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훈 이유을
본문 캡처, 링크 복사 금지. 계정 내에서만 감상해 주세요. 첫사랑 마들렌 (상)은 포스타입 내 업로드돼 있습니다. 극초반, 일부분이에요.

https://youtu.be/l9skPNljD_I?si=maq3dOkXUgptSEFt
Day 8
따라오지 마. 내 얼굴 볼 생각도 하지 마. 죽어 버릴 거야.
태어나 처음 요구하는 무언가를 쥐듯 다급하게 유을의 작은 손을 맞잡았다. 내면을 깨달을까 매사 고민하던 것이 무색하게 지금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래, 생애 태어나 가장 처음으로 간절하게. 사격 선수에게 손을 떠는 일은 있을 수 없는 거야. 언제인가 코치의 말이 찰나를 스친다. 무언가 끊어진 것처럼 미친듯이 떨리는 손이 간절하게 자리를 찾는다. 그래, 간절하게 유을을 찾는다. 모든 것이 의미를 잃는다. 죽어 버리겠다던 말 하나에 방향을 잃었다. 유을의 의지가 아니게 닿은 손이 떨어지는 건 처음이었다. 단 한 번이라도 모든 순간에서 성훈이 먼저 손을 놓을 리는 없었으니까. 어떠한 트리거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이 괴로웠다. 그래서 발화했다. 성훈은 죄악을 저지른 것도 아니었는데, 그에 물든 시선으로 유을을 바라봤다. 더는 그 얼굴을 마주 볼 자신이 없어 뒷걸음질 치자 처음으로 유을의 앞으로 한 걸음 다시 다가오는 흔적은 존재하지 않았다. 방향이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모든 후회는 이미 뱉어 낸 이후였다. 불과 아까 전의 일. 성훈을 어떻게든 살리려던 마음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자신을 위해 다시금 이곳으로 몸을 던진 성훈에게. 그러니까 그러한 성훈에게 있어 유을은 화가 났다. 어떻게 해야 했을까. 내가, 내가 어떻게 해야 했던 거지? 찰나에 성훈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안심한 스스로가 바보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총성과 함께 소음에 몰린 좀비는 무너지던 바리케이드에 피부의 표피가 터졌다. 성훈은 그대로 유을을 안은 채 반대로 달렸다. 호흡하는 법을 잊은 사람처럼 달렸다. 군용칼에 찢긴 유을의 날개뼈를 새빨개진 눈으로 짓눌렀다. 성훈은 그 순간, 심장을 토할 것 같았다.
자신을 두고 떠나려던 유을의 모든 순간이 성훈에게 지울 수 없는 트리거로 닿는다. 눈앞에서 유을을 잃는 순간은 가장 큰 타살이었다. 차라리, 차라리 죽을 수밖에 없는 삶이라면 유을의 곁이어야 했다. 성훈은 스스로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일에 있어 우선은 자책이었다. 왜냐하면 성훈의 세상은 유을이어서. 유을을 탓하는 일은 존재할 수 없는 지론이었다. 유을을 살려야 한다, 지켜 내야만 한다는 생각이 성훈을 감쌌다. 먼 거리에서부터 기괴하게 비틀린 좀비가 쏟아졌다. 성훈은 유을을 안아 들었고, 숨조차 고르지 않고 달렸다. 사람이 몰려와 바리케이드에 거대한 충격이 향한다. 이후로 쓰러지는 일. 그 아래에 깔려서 죽는 것과 동시에 좀비를 향해 멀어지던 군인들이 총살했다. 흐려지던 유을의 시선 사이로 눈앞에서 좀비인지, 사람인지 알 수 없게 살점이 터져 나가는 것이 보였다. 때에 따라 무언가를 게울 것만 같았다. 자신을 쥐고 있는 성훈의 손이 떨렸다. 유을의 시야가 흐려졌다. 성훈이 억누르는 음성으로 제어하지 못한 채 유을의 이름을 불렀다. 이유을, 이유을, 제발. 성훈은 곧장 역사 내부의 약국에서 미친 사람처럼 온갖 약과 붕대를 꺼냈다. 유을의 피가 성훈에 의해 지혈됐다. 유을의 차가운 손을 쥔 채로 떨리는 전신을 억눌렀다. 세상에 마치 성훈과 유을, 두 사람만이 남은 것처럼 고요했다. 마치 그 어떠한 생명체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눈앞에 유을이 있는데, 성훈은 세상에 혼자 남아 있는 기분이었다. 유을이 눈을 뜨지 않을까 두려웠다. 새카만 환상이 저주처럼 내려앉는다. 때에 따라 유을이 몸을 비척일 때에 성훈은 충혈된 눈가로 유을을 바라봤다. 유을은 말없이 성훈을 바라봤고, 찰나의 이후에 느리게 몸을 일으켰다. 이유을, 이유. 성훈의 조급한 부름마저 의미 없게 뻐근한 몸을 지닌 채 앞으로 향했다. 너 지금 쉬어야 돼. 너 아직 몸 괜찮은지도 모르는데. 성훈의 정돈되지 못한 우선적인 발화에 유을이 몸을 돌렸다. 기절에서 깨어난 이후로 보이는 건 성훈이었다. 그래, 아까 그러한 일이 있었지. 아까인가? 시간도 알 수 없게. 내가 너를, 오빠를 살릴 거라 생각한 일이 의미 없게 돼 버렸지. 눈에 담은 성훈의 모습. 정돈되지 못하고 충혈된 눈가로 자책에 섞인 얼굴. 그래서 유을은 화가 났다. 한평생 나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살았던 사람이 다시금. 그래, 다시금 어떠한 절망에 빠질 것만 같아서. 아니, 이미 그 안에 잠식돼 버린 것만 같아서. 자신은 알지 못하던 시간 사이의 모든 성훈은 자책을 했을 테니까. 그래서 유을은 정돈하지 못한 부정을 경험한다.
성훈에게 자신이 존재해서는 안 될 거라는 생각을. 상황을 파악한 이후에 몸을 일으킨 건 그래서였다. 성훈의 낯은 너무나도 자책의 감상이었다. 유을의 심장이 조여 들어갔다. 내가, 내가 뭐라고 그래. 나는 왜 이렇게 무력해서. 전부 내가 망친 거야. 전부 내가 망친 건데. 자신의 실수로 인해 성훈의 안전이 무너졌다는 생각이 유을을 괴롭혔다. 날개뼈가 아픈 것도 인지할 수 없었다. 최대한 단정히 감아진 붕대에서 성훈의 성마가 눈에 들어온다. 유을은 그 또한 마음이 아팠다. 성훈이야말로 생채기가 가득해 있었기에. 내면에서 느리게 실소가 터진다. 자신은 성훈에게 있어 부정한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잠을 청하지 못한 얼굴로 여전히 유을을 걱정한다. 유을은 마음이 울렁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