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

(개인전 <(Feathers ( ))> (2022.06, tya갤러리,서울)에 수록)

→새가 유리창에 부딪혔다. 그 충격에 빠져버린 깃털들이 공기의 흐름으로 끼어들어 흩어졌다. 그리고 누군가 그것들을 쌓아올린다.

→→부딪히고 흩어지고 쌓아올리는 사건은 가로로 지나가는 타임라인에서 발생한다.

→→→끈끈하게 부착되어 포개어진 이미지 사이의 시간차는 사라졌는가?

→가로의 선을 살짝 줌아웃해서 압축된 세로로 만들어본다.

→→→저녁 여섯시경 이 방은 언덕 아래로 내려가는 뭉텅이의 빛으로 가득하다. 두달 뒤의 이 곳에 앉아있을 나의 모습을 상상한다. 목 뒤는 조금 더 붉어져 있을 것이다.

→당신은 창 안에 있고, 투명한 막으로 날아드는 새와 눈이 마주친다.

→그 순간을 늘려보았을 때, 새 스스로의 날개짓으로 떨어지는 깃털과, 충돌에 의해 탈락된 깃털의 모근이 가졌던 점도 차이를 당신은 짐작할 수 있는가? 순간을 한없이 길게 늘린다고 해도 그것은 상대적이기에 우리는 모든 것들을 그저 ‘탈락’으로 뭉쳐버리지 않는지?

→→사적인 순간들은 욕망 바깥에서 포착되고 그 내부에서 보관된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사적 순간에 침투되고자 한다.

→→→나를 무시해 달라고 했다. 나는 그것을 써서 부착한다. 당신은 부착되어 있는 무시의 요청을 바라본다.

→→당신은 당신 스스로를 읽어본 적이 있는가? 그 결과값을 누군가에게 흡수시키기 위해 애썼던가?

→→침투의 욕망을 가진 사적 사건들은 화살의 실루엣으로 맹렬히 타인을 내려꽂지만 결국엔 부드러운 촉감으로 휘어지는 깃털마냥 흩어지지 않났던지?

→→→그것은 (침투를 거부하는) 침투의 욕구에 대한 요청이다.

→아까 부딪혔던 새가 돌아와 다시 충돌한다. 그것은 충돌을 반복한다.

→→→당신은 그 요청을 받아들이는가? 그렇다면 구석구석 숨겨진 사적 순간들은?

→시간차를 두고 떨어진 깃털들을 ‘당신의 당신’이 안으로 가지고 들어온다.

→‘당신의 당신’은 그것들을 쌓는다.

→‘당신의 당신’이 쌓아올린 그것은 당신의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