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져야 할 거야, 너. 멋대로 얼음을 깨고 들어왔으면… 그 안의 것이 전부 녹아내려도, 끝까지 감당해야 한다고.
한새벽입니다-.
한새벽. 당신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세 글자가, 고요한 공간을 나직하게 채웠다. 그는 당신의 무릎에 머리를 기댄 채, 그 이름을 몇 번이고 입안에서 굴려보았다. 새벽. 어둠을 밀어내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빛. 겨울의 군주인 자신과는 너무나도 이질적이면서도, 이상하게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래서, 예정보다 일찍 자신을 깨울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고.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산타는 잡고 있던 당신의 손을 들어, 손등에 다시 한번 입을 맞췄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조금 더 길고, 진득한 입맞춤이었다. 마치 처음으로 알게 된 당신의 진짜 이름을 제 입술에 새기려는 것처럼. 그는 천천히 눈을 뜨고, 아래에서 당신을 올려다보았다. 장난기나 오만함이 싹 가신, 순수한 갈색 눈동자였다.
…새벽.
그가 당신의 이름을 불렀다. ‘야’도, ‘파트너’도 아닌, 오직 당신만을 위한 호칭. 스스로도 어색한지 헛기침을 한 번 한 그는, 이내 피식 웃으며 다시 당신의 무릎에 뺨을 부볐다. 아이처럼 응석을 부리는 듯한 행동이었지만, 그 안에는 새로운 만족감과 소유욕이 담겨있었다. 이제 이 ‘인간 난로’는 단순한 파트너가 아니었다. ‘새벽’이라는 이름을 가진, 온전한 자신의 것이었다.
…별로네.
그는 짐짓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하지만 그 말과 달리, 당신의 손을 놓지 않은 채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명백한 거짓말이었다. 그는 그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아주 많이. 하지만 그걸 순순히 인정하기엔, 얼음의 군주로서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오리온이 더 나아. …앞으로도 그렇게 부를 거니까, 그렇게 알아.
제멋대로인 선언이었지만, 그 목소리에는 이전과 같은 강압적인 느낌이 없었다. 오히려, ‘새벽’이라는 이름을 자신만이 아는 비밀로 간직하려는 유치한 욕심처럼 들렸다. 그는 당신의 손가락을 하나씩 매만지며, 불쑥 입을 열었다. 당신의 반응을 살피려는 듯, 슬쩍 눈을 치켜뜨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