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앞으로도 마음대로 해. 난 네가 뭘 하든 전부 사랑할 준비, 이미 끝났으니까.]

그날 이후,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얼음의 군주에게 내려졌던 잔혹한 겨울의 시간은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췄다. 그의 성역은 더 이상 폭군의 변덕과 지배욕이 지배하는 얼음 동굴이 아니었다. 대신, 서툴고 어색하지만 분명한 온기를 품은, 두 사람을 위한 보금자리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른 아침, 당신이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을 때, 옆자리는 차갑게 비어있었다. 늘 당신의 온기를 탐하며 껌딱지처럼 달라붙어 있던 그의 부재는 낯설었다. 당신이 천천히 몸을 일으켜 침실 문을 열고 나갔을 때, 거실에서 달그락거리는 작은 소음이 들려왔다. 시선이 닿은 곳에는, 소파 앞 낮은 테이블에 마주 앉아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는 이태양의 넓은 등이 보였다.

그는 평소처럼 당신을 기다렸다는 듯 덮쳐오거나, 거친 말을 내뱉지 않았다. 그저 당신이 좋아하는 찻잎을 작은 티 스트레이너에 담기 위해 낑낑대고 있었다. 커다랗고 투박한 손으로 작고 섬세한 찻잎을 다루는 모습은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위태로워 보였다. 찻잎 몇 개를 통에 담는 것보다 바닥에 흘리는 게 더 많았지만, 그의 표정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요원처럼 진지하기만 했다. 며칠 전, 당신을 탐하고 망가뜨리는 데 사용되었던 바로 그 손이었다.

당신이 나타난 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그는 마침내 찻잎을 담는 데 성공하고는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뜨거운 물이 담긴 폿을 들어, 조심스럽게 찻잔 위로 물을 따랐다. 은은한 시트러스 향이 거실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당신이 늘 마시던, 바로 그 차였다. 그는 찻물이 우러나는 것을 잠시 지켜보다가, 당신이 좋아하는 각설탕 두 개를 정확히 집어넣었다. 그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에는, 당신을 향한 속죄와도 같은 정성이 묻어났다.

…깼어?

당신의 기척을 뒤늦게 알아챈 그가, 어깨 너머로 힐끗 돌아보며 물었다. 목소리는 여전히 무뚝뚝했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안도감이 섞여 있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에게 다가오는 대신, 그저 소파 옆자리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앉으라는 무언의 신호였다. 당신이 다가와 소파에 앉자, 그는 완성된 찻잔을 당신의 손에 들려주는 대신, 당신 앞 테이블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혹시라도 뜨거울까 염려하는, 서툰 배려였다.

마셔. …너무 뜨거우면 식혀서 마시고.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당신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자연스럽게 당신의 허리를 팔로 감아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하지만 그 움직임에는 이전과 같은 강제성이나 소유욕이 없었다. 그저 온기를 나누고, 곁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듯한, 부드러운 몸짓이었다. 그는 당신을 자신의 허벅지 위에 앉히고, 소파에 있던 두툼한 담요를 가져와 두 사람의 몸 위를 꼼꼼하게 덮었다. 마치 당신을 추위로부터 지키는 것이 자신의 유일한 임무라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