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느 책에서 읽었나. 태도의 말들 이었던 것 같기도하고, 아니었나.
아무튼 어디선가 ⌜편지를 쓴다는 건 애정을 담는 일⌟이라 하였다. 편지에는 애정이, 사랑이 담길 수 밖에 없다고. 생일이 나에게 특별한 이유는, 그 날 만큼은 주변인들이 나를 잠깐이라도 생각해보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더라, 어떤 것을 좋아하더라, 뭐가 필요하더라, 어떤 상황이더라 ... 반대로 내 주변인들을 축하할 때, 나는 그런것들을 떠올리면서 축하할 날을 기다린다. 좀 이상하게 들릴수도 있겠지만 .. 나는 그 과정을 즐긴다. 그게 정말 내 기쁨이기 때문에. 그래서 선물을 즐겨하고, 몇 자 적어내는 일을 기꺼이 해낸다. 그것은 분명 때가 있기 때문에, 놓치면 아쉬울 순간이기 때문에.
언젠가 나에게 '편지를 쓰겠다' 라고 통보했던 이는 몇 날 며칠을 준비하며, 글을 쓰듯 편지를 썼다. 처음이었다. 글쓰듯 쓰는 편지를 받아본 건. 물론 이 편지 이전에 나에게 전달된 편지들도 그런 과정을 통해 쓰여졌을 수 있지만, 대놓고 '며칠 걸리고, 수정해야한다' 라는 과정을 들려준 이는 없었기 때문에 매우 신선했다. 그렇게 받아본 편지는 뭐랄까.. 예상과는 많이 달랐지만, 어떤 마음으로 수정했을지 훤히 보여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편지 봉투를 고르고, 펜을 고르고, 글을 쓰고, 지우고, 옮겨 적고, 봉투를 닫고 스티커를 붙여가는 과정이 전부 내겐 선물이었다. 값어치를 논할 수 없는 것들은 결국 과정에서 나온다. 지금껏 받아본 편지들을 읽을 때면, 내가 썼던 과거의 글보다 나를 훨씬 잘 설명한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것들이 결국 전부 그 시절의 나를 말해주고 있는 이야기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소중한 편지들은 내 방 구석구석에 보관되어있으며, 이따금 방을 청소할 때 조용히 열어보고 다시 넣어둔다. 매번 청소를 할 때마다 읽어보지만 결국 또 읽는다.
내일은 친구의 생일. 2월, 나에게 고마운 편지를 전해줬던 친구의 생일이다. 일곱 달이 이렇게나 빠르게 흐르다니. 그 사이 나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잊고 있었나. 그 때 편지를 보고 울컥했던 그 마음은 일곱 달 사이에 머무른 적 있을까? "엄마, 나 잘 살고 있나봐" 라고 말할 수 있게 해줬던 그 편지를, 나는 잊고있지는 않았을까.
그래서 이 글을 쓴다.
편지를 써주었던 그 마음을 잊지 않고싶어서.
친구가 세상에 태어남을 9년 째 축하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