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테크캠프에 오기까지

길지 않았던 회사생활을 접고 어설프게 시작한 사업도 말아먹은 나는 밀양이라는 작은 시골 마을에 유배하여 세월을 낚고 있었다. 낮에는 강이 보이는 카페에서 선비놀음하고, 밤이 되면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지망생 빙의하여 하루하루를 보냈다.

이 모습을 1년 동안 지켜보던 엄마의 인내심이 마침내 한계에 도달했고, 나는 내쫓길 위기에서 간신히 6개월의 추가 시간을 벌었다. 앞으로의 호구지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나는, 그동안 한쪽 발가락만 담그고 있던 코딩을 제대로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결심은 거창했지만 막상 6개월만에 코딩으로 밥벌이 할 생각을 하니 막막했다. 그래서 나름 전략적인 판단으로 그 시간을 코딩테스트 준비에 몰빵하기로 했다. 단기 속성 족집게의 완벽한 실천을 위해 자바스크립트 외의 다른 언어나 프레임워크는 쳐다보지도 않겠다 스스로 선언했다. 코딩테스트를 통과한 이후의 일은 생각해볼 수도,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자바스크립트로 허접한 코드라도 몇 줄 칠 수 있게 되었을 때부터 코딩테스트를 보기 시작했다. 제출한 코드에 파란 불이 들어왔을 때 처음으로 코딩의 재미를 경험했다. 물론 대부분의 코딩테스트에서 낙방했지만, 시험을 치를 때마다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재미가 붙고 호기심이 커지자 자료구조와 알고리즘, 네트워크와 운영체제 기본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우아한형제들의 인턴 채용 코딩테스트에 통과해 최종면접을 통보 받았다. 배민다움, 마케터의 일과 같은 책을 읽으며 우아한형제들이라는 회사에 좋은 인상을 갖고 있던 나에게는 설레고 기대되는 면접이었다.

그러나 면접을 앞두고 그동안의 부실공사에 대한 찜찜함이 밀려왔다. 모셔놓고 제사지내던 책을 하나씩 꺼내보기 시작했다. 특히 이소히로시의 '모던 자바스크립트 입문'과 카일 심슨의 'You don't know JS'를 고시생 법전 외우듯 반복해서 읽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미련한 공부법이지만, 당시엔 절박함에서 나온 발버둥이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최종합격을 하게 되었고, 가족들과 아름다운 작별을 고하고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우아한테크캠프에서 4주를 보내고

그러나 입학(?)을 앞둔 나의 마음은 설렘보단 두려움이 컸다. 프로젝트 중심으로 진행되는 우테캠 커리큘럼 속에서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 본 경험이 없는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글로 배운 코딩의 한계를 절실하게 느끼고 후회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드디어 한번 제대로 깨질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4주가 지났다. 그동안 두 번의 팀 프로젝트가 있었고, 코드스쿼드 두 분의 어디가서 쉽게 들을 수 없는 강의(라고 쓰고 만담이라고 읽는다)도 들을 수 있었다. 대표님을 비롯한 우아한형제들 직원들의 격려 섞인 조언도 들을 수 있었고,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었다.

그 밖에도 다양한 활동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두 번의 팀 프로젝트를 통해 나의 부족함을 깨닫고 동시에 팀원들로부터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방구석에서 책과 알고리즘 문제풀이 위주의 공부를 한 나에게는 팀 프로젝트는 커녕 프로젝트 자체가 낯설었다. 때문에 팀 활동에 누가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한동안 움츠러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얘기를 털어 놓았을 때, 팀원들은 기꺼이 내 상황을 이해하고 배려해주었고 나도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팀 활동에 임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프로젝트에도 서서히 적응할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 아직 코드 몇 줄 완성하는데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기본기가 부실한 이유로 다른 친구들이 작성한 코드를 이해하기 힘들 때가 많다. 또, 끊임없이 낯선 개념이 등장하기 때문에 한두가지 주제에만 마냥 시간을 쏟고 있을 여유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