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리골드님 2월 12일자 커미션 작품이 너무 멋져서 간단하게 정리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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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렸다. 잎새 소리가 났다. 지난 주의 잎싹들은 이제 제법 하늘을 가릴 만큼 자라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림자를 만들 만큼 억세지는 않아 잎새 사이로 군데군데 하늘이 삐져나왔다.
누워 있던 올리는 손목에 약간의 무게감을 느꼈다. 따뜻한 것이 손목을 간지럽혔다.
“또 왔어요. 토끼가.”
올리에게 무릎을 빌려준 뮈지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물론 올리가 기억하는 파리의 뮈지도 멋쟁이였지만 지금의 뮈지는 더욱 더 그랬다. 별 장식 없어 보이는 옷에는 아찔할만큼 가느다란 핀턱이 잡혀 있었고 옷의 주름은 깎은 듯이 날렵했다. 뮈지가 원하는대로 고른 옷감은 색과 질감이 고왔다. 그리고 이 곳의 뮈지는 웃고 있었다. 올리는 눈이 부셨다.
”쉬잇-”
올리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입모양으로만 말했다. 작은 동물들은 왜인지 올리를 좋아했다. 이 곳에 처음 올 때부터 그랬다. 몇몇 녀석들은 더 가까이 와서 올리의 손목을 핥았다. 지금 뮈지가 보고 있는 토끼처럼.
올리는 간지러움을 참으며 가만히 있었다. 토끼가 놀랄까봐 그런 모양이었다. 다만 입꼬리만 살짝 올라갔다.
“토끼들이 토마토님을 좋아하네요.”
이런 날이면, 뮈지는 뤽상부르 공원에서 난생 처음 보는 올리에게 안겨 있던 다친 토끼를 떠올리며 소곤거리곤 했다. 이 곳의 정원이나 공원에서 올리와 있다 보면 자주 내리는 결론이었다.
“손목이 입맛에 맞나 봅니다.”
돌아가는 길에 그런 말을 들으면, 올리는 위와 같이 건조하게 답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뮈지는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