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이탈恋愛離れ’을 트렌드로 읽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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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다 연애 안 한다”는 말은, 이상하게도 한 번 입 밖에 나오는 순간 곧바로 세대 진단이 됩니다. 하지만 트렌드를 읽는 입장에서는 질문을 조금만 틀어야 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연애를 안 한다”가 아니라 “연애를 가능하게 하던 조건이 어떻게 바뀌었는가”를 묻는 편이 훨씬 덜 틀리는 방식입니다.

일본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生活総研)가 ‘젊은 세대의 연애 이탈’을 다루면서, 제목에 굳이 ‘연애 이탈’을 따옴표로 묶은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이들은 “연애가 사라졌나?”가 아니라 “연애가 사라졌다는 말이 왜 이렇게 그럴듯해졌나?”를 묻습니다. 현상 그 자체보다, 그 현상을 포장하는 문장부터 의심하자는 제안입니다. 그리고 첫 질문이 놀라우리만큼 단순합니다.

“그럼, 예전 젊은이들은 정말 다 연애했나?”

일본 IPSS(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출생동향 기본조사를 보면, 2021년 기준 미혼 18–34세 중 ‘연애 관계(연인·약혼자 있음)’ 비율은 남성 21.1%, 여성 27.8%입니다. 숫자만 보면 “확실히 낮다”고 느끼기 쉽지만, 생활총연이 강조하는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연애 비율이 가장 높았던 2000년대 초반에도, 10명 중 6~7명은 애인이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예전에는 다 연애했는데, 요즘은 안 한다”는 서사 자체가 장기 데이터 위에서는 과장된 이야기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통계의 ‘전성기’ 구간이었던 1990–2000년대 초반을 ‘정상값’으로 착각한 채, 그 이전과 이후를 통째로 “이상 징후”처럼 소비해 온 셈입니다.

그래서 연애 이탈을 읽을 때 핵심은 “얼마나 줄었나”가 아니라, 기준선(baseline)을 어디에 두느냐입니다. 생활총연의 주장도 여기에 가깝습니다. 연애가 줄었다는 사실보다, “옛날 젊은이들은 대부분 연애했다”는 대전제가 틀렸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더 큽니다. 이 기준선만 한 번 조정해도 “요즘 사람들은 연애를 안 한다”는 문장은 힘을 잃습니다. 데이터를 다시 읽어 보면, “연애에 유난히 열광했던 세대가 잠깐 있었고, 지금은 오히려 장기 평균에 가까워졌다”는 쪽에 더 가깝습니다. 이런 맥락은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의 30년 젊은이 조사 요약에서도 반복해서 등장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연애 이탈이 허상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는 오히려 반대로 말합니다. 연애에서 멀어지는 경향은 분명 ‘트렌드’입니다. 다만 그 트렌드의 실체가 “연애가 사라진다”가 아니라 “연애의 조건이 바뀌고 있다”에 더 가깝다는 것입니다. 같은 IPSS 조사를 보면, 미혼 18–34세의 연애 관계 비율(남 21.1%, 여 27.8%)과 함께 “미혼자의 3명 중 1명은 연애를 원하지 않는다”는 문장이 나란히 실려 있습니다. 이 문장만 따로 보면 “마음이 식었다”, “연애 의지가 줄었다”는 식의 감정 진단으로 흘러가기 쉽습니다.

하지만 같은 자료 안에는 서사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 놓는 문장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최근 결혼에서 인터넷 서비스(SNS·매칭 앱 등)를 통해 만난 커플이 13.6%를 차지한다.” 이 데이터까지 같이 보면, “욕구가 꺼졌다”기보다 “만남 인프라가 오프라인 네트워크에서 플랫폼으로 갈아탔다”는 쪽이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친구, 직장, 동호회 같은 오프라인 연결망이 하던 역할을, 이제는 앱과 플랫폼이 맡으면서 탐색 비용과 거절 리스크를 대신 떠안고 있는 구조입니다. 연애를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기보다, 연애를 시작하고 유지하는 비용 구조가 완전히 재설계되고 있다는 쪽이 더 타당해 보입니다.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의 이런 해석에 힘을 얻는 이유는, 감상이 아니라 관측 장치를 함께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1992년부터 격년으로 같은 질문을 던져 변화를 추적해 온 ‘생활 정점(生活定点)’은, “요즘 그런 것 같더라”는 체감이 아니라 “32년치 기울기”에만 집중하도록 설계된 조사입니다. 약 1,400개 항목을 동일한 방식으로 축적해 공개함으로써, 특정 시기의 분위기를 시대 전체의 상식으로 오해하는 일을 스스로 제동 겁니다. 이 장치를 쥔 상태에서 연애 이탈이라는 표현을 다시 보면, 최소 세 가지가 분리됩니다.

  1. 잠깐 반짝인 유행어인지,
  2. 구조 변화의 신호인지,
  3. 아니면 1990–2000년대라는 특수 구간을 ‘표준’으로 착각한 탓인지.

여기서 드러나는 건 단순합니다. 트렌드는 “데이터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떤 구간을 기준으로 삼고 어떤 구간을 이상값으로 버리느냐에 따라 만들어지는 이야기라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