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부터 하루도 정신을 유지하기가 어렵네요.
지우영 감독님께서 감사하게도 글을 올려주셔서 저도 몇 자 적습니다.
정민찬 배우는 일베 이용자가 아님에도, 사진 한 장으로 도가 지나친 정도의 인신공격과 해명요구를 받았고, 그가 가장 사랑했던 이 무대를 떠나야 했습니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팬들과 그 날의 흐름을 복기하고 들떠서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에서 저는 알 수 있었습니다. 정말 관객인 나보다도 더 이 작품을 사랑하시는구나.
발레뤼스 삼연작을 가장 사랑한 한 관객으로서 이토록 작품에 애정이 많고, 인물로서 자유롭게 연기하고, 춤추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던 데에 늘 감사한 마음이 있어 자주 상시퇴근길에서 그에게 인사를 전했습니다. 공연에 대해 이야기하는 열띤 태도에서, 정말 무대밖에 모른다 싶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그게 고스란히 인물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했습니다.
춤밖에 모르는 니진스키를 연기하던 배우가, 사회적으로 문제 삼는 상황에 대해서도, 그로 인해 본인을 문제 삼는 사람들이 얼마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지에, 상황의 중대함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는 게 모르는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이지만 그 이상의 잘못은 과연 무엇이었는지는 의문이 남습니다.
이미 그의 말투와 진정성에 문제 삼아 '일베'로 낙인찍고 허용범위 밖의 사과문이였다는 이유로 관객들이 직접 제작사에 하차요구를 한 현 상황이 굉장히 유감스럽고 불행하게 느껴집니다.
아시다시피 이번 일로 오히려 극우세력이 그를 응원하는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쇼플레이도 댓글 세례를 받다가 이제는 창을 닫았네요.
마음 같아서는 제작사에 묻고 싶습니다. 5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함께 작품을 만들어온 배우가, 사실이 아닌 일 때문에 난처해졌을 때 어떤 선택지를 내밀었나요? '아, 일베 맞구나, 제 발 저려서 나가는구나' '이래서 밥줄이 끊겨야 정신을 차리는구나' 등의 엉망으로 오명을 남기는 하차만이 최선의 선택지였나요?
실은 민찬 배우라면, 본인의 부족으로 이 공연이 함께 오명을 쓰고 망가지는 걸 원치 않아 제작사 쪽에서 먼저 하차 언급을 하셨다면 충분히 동의했으리라 짐작합니다.
작년 비슷한 시기의 비슷한 일이 관객과 제작사 모두에게 트라우마처럼 남았으리란 생각도 했어요.
그러나 적어도 동료 관객 분들께는 이해를 구하고 싶습니다. 이번 경우가 과연 그때와 다르게 사실 확인이 되었는지, 빠른 하차가 반드시 필요했는지에 대해서는 상황이 달랐다는 걸 모르지 않으시리라 생각합니다.
객석에 앉아있는 사람의 입장이니, 이번 일에도 어떤 뒷이야기가 있는지 자세한 사정은 아마 영영 알 수 없겠지요. 다만 그가 작품에 무시 못할 기여를 했고, 그렇다면 그에 따라 대우가 달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잠시 예전 이야기를 꺼내자면, 초연 디아길레프에서, 한 명의 갑작스러운 사고와 부상으로 니진스키 배우 중 민찬 배우만이 발레 전공자였습니다. 디아 50회가 넘는 공연을 매회 최상의 컨디션으로 소화해준 배우 덕분에 초연은 네있밤 스페셜 커튼콜 이후로 입소문을 탔고 막공 주까지 무사히 마쳤지요. 이후 재연이 2년만에 돌아온 것은 창작진과 배우들의 덕분이였습니다. 연작 니진도 민찬 배우는 더블로 50회 넘게 함께했고 이 연작에서 가장 중요한 니진스키-분신의 연결성을 처음으로 만들어낸 배우였습니다.
다시 돌아온 삼연에서 민찬 배우는 그 당시(2022년도)를 회상하면서 아트원의 ‘팬텀’이 되었었다며 정말 행복한 기억이었고 나름의 프라이드가 있다는 언급을 했습니다. 재연에도 참여하고 싶었으나 당시 방송 제작사 (마찬가지로, 쇼플레이입니다.) 의 반대로 함께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은 올해 와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이번 시즌을 무사히 완주하겠다고 약속도 했고요. 쉽게 배역을 저버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그의 언어를 알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을 내가 보고 싶은대로 보는 것은 참 쉬운 일입니다.
바라는 방향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원망하고 미워하는 것도 참 쉬운 일입니다 우리 관객들은 누가 훈련시킨 것도 아닌는 정해진 시간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와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결론을 도출함으로 카타르시스를 얻기를 반복하며 이 사이클에 아주 익숙합니다. 정의와 윤리를 기틀로 한 이야기 위에서 배우들은 춤을 추고 연기하며 우리는 그것을 향유합니다.
마찬가지로, 현실에서 이번과 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 그리고 어떠한 단서들이 거짓말처럼 끼워맞춰졌을 때, 의심하고 질문하는 것은 당연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말 지난 일주일을 되돌아 봤을 때, ‘그럴 만 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의 ‘좋은 사람’임이, 인간으로서의 됨됨이가 의심되어 졸지에 ‘일베 회원으로서 스타벅스 소비를 과시하는’ 행동을 했다고, 한낱 ‘무명배우’가 ‘출신지가 아닌 지역의’ ‘사투리’를 쓰며 ‘응당 엄숙했어야 할 사과의 논조를 조롱’했다고, ’스스로 자신의 경솔함에 무지하며,’ ‘없던 사람처럼 발레뤼스에서 지워져야만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