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 드는 게 늘 즐겁고 신나는 나, 예순 살의 너는 얼마나 더 즐겁고 멋지고 다양한 경험을 했을까 기대하고 있어. 시간이 걸릴 뿐, 바라던 대로 꿈꾸던 대로 살아왔으니 앞으로도 지금 이 마음 그대로야.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넌 이미 너무 많은 행운을 갖고 살았으니 말이지.
자식을 위해 사셨지만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해주신 성실한 부모님 밑애서 태어나 자란 것도 행운, 교육열 들끓는 땅 좁은 나라, 격동의 민주화 시대를 거쳐 기술과 문화의 시대를 질주하는 이 시기에 태어난 것도 행운, 몸치에 운동치여도 웬만해선 아프지 않는 건강한 몸을 가지고 태어난 것은 큰 행운, 노력하면 곧잘 따라가는 머리를 가지고 태어난 것도 행운, 적당히 마음 맞는 짝꿍을 만난 것도 행운, 태어나고 자란 나라 밖에서도 그럭저럭 살아낸 것도 행운, 기술의 발전 덕에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고 교류하는 것도 대단한 행운이지. 이렇게 많은 행운이 쌓여 오늘의 내가, 그리고 예순 살의 너가 있는 거란 말이지. 그러니 어쩌다 산 복권, 단 한번도 당첨된 적 없다고 불평하지 말자고. 우린 이미 너무나 많은 행운에 파묻혀 살고 있으니까 말이지.
예순 살의 너는 바라던 모든 걸 이루었을까? 원하던 걸 경험하고 꿈꾸던 곳을 방문하며 행복하고 가벼운 삶을 살고 있을까. 그렇지만 지금 그렇지 않다해도 걱정은 하지 말자. 시간이 걸릴 뿐, 우리가 진심으로 바라던 모든 건 결국 이루어졌잖어? 태어날 때부터 잔뜩 갖고 있는 이 많은, 빛나는 행운을 되새겨 봐. 될 때까지, 이룰 때까지 멈추지 않고 나아갈 오늘의 나니까, 예순 살의 너니까 조바심내지 말자고.
그래도 나이가 들면 체력이 떨어진다 하니 아래 내용만큼은 좀 진도가 나가주었으면 해. 부담을 주려는 건 아니야. 언젠가 할 일, 한 해라도 빨리 해치우면 그만큼 할 수 있고 누릴게 많을 거라는 생각에서 하는 말이야.
쓰다 보니 어쩜 이렇게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알고 싶은 것도 많은지, 매번 느끼지만 이 욕심은 어디에서 나온 건지 의문이다. 예순 살의 나는 지금처럼 욕심이 많을까, 문득 궁금해졌어.
나이가 들면서 욕심이 좀 줄었읕까? 예순 살의 나, 너는 나이에 맞게 약간은 점잖아졌을까? 욕심은 좀 버려도 되지만 호기심 만큼은 줄지 않았기를 바래. 바라는 건 적게 말하고 대신 배우고 유연하게 생각하려 더 많이 노력하길 바라. 그래서 머리는 채우되 손과 어깨를 비우길, 마음은 열고 생각은 나누길 바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건강하길, 그래서 남에게 폐 안 끼치고 이왕이면 있어 좋은 사람으로 살기를 진심으로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