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4] 집이 흔들리면 보호도 흔들린다, 아동그룹홈의 주거 현실
아동공동생활가정 (이하 그룹홈)과 같은 가정형 보호의 심장은 “집”이다. 실제 주택에서 소규모로 생활한다는 점이 그룹홈이 다른 아동복지시설을 구분 짓는 결정적인 특징 중 하나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집 한 채를 구하고 지켜 내는 일은 실제 보호 업무만큼이나 힘겨운 싸움이다. 집이 없으면 아이들은 입소조차 할 수 없는데, 집을 구하는 순간부터 난관이 시작된다.
집을 구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난관
그룹홈의 법적 설치 요건은 전용면적 82.5㎡(25평) 이상의 단독 · 공동주택으로, 이곳에서 5~7명의 아동이 생활하도록 정해져 있다. 국가에서는 주택은 물론이고 주거비도 일절 지원해 주지 않기 때문에 시설장은 보증금을 손수 마련하고, 적정 면적에 맞는 매물을 찾아다녀야 한다. 전국 그룹홈의 56.6%를 개인이 운영하고, 서울은 10.9%를 개인이 운영하여 다른 지역과 큰 편차를 보인다. 이는 많은 경우 그룹홈 초기 설립 단계에서 운영자에게 큰 경제적 부담이 지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45.7% 정도의 그룹홈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그렇기에 수도권의 전·월세 비용이 증가하여 “조건에 맞는 집”을 물색하는 것이 어려워지면 아이들의 입소가 미뤄지거나 어려워질 수 있다. 공공임대주택을 구하려고 해도, 2019년 기준 공공 매입 임대 물량 4.2%만이 82.5㎡ 이상이어서 설치 규정상 공공임대주택이 해결책이 될 수도 없다.
서울대학교 학생사회공헌단 “홈스윗홈” 팀으로서, 우리는 지난 몇 달간 서울시 강북구에 있는 그룹홈 “도밍고의 집”을 방문하여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도밍고의 집은 천주교 재단의 후원을 받아, 법정 설치 기준인 25평을 훌쩍 넘는 2층짜리 단독주택에서 운영된다. 여러 개의 방과 넓은 마당 덕에 아이들은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지만, 인터뷰에 응한 도밍고의 집 시설장은 이런 공간을 확보하기까지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정부 운영비로는 자산 취득이나 임대료 지출을 할 수 없기에 보증금과 임대료를 전부 사비나 후원금으로 충당해야 했다. 집을 못 구하면 그룹홈 자체를 운영할 수 없기에, 도밍고의 집 시설장은 “그룹홈에 제일 필요한 건 집”이라고 하였다. 그는 그룹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무엇보다 거주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하였다.
도밍고의 집 내부 모습
그룹홈이 겪는 또 다른 거주 문제는 집이 “어디에 있느냐”다.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전월세 비용이 증가하여 그룹홈이 계속해서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서울 내에서도 강남구, 중구, 종로구를 포함하여 그룹홈이 한 곳도 없는 구가 있다. 그렇기에 생활권 내에 그룹홈이 없다면 학대 피해를 당하거나 가정이 해체되어 가정형 보호시설이 필요한 아이들은 자신에게 익숙한 동네를 떠나야 할 수도 있다. 결국 그룹홈의 “집 구하기” 문제는 그룹홈이 필요한 아이들이 제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기회가 지역별로 공평한지로 이어진다.
집을 구해도, 정작 집에 쓸 돈은 없다
설령 입주에 성공해도 난관은 이어진다. 정부가 매달 지급하는 운영비는 집이 크든 작든, 아이가 다섯이든 일곱이든 동일하게 47만 원이다. 도밍고의 집처럼 방이 많고 에어컨을 하루 종일 틀어야 하는 단독주택에서는 한여름 전기료가 100만 원을 웃도는데, 정부 지원 운영비는 이의 절반도 감당하지 못한다. 최근 미세먼지 대응을 명목으로 2만 5천 원이 추가됐지만, 시설장은 이것이 “공기청정기를 빌릴 수도 없는 액수”라고 한다. 지자체에 따라 운영비를 냉‧난방비와 보험료 등의 명목으로 추가 지원하기도 하지만, 지역별로 편차가 크다.
구분 | 2024년 예산 | 2025년 예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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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 시설장·보육사 연 33,576천 원 | |
(4.52% 증액, 1, 451천 원 인상) | 시설장·보육사 연 34, 947천 원 | |
(4.1% 증액, 1,371천 원 인상) | ||
운영비 | 월 470천 원 (전년동) | 월 470천 원 (전년동) |
기타 | 종사자 1명 추가배치 | - |
[표1] 그룹홈 2025년 예산. 출처: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예산을 살펴보면 그룹홈에서 발생하는 주거 문제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보건복지부의 2025년 예산 편성에서 “요보호아동 그룹홈 운영 지원” 항목을 보면, 집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보증금·시설 보수 항목이 빠져 있다. “2025 아동 분야 사업 안내”에는 주거급여를 임차료·기타 운영비·시설비·자산 취득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으나, 실제 지원 구조는 현실과 괴리가 크다.
보증금 1억 원짜리 전세를 월세로 환산하면 월 133만 원 수준이다. 그러나 정부가 정한 6인 가구 기준 임대료는 월 667,000원으로 고정되어 있어, 실질적으로는 약 40만 원만 정부 지원비로 충당된다. 여기에 운영비로 월 47만 원을 더 받아도 임차료로 투입할 수 있는 금액은 최대 87만 원에 불과하다. 운영비는 필수 생활비까지 포함해야 하므로 실제로는 임차료를 충당하기에 현저히 부족하다. 또한, 정부가 서울은 전세자금 8천만 원, 그 외 지역은 5천만 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 금액으로는 서울은 물론 지방에서도 그룹홈 기준인 25평 이상의 주택의 전세금을 마련하기 어렵다. 결국 그룹홈은 적정 주거 환경을 확보하기 어려워 수도권 외곽이나 주거비가 저렴한 지역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제는 그룹”홈”에 대해 생각할 때
집이 흔들리면 그룹홈도 함께 흔들린다. 그룹홈이 “집 같은 보호”를 지속하려면, 집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그룹홈의 주거 안정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우선 예산에 주거비 항목을 도입해 전월세나 보증금을 일정 비율로 지원하여 주거 비용 부담을 구조적으로 줄여야 한다. 또한, 운영비를 소비자물가와 연동해 실질 운영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하고, 갑작스러운 이사나 보수에 사용할 수 있는 기금을 신설해 돌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안전한 주거 환경이 보장되어야 예고 없는 이주나 시설 간 이동으로 인해 아동이 겪는 불편과 스트레스가 최소화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주거 지원 제도를 통해 그룹홈을 지키는 이들이 집 마련의 스트레스 없이, 전기료와 시설 유지비 걱정 없이 본연의 보호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안정적인 집이 있을 때 가정형 보호가 유지되고, “국가가 책임지는 보호”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