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자세한 이야기.

나름 평범한 가정이었다. 항상 웃으며 반겨주는 엄마와 아빠에, 끔찍이 아끼는 귀여운 2살 터울의 남동생. 항상 입이 마를라 칭찬 해주는 주변인들과 무엇이든 척척 해낼 수 있는 재능까지.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 했다. 그러니, 그 날은. 장담컨대 정말로 사고였다. 사고였어야만 한다.

아르옌은 소심했으며, 만사에 열심히 임하고 착한 성정을 보이는 아이였다. 소위 말하여 모든 가정이 원하는 최고의 딸이었달까. 그에 반해 동생은, 그런 아르옌과는 반대로 항상 장난이나 치며 산만한 아이였다. 누나인 아르옌에게까지 심하고 궂은 장난과 무리한 부탁을 연신 해대었으니 말만 할까. 애꿎은 아르옌만 끔찍이 아끼는 동생의 장난을 받아주느라 점점 말라갈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더운 여름. 사고는 네 가족이서 다같이 계곡으로 놀러간 날 일어났다.

물놀이를 끝내고 집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하던 도중, 동생이 아끼는 모자가 깊숙한 곳에 빠져버렸다. 주우러 가기엔 위험하니, 새로 사주겠다는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동생은 부모님 몰래 아르옌에게 모자를 주워와달라 졸라댔으니… 마음이 약해진 아르옌은 동생의 모자를 주워오기로 결심하고 물 속으로 들어갔다.

사고는 한순간이었다. 깊은 계곡 물 속의 급류는 빠르게 아르옌의 다리를 휘감싸왔고, 어렸던 아르옌의 다리는 급류에 떠밀려 모자와 함께 깊은 물 속으로 가라앉았다. 떠밀려가는 과정에서 아르옌의 머리는 깊은 곳 박혀있던 돌부리에 강하게 부딪혀 뇌에 큰 이상을 가져다주었고, 그 사고가 현재의 가학적인 성격의 아르옌을 가져다주었다.

가까스로 구조된 아르옌은 처음에는 괜찮은 것처럼 보였다. 병원에서 지급해준 약을 꾸준히 먹고 있었으니. 그러나, 딱 하루. 아르옌의 실수로 약을 빼먹었던 그 날, 전과는 180도 바뀌었다는 느낌을 가져다주었다. 작은 동물 하나하나 전부 아끼어주며 사람들에게 살갑게 굴던 아르옌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작든 크든 모든 생명체에게 가학적이며 실험체 혹은 장난감으로만 보는 행동을 보였다. 끔찍이 아끼던 동생과 부모님에게 마저도.

다시 약을 먹은 아르옌은 절망했다. 부모님에게, 동생에게, 친구에게, 동물에게 본인이 보였던 행동들을 믿을 수 없었다. 죄책감과 자괴감에 울고 또 울었다. 동생에게, 부모님에게 끝없이 사죄했다. 그럼에도 약을 깜박하거나 다 떨어져 먹지 못하는 일은 계속해서 일어났으며, 그럴 때마다 아르옌은 무너져갔다.

하지만, 가학적인 성정을 띌 때마다 절망하는 것은 아르옌 뿐만이 아니었다. 남매의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어디 내놓아도 남부끄러울 것 없었던 딸이 이렇게까지 망가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 했다. 부모님은 망가져버린 딸을 고치려고 애쓰고 애쓰다 지쳐, 결별해버렸다. 아니, 둘을 버렸다는 것에 가까웠다. 친구의 집에서 놀고 온 둘을 맞이한 것은 짐 하나 없이 텅 비어버린 집이었으니.

그 날 이후론 뻔했다. 경찰에게 넘겨져 새로운 보호자를 지정 받아도, 보호자 쪽에서 지쳐 또다시 두 남매를 버리고 도망갔다. 결국 남매 쪽에서 새 보호자를 거절하기 시작했고, 아르옌이 여기저기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학교까지 버려가며 일 하여 동생을 키워냈다. 그럼에도 돈이 부족하여 약을 더이상 지급 받지 못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본인이 발로 뛰며 번 돈으로 먹여 살린 동생을 죽기 직전까지 몰고 가는 것은 어느새 일상이 되었고, 그렇게 긴 나날이 지나 둘은 성인이 되었다. 성인이 되었고, 살기 위해 나라를 옮겼으며, 본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괴수대책본부’라는 새로운 길로 도망가려는 동생을 따라 입사 했다. 그렇게 하여 현재의 블루가 있게 되었다.

그 외 자잘한 이야기.

아르옌의 말에 따르면, 약을 먹었을 때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한다. 물에 빠진 듯 흐릿하다고 해야하나.

개를 무서워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어릴 적, 길가의 개로 실험을 해보려다 물린 적이 있다. 그래서 괜히 손대기 무섭다.

머리와 뇌에 큰 충격이 와서 그런가, 사고 전과는 다르게 여러 부분에서 막히거나 남들보다 떨어지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면 게임이나, 운전이나, 멀티 같은 부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