴의 딜러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HDT(Holden Dealer Team)에서 자체적으로 자사의 세단인 VK형 코모도어(Commodore)를 그룹 A 규정에 맞춰 호몰로게이션을 통과하기 위해 500대를 생산합니다(1985 HDT VK Commodore Group A). 아쉽게도 이 차량은 유럽 대륙에서 열리는 FIA 투어링 카 챔피언십에서는 생각보다 강력하지는 못했는데, 호주의 경기 규정과 유럽의 경기 규정이 다른 탓에 그렇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코모도어는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두었는데, FIATCC(FIA에서 주관한 투어링 카 챔피언십)에서 2라운드 도닝턴 파크 서킷(Donington Park)과 3라운드 호켄하임(Hockenheim)에서 5위를 거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