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하반기, 대한민국 디지털 플랫폼 시장은 두 거인의 상반된 행보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과 '하이퍼로컬 커뮤니티' 당근. 두 플랫폼 모두 '사용자 체류 시간 증대'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대대적인 변화의 칼을 빼 들었다. 카카오톡은 출시 15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업데이트를 단행하며 메신저의 틀을 깨는 과감한 시도를 했고, 당근은 중고거래 플랫폼을 넘어 지역 커뮤니티로서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진화를 거듭했다. 하지만 그 결과와 시장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카카오톡의 개편은 '역대 최악의 업데이트'라는 격한 비판과 함께 '체류 시간'을 둘러싼 진실 공방의 중심에 섰다. 반면, 당근의 커뮤니티 강화 전략은 사용자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며 체류 시간과 비즈니스 성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성공 사례로 평가받았다. 이 현상은 단순한 UI/UX 디자인의 호불호를 넘어, 플랫폼 비즈니스의 본질적인 성장 전략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본 분석의 핵심 질문은 다음과 같다:
왜 유사한 목표를 가졌음에도 카카오톡의 UI/UX 개편은 격렬한 논란을 낳았는가?
반면, 당근의 커뮤니티 강화 전략은 어떻게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며 사용자의 사랑을 받았는가?
본문에서는 두 플랫폼의 전략적 공통점과 그 결과의 차이를 만든 결정적 요인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카카오톡의 '과감한 시도'와 당근의 '유기적 진화'를 비교하며, 오늘날 디지털 플랫폼이 '성장'과 '사용자 경험'이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길을 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도출하는 것이 이 글의 목표다.
2025년 9월, 카카오톡은 '쓰는 이에 집중, 쓰기 좋게 맞춤'이라는 슬로건 아래 대규모 업데이트(v25.8.0)를 단행했다. 이는 단순한 기능 개선을 넘어, 카카오톡의 정체성을 '메신저'에서 '다기능 소셜 플랫폼'으로 전환하려는 야심 찬 시도였다. 이 장에서는 업데이트의 목표와 내용,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한 긍정적, 부정적 결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한다.

카카오가 15년간 유지해 온 익숙함을 버리고 대대적인 변화를 선택한 배경에는 '성장의 한계'와 '수익 모델 다각화'라는 절박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카카오톡은 이미 전 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로, 신규 사용자 유입을 통한 성장은 사실상 정점에 도달했다. 성장의 다음 동력은 기존 사용자들이 앱에 더 오래 머물게 하는 '체류 시간 증대'에 있었다. 하지만 메신저라는 핵심 기능만으로는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 명백한 한계가 있었다. 실제로 외부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카카오톡의 1인당 월평균 사용 시간은 2021년 822분에서 2024년 731분으로 약 11% 감소하며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었다. 이는 팬데믹 시기에도 체류 시간이 10초 증가하는 데 그쳤다는 사실과 맞물려, 카카오 내부에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카카오의 핵심 수익원인 '톡비즈' 광고 사업은 사용자의 트래픽과 체류 시간에 직접적으로 의존한다. 체류 시간의 정체는 곧 광고 매출 성장의 정체를 의미했다. 카카오는 이번 개편을 통해 사용자의 시선이 머무는 새로운 공간, 즉 피드형 친구 탭과 숏폼 콘텐츠 탭을 만들어 광고 지면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광고 단가를 높여 '톡비즈' 매출을 극대화하려는 명확한 상업적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