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의 페인트 빛깔이 어둠에 섞일 때 어떤 믿음은 난간 같았어

야경이라는 건 어둠이 밀려날 수 있는 데까지를 말하는 걸까 이 도시는 사람들의 소원으로 빼곡해

아무도 없는 곳으로 놀러가면 내 손바닥에 밴 아오리사과 향기 그러나 압정을 한 움큼씩 쥐고 있는 기분

우리는 목이 마르고 자주 등이 젖지

리듬을 이해하지 않으면서 리듬에 대해 얘기했어

등이 젖은 사람을 따라 걷다가 저마다 웅덩이가 있구나 퐁당퐁당 생각했어

아무것도 훼손하지 않으면서 훼손되지 않고 싶다

너와 손을 맞잡고 싶지만 내 손안의 압정을 함께 견디고 싶지는 않다

깊은 바다로 다이빙하는 것과 작은 물웅덩이로 다이빙하는 것 어느 쪽이 더 위험할지

그딴 건 모르겠고 물수제비나 뜨자 나는 요령이 없어

내려다본 골목에 채소를 가득 실은 푸른 트럭이 서 있다 누군가가 몰래 무 하나를 훔쳐간다 희고 싱싱해서 그냥 먹어도 맛있을 것 같다

방수가 잘되는 페인트를 엎지르고서 우리는 온몸이 젖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