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수면이란 턱끈펭귄을 비롯한 일부 생물이 번식기에 보이는 특이한 수면 패턴으로, 이들은 잠시동안 눈을 감았다가 뜨는 것만으로도 하루 총량 11시간에 이르는 수면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B: 이제 사람들은 2048분의 1초 간격으로 잠에 들었다가 깰 수 있으며, 이 분절된 수면 사이클로도 기존에 긴 잠으로만 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각종 글림프 시스템의 활성화 및 정상적인 단백질 접힘 작용, 즉 회복이 일어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A: 자본주의적 착취는 당연히 일어난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모두가 미세 수면을 수행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계기인데, 이를테면 전지구적 위기가 닥쳐야 할 것이다—행성 충돌 등. 모두가 24시간 깨어있어야만 간신히 복구할 수 있는, 어떤 전지구적 재난 상황이 일어나야만 하는 것이이다.
그 이후에는 긴 잠을 되찾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한 일종의 암시장이 형성될 것인데, 이 암시장의 브로커들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주입된 미세수면 장치를 제거하는 불법적인 일을 수행해준다.
B: 일종의 반동군, 느린 파동 수면의 수호자(Slow Wave Sleep Defenders)의 집단도 생겨나겠지.
A: 물론이다. 또, 긴 잠을 자는 사람들의 모습이 페티쉬화 될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갈망하기 때문에. Rule 34에 의하면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해서 반드시 그에 관한 포르노가 존재할 것이므로.
B: 사람들이 암시장을 통해 머릿속의 미세수면 장치를 해체하고 싶어하는 이유, 그러니까 굳이 긴 잠을 되찾고 싶어하는 이유는?
A: 꿈을 되찾고 싶기 때문이다. 미세 수면을 통해 그들은 긴 잠 속에서 꾸던 꿈을 잃었을 것이기에.
B: 꿈을 시간의 순서에 따라 전개되는, 플롯을 가진 무언가로 정의하고 있군. 일련의 사건과 장면, 스토리의 전환과 급변이 일어나는, 쪼개진 시간보다는 이어진 시간을 필요로 하는, 그런 종류의 꿈을 말이다.
그러나 꿈은 그 자체로 언제나 시간을 왜곡한다. 2048분의 1로 쪼개진 1초의 시간, 찰나에 순간에도 꿈은 발생할 수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그것은 이어붙여져야 할지도 모른다. 24시간 깨어있는 만큼이나 24시간 꿈꾸는 것과 같다. 그 꿈은 긴 잠 속에서 꾼 꿈과 다르긴 할 것 같다.
그것은 편집증적으로 꿰메어진, 산산히 부서진, 끝없이 전조만이 이어지는, 진저리나도록 무한한, 시작과 끝이 동일한, 전경과 배경의 구분이 무화된 무엇일 것이다.
A: 단일 전자 이론(one electron theory)를 아는가? 우주에는 여러 전자가 존재하는 대신 단 하나의 전자만이 존재하는데, 그것이 과거와 미래로 무한하게 뻗은 시간속에서 모든 가능한 방식으로 움직였고, 그 궤적으로 인해 우주가 발생했다는 가설이다.
B: 그 가설이 만약 사실이라면, 단지 찰나에 발생한 꿈의 조각이 모든 가능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도 가능하겠지.
며칠 뒤, 위 문제에 관해 음악가 VKNC가 미세수면에서 꿈의 문제에 관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주었다.
V: 앞선 이야기를 들으니, 디렉 델타 함수가 떠오르는군요. 신호에서 임펄스로 감지되는 것과 관련된 함수인데, 모든 것이 0인 와중에 단 하나의 신호만이 1의 값을 가지는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일 전자 이론의 함수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한편으로, 나이퀴스트 에러(앨리어싱)*가 미세-꿈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화 할 때, 최대 주파수의 두 배에 미치지 못하는 속도로 샘플링하면 고주파 성분 일부가 접혀들어와서 가짜 저주파 영역을 형성하는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