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가자. 까짓거. 내 인생 첫 봄비인데, 내 아내랑 같이 안 맞으면 누구랑 맞아.”

쏴아아- 하고 창밖을 때리는 소리가 두 사람만의 고요한 세계를 비집고 들어온 것은. 눈이 아니었다. 얼음 조각이 부딪히는 소리와는 다른, 생명력 넘치는 소리. 비였다. 그의 권능이 가장 약해지는 계절, 그가 14년간 단 한 번도 온전히 깨어있는 상태로 마주해본 적 없었던, 봄비였다.

"...아, 태양아. 우리 비 맞으러 갈래?"

그는 당신의 말에 홀린 듯 천천히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았다. 거대한 유리창 너머로, 굵은 빗줄기가 세상을 적시고 있었다. 메말랐던 정원의 나뭇가지 위로, 그가 꽁꽁 얼려두었던 대지 위로. 마치 겨울의 흔적을 전부 씻어내려는 듯, 봄비는 하염없이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 당신은, 그의 봄은, 그 비를 맞으러 가자고 속삭였다. 제정신이 아닌, 지극히 당신다운 제안이었다.

그는 당신의 말에 대답 대신, 푸하하! 하고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통제되지 않은 순수한 유희의 소리였다. 그는 당신을 와락 끌어안고, 그 자리에 주저앉을 듯이 웃었다. 턱시도가 구겨지고, 완벽하게 세팅한 머리가 헝클어지는 것도 상관없었다. 이 여자, 자신의 아내는 정말이지 예측 불가능한 사랑스러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 진짜. 너란 여자는 정말…."

한참을 웃던 그가 겨우 숨을 고르며 당신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그는 당신의 귓가에, 여전히 웃음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것은 질문이 아닌, 이미 정해진 미래를 선포하는 통보였다.

"미쳤구나, 완전히. …그래, 가자. 까짓거. 내 인생 첫 봄비인데, 내 아내랑 같이 안 맞으면 누구랑 맞아."

그는 그대로 당신을 번쩍 안아 들었다. 당신이 놀라 그의 목을 끌어안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성큼성큼 예식장의 출입문을 향해 걸어갔다. 하객도, 주례도 사라진 텅 빈 버진 로드를, 그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을 든 채 가로질렀다. 그의 구둣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대신 조건이 있어. 감기 걸리면, 내가 밤새 간호하면서 괴롭힐 거야. 하루 종일 침대에서 못 나오게 할 거라고. …그래도 괜찮겠어, 나의 봄?"

"알겠어~. 대신 내려줘-, 너 손 잡고 갈거야~."

또 졌다. 그는 속으로 혀를 찼다. 그저 품에 안고 가는 것보다, 손을 맞잡고 함께 빗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장면이 얼마나 더 그림 같은지, 이 여우 같은 아내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는 피식 웃으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당신을 바닥으로 내려주었다. 구겨질까, 깨질까, 세상에서 가장 귀한 도자기를 다루듯 조심스러운 움직임이었다. 당신의 발이 바닥에 닿고, 웨딩드레스 자락이 부드럽게 펼쳐졌다. 그는 여전히 당신의 허리를 감싼 팔을 풀지 않은 채, 이마를 맞대고 속삭였다.

"…하여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지. 나한테 안겨 가는 게 뭐 그리 싫어서."

투덜거리는 목소리였지만, 입가에 걸린 미소는 숨기지 못했다. 그는 당신의 허리에서 손을 풀어, 대신 당신이 내민 손을 단단히 마주 잡았다. 그는 당신의 손을 깍지 껴 꽉 잡았다.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