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선정 개인전
전시소개
프로젝트 아이는 3월 12일부터 4월 11일까지 허선정 작가의 개인전 ≪어느 입구≫를 개최한다. 온전히 극복되지 않는 상실의 고통, 지난한 고독의 시간을 보내며 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이어온 작가는 최소한의 이미지와 절제된 표현을 통해 명상적 울림이 있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
작업은 불가해한 삶을 집요하게 바라보고 기록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른 나이에 경험한 삶과 죽음의 문제, 존재에 대한 질문은 빛, 바람 그리고 에너지와 같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요소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되었고, 응시의 시간을 통해 자각하지 않으면 놓칠 수밖에 없는 미세한 감각을 깨우는 데 몰두하게 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응시가 시작된 지점을 추적하며 그가 유년 시절을 보낸 도시인 창원에서의 기억을 불러온다. 창원 곳곳에는 공원이 많다. 그는 아릿한 슬픔에 잠기거나 사색의 시간이 필요할 때면 공원을 찾았다. 고요 속 변화하는 풍경을 관찰하며 감지한 낯선 감각, 어떤 단어로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분명하게 느껴지는 감정. 작품에는 이러한 감각과 감정의 흔적이 비움과 채움의 과정을 거쳐 은유적으로 드러난다. 한편 실체가 형성되기 직전의 흐릿한 순간과 스쳐 지나가는 어떤 틈은 또 다른 풍경이자 세계가 되어 관객에게 다가온다.
전시는 일상 속 낯섦을 포착하는 과정과 낯선 감각이 길어 올린 울림을 이야기한다. 이는 한 개인의 경험에 머물지 않으며 각자의 경계에서 잊혀진 감각을 회복하고 현실을 새롭게 사유할 수 있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작가노트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공원, 빛, 돌, 창의 이미지는 모두 어디론가 이어지는 경계의 풍경이다. 빛의 흔적, 공원의 장면, 창 너머로 겹쳐 보이는 흐릿한 형상들을 통해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들과 마주하며, 현실과 비현실이 중첩되는 ‘중간계’로 들어서는 감각을 화면에 담고자 했다.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완전히 떠날 수 없는 상태 속에서, 나와 닿는 풍경은 하나의 고요한 통로가 된다. 창원에는 공원이 많다. 돌이켜보면 나는 답을 구하듯 그곳을 오갔다. 낮에는 흐린 하늘 사이로 어렴풋이 떠 있는 달을 보았고, 밤에는 은은히 빛나는 달을 마주했다. 같은 달이지만 전혀 다른 얼굴로 마주한 그 장면들은 시간의 감각을 느슨하게 만들었다. 절망과 희망이 겹쳐 있던 시간 속에서 스쳐 간 풍경은 내면 깊이 남았고, 그 감각은 지금의 작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주 일상적이지만 어딘가 낯선 풍경 앞에 잠시 멈춰 서는 것. 이 작업은 그러한 태도에 가깝다. 그 앞에서 마주한 장면은 우리의 세계를 이루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맞닿게 하며, 서로 다른 차원이 스며드는 순간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