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부는 2026년부터 2년간 전국 7개 군에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대부분 지역에서 1인당 월 15만 원을, 전남 신안군과 경북 영양군은 자체 재원 확보 노력을 통해 월 20만 원을 지급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인구 증가, 사업체 수 증가, 공동체 활성화 등을 기대하고 있다. 이 정책은 농촌 지역의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현장에서 마주한 풍경은 '현금'만으로는 메울 수 없는 한계가 분명했다.
최근 경기도 여주시 A리의 마을발전계획을 수립하며 농촌 현실을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다. 이 마을은 큰 섬을 끼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으로, 섬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늘고 있지만 정작 변변한 식당 한 곳이 없었다. 130여 가구에 240여 명이 거주함에도 불구하고, 마을 내에는 라면과 음료 등을 파는 아주 작은 마트 하나뿐이었다. 그 외의 장을 보려면 자동차로 15분 이상 이동해야 하며, 차가 없으면 1~2시간에 한 대씩 오는 버스에 의지해야 한다. 온라인 장보기가 어려운 노인이나 운전을 못 하는 고령층의 먹거리 환경은 취약할 수밖에 없고, 배달 서비스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현금 형태의 기본소득이 얼마나 효과적일 수 있을까?
정부는 돈을 주면 삶이 나아질 거라 기대하지만, 농촌 노인의 영양 상태는 단지 ‘소득’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영미 외(2017)의 연구에 따르면 농촌 노인은 도시 노인보다 곡류, 김치 등 특정 식품군에 편중된 섭취를 하며, 유제품이나 과실류 섭취량은 유의미하게 낮았다. 특히 독거노인이 영양 불균형과 장보기·요리의 어려움을 더 크게 겪고 있어 이들에 대한 돌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진숙 외(2025)* 또한 농촌 노인의 식품 접근성 제한으로 인한 단백질 및 미량영양소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농촌 지역에서 식료품 구매 시설이 사라져 신선한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워지는 현상을 **‘농촌 식품 사막화’**라고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필품 판매 트럭 운영, 셔틀버스 지원, 생활 돌봄 통합 서비스 등이 시도되고 있으나 아직 보편화되지는 않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읍·면 지역 노인의 27.6%는 상점이나 전통시장까지 이동하는 데 도보로 30분 이상이 걸린다고 답했다.*** 도시 지역(4.6%)과 비교하면 격차가 매우 크다. 필자가 살고 있는 실제로 필자가 살고 있는 여주시 J리의 경우도 하루에 버스가 6대뿐이다. 버스를 놓치면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고, 걸어서 갈 수 있는 마트는 전무하다. 결국 먹거리를 구하려면 온라인을 이용하거나 차를 타고 멀리 나가는 수밖에 없다.
*이영미, 임영숙, 최유림, 박혜련, 송경희, 이경은, 유창희. (2017). 농촌 노인의 마을 밥상 개선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도시와 농촌 노인의 식생활 행태 및 영양소 섭취 상태 비교분석 : 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Journal of Nutrition and Health, 50(2), 171-179.
** 한진숙, 이상주, 김지현. (2025). 도시와 농촌 재가노인의 건강 및 영양 상태 비교 연구. 보건의료생명과학논문지, 13(3), 985-995.
***이윤경 외 (2020). 『2020년 노인실태조사』.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
농촌 인구 감소는 단순히 경제적 문제만이 아니다. 상점, 시장, 병원 같은 생활 편의 시설의 접근성 문제를 기본소득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소득이 늘어난다고 해도 식자재 확보의 어려움, 접근성 제약, 그리고 스스로 챙겨 먹으려는 개인의 의지가 꺾인 상황에서는 균형 잡힌 식사가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주시 A리 주민들은 함께 모여 밥을 먹는 ‘밥상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혼자 사는 남성, 몸이 불편한 노인, 스스로를 위해 요리하는 것이 귀찮아진 어르신, 농번기에 식사 준비까지 도맡아야 하는 여성 등 다양한 주민들이 함께 식사하는 기회를 원하고 있었다. 이러한 밥상 공동체를 만들려면 조리 시설과 같은 인프라뿐 아니라, 솔선수범할 주민 리더와 이를 지속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경남 합천 ‘양떡메 마을’은 영농법인을 설립해 마을 농산물을 판매하고, 그 수익으로 마을 무료 식당을 운영한다. 이를 통해 조리 인력의 일자리가 창출되었고, 주민들은 식당에 가기 위해 씻고 외출하며 위생과 건강(걷기 운동)을 챙기게 되었다(남재걸, 조재준, 2018). 무엇보다 매일 함께 식사하며 소통이 원활해지고 영양 불균형 문제가 해소되었다. 경기도 여주시 구양리 또한 **‘구양리햇빛두레발전협동조합’**을 통해 태양광 발전 수익을 마을 밥상 공동체 운영에 활용하며 돌봄과 소통의 거점을 만들어가고 있다.
****남재걸, 조재준. (2018). 『매일 같이 밥 먹는 동네』. 한국학술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