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창세기 12:5-10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을 우리는 익히 들어왔습니다. 시작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시작을 하면 과정이 있고, 과정을 거치면 결과가 따라오게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시작과 과정은 결과로 향하는 매우 중요한 여정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세상은 시작과 과정은 무시한 채 오직 결과만 중시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과정에서 반칙을 저지르고, 범법 행위를 자행하며,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행동도 서슴지 않습니다. 결과만 좋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백성은 시작과 과정을 결코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됩니다.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고, 때로는 실수도 하고 실패도 하며 넘어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그 귀한 비전과 약속을 따라 걸어가는 그 길 자체에 깊은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삼국통일의 역사도 그러한 과정과 절차가 지극히 중요했습니다. 우리는 삼국통일이라 하면 신라가 삼국을 통일했다는 결과만 기억합니다. 과정에 대해서는 자세히 배운 적도 없고, 배웠다 하더라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삼국통일은 그 과정과 시작이 무척이나 중요했습니다. 백제가 멸망한 것이 660년이고, 신라가 고구려를 멸망시킨 것이 668년입니다. 하지만 그 시작은 그보다 훨씬 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신라의 선덕여왕 때부터 삼국통일이 준비되었습니다. 선덕여왕은 632년부터 647년까지 재위했으며, 신라의 27대 왕이자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여왕이었습니다.
선덕여왕 당시 신라는 보잘것없는 나라였습니다. 백제와 고구려의 기세가 워낙 강렬했고, 바다 건너 일본과 서쪽의 당나라가 강력한 제국이었습니다. 신라는 정말 보잘것없는 변방이었습니다. 신라의 백성들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비참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선덕여왕은 이 패배의식부터 일깨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경주 한복판에 9층짜리 목탑을 세웠습니다. 높이가 자그마치 80여 미터나 됩니다. 그 당시에는 고층 건물이 전혀 없었기에, 경주 사람들은 어디서나 그 80미터짜리 목탑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선덕여왕이 이 목탑에 담은 뜻은 이러했습니다. "이제 우리도 저 9층 목탑처럼 우리나라 모든 백성이 큰 비전과 꿈을 가지자. 비록 지금은 이렇게 살고 있으나, 삼국 중에 가장 강력한 나라가 될 것이다." 특히 젊은이들과 청년들이 그 꿈을 가지고 다시 일어서기를 여왕은 간절히 염원했습니다. 그다음 선덕여왕은 인재를 등용합니다. 김춘추와 김유신이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김춘추는 진골 출신이었지만 몰락한 집안의 자제였습니다. 하지만 여왕은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능력 하나만 보았습니다. 그를 등용하여 외교를 맡겼습니다.
김유신은 금관가야 출신입니다. 성골도 아니고 진골도 아닙니다. 몰락한 나라의 장수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용맹함을 높이 샀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국방을 맡겼습니다. 온 나라 왕실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왜 하필 김춘추와 김유신인가? 그 과정에서 여왕은 여자라고 무시당했고, 외교적인 결례도 수차례 당했으며, 크고 작은 전쟁에서 패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낙심하지 않았으며, 오로지 "삼국 중에 가장 강력한 나라"라는 목표만 가지고 한 걸음 한 걸음 과정을 충실하게 밟아 나갔습니다.
여왕의 사후에 삼국통일이 이루어졌습니다. 그가 살아있을 때 통일을 보지는 못했지만, 여왕이 등용했던 김춘추와 김유신을 중심으로 삼국을 통일하는 전과를 올렸습니다. 이것이 그녀가 가시밭길을 걸어왔던 결과였습니다.
사실 오늘 우리는 이렇게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과정을 견디어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예수 믿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신화가 있습니다. 예수 믿으면 무조건 복받고, 무조건 돈 잘 벌고, 무조건 성공한다는 신화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오늘 본문 말씀을 보면 아브람이 기근을 겪은 사건이 나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믿음의 여정을 걸어갔는데,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기근이었습니다. 우리 인생에도 기근이 있고 가시밭길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 기근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어떻게 극복하느냐, 어떻게 믿음으로 승화시켜 나가느냐 하는 것입니다. 오늘 이 말씀을 통해서 우리 인생에 닥친 기근을 어떻게 믿음으로 극복하고 이겨 나가야 할지를 함께 깨닫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브람이 그의 아내 사래와 조카 롯과 하란에서 모은 모든 소유와 얻은 사람들을 이끌고 가나안 땅으로 가려고 떠나서 마침내 가나안 땅에 들어갔더라" (창 12:5)
마침내 가나안 땅에 들어갔습니다. 이것은 하나님 말씀에 대한 완벽한 호응이요, 완벽한 순종입니다. 하나님이 "떠나가라"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 하셨고, 아브람은 그 말씀에 철저하게 순종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서 마침내 가나안 땅에 들어간 것입니다.
아브람은 어떤 기대를 가졌을까요? 마음에 큰 기대를 품었을 것입니다. "나는 하나님 말씀에 순종했고, 하나님 말씀에 철저하게 순종해서 이 길과 이 여정을 걸어왔으니, 하나님께서 보상해 주실 것이다." 아브람은 조상 때부터 내려오는 하나님 이야기를 잘 알고 들어왔습니다. 천지만물을 6일 동안의 말씀으로 창조하신 창조주 하나님, 인간을 창조하신 하나님, 그 하나님은 인간 세상에 죄가 관영하자 세상을 심판하시기도 했습니다. 노아 시대에 세상을 심판하셨고, 바벨탑 사건을 통해서 인간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신 하나님이셨습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능력이라면, 그 하나님이 나를 부르셨다면, 하나님께서 순종하는 나와 우리 가정에게 위대하고 놀라운 축복을 이미 준비해 놓으셨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 복을 받아 누리기만 하면 됩니다. 아브람은 그렇게 생각하고 여정을 달려와서 드디어 가나안 땅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그가 기대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현실이 그와 그의 가족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브람이 그 땅을 지나 세겜 땅 모레 상수리나무에 이르니 그 때에 가나안 사람이 그 땅에 거주하였더라" (창 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